금융시장은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폴로니어스가 아들에게 한 충고 —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말라" — 와 정반대의 역할을 한다. 개인은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재화·서비스뿐 아니라 정부 부문이 제공하는 것(교육·보건·교통 등)을 소비함으로써 효익을 얻는다. 이런 재화를 생산하려면 기업과 정부는 종종 추가적인 경상·자본 투자지출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한다. 금융시장과 금융기관은 자금이 잉여 단위(surplus unit)에서 부족 단위(deficit unit)로 흐르도록 돕는다.
이미 존재하는 금융자산(주식·채권 등)의 스톡(stock)은, 시장에 새로 들어오는 자금의 플로우(flow)보다 훨씬 크며, 이 스톡은 과거 저축이 축적된 것이다. 개인과 금융기관은 이 "기존" 자산을 거래하며, 포트폴리오의 수익을 높이거나 위험을 줄이려 한다. 살 수 있는 재화가 다양하듯,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방법도 개인·기관의 선호에 맞춰 매우 다양하다.
금융시장은 주식·어음·채권, 외환, 선물·옵션·스왑 같은 금융상품(financial instruments)의 교환을 돕는다. 이 자산들은 현금흐름에 대한 "청구권(claims)"이 한 당사자에서 다른 당사자로 이전되는 수단이다. 금융자산은 흔히 수취·지급을 지연시키므로 자금을 시간을 가로질러 이전한다(예: 오늘 채권을 사면 현금을 건네지만 채권의 지급은 여러 미래 기간에 일어난다). 금융상품의 가치는 순전히 발행자의 미래 성과에 달려 있다 — 금융상품 자체에는 내재가치가 없으며, 보통 한 장의 종이거나 장부상의 기재일 뿐이다.
"돈이 남는 쪽(가계 저축)"과 "돈이 필요한 쪽(투자하려는 기업·정부)"을 이어주는 것이 금융시장의 핵심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스톡 ≫ 플로우라는 것 — 매년 새로 발행되는 자금보다, 이미 발행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되는 자산이 훨씬 많다. 그래서 시장의 큰 부분은 "새 돈 모으기"가 아니라 "기존 자산 사고팔기(2차 시장)"다.
거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선물·옵션 피트 거래(pit-trading)처럼 대면으로 이뤄지기도 하고, 외환(FX) 시장처럼 전화·텔렉스와 컴퓨터로 가격을 추적하며 이뤄지기도 한다. 점점 컴퓨터만으로 결제하는(무서류)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예: 런던증권거래소의 CREST 자동결제 시스템).
어떤 거래는 가격이 연속적으로 호가되는 조직화된 거래소(예: 뉴욕증권거래소 NYSE) — 즉 경매시장(auction market) — 에서 일어난다. 다른 거래는 둘 이상의 당사자가 직접 협상한다. 이런 거래는 장외(OTC, over the counter)에서, 즉 딜러시장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큰 OTC 시장으로는 신디케이트 은행대출, 유로본드·외국채, 현물·선도 외환, 스왑 시장이 있다.
금융상품은 일반적으로 증권(securities)이라 불린다. 증권은 지급 시기에서 차이가 나는데(즉 2차 유동시장에서 만기 전에 쉽게 매각될 수 있다), 또 각 증권에 따르는 법적 의무에서도 차이가 난다(예: 채권 보유자는 주주보다 먼저 지급받아야 한다).
시장조성자(market maker)는 호가된 가격("북, book")으로 사고팔 준비가 된 증권 포트폴리오를 보유한다. 매수–매도 호가차(bid-ask spread) 덕분에 시장조성자는 이익을 낸다 — 파는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사기 때문이다. 시장조성자는 "자기 계정(own account)"으로 거래하며 포지션을 보유하는 반면, 브로커(broker)는 두 투자자(보통 거래상대방, counterparty) 사이의 중개인 역할을 한다.
1차 시장(primary)은 증권이 처음 발행·판매되는 곳(IPO, 사모), 2차 시장(secondary)은 이미 발행된 증권이 투자자끼리 거래되는 곳이다. 거래 방식으로는, 매수·매도 주문을 직접 맞추는 주문주도(order-driven) 방식과, 시장조성자가 호가를 제시하는 호가주도(quote-driven) 방식이 있다.
비시장성 상품(nonmarketable instrument)은 2차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으며 보통 OTC 약정이다. 예컨대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재화를 공급하고 즉시 대금을 받지 않으면, 이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에 주는 (암묵적) 대출 — 매입채무·외상거래(trade credit) — 이 된다. 은행이 기업에 주는 신용장(letter of credit)은 기업이 정한 시점에 (한도까지) 빌릴 수 있게 하고, 기존 은행대출에서 추가로 끌어쓰는 약정은 대출약정(loan commitment)이라 한다. 둘 다 미래에 실행되기 전까지는 은행 대차대조표에 나타나지 않아 부외항목(off-balance-sheet)으로 불린다.
비즈니스 엔젤(business angels)은 소규모 회사(예: 닷컴, 과학 발명 스핀아웃)에 창업 자금을 대는 부유한 개인들이며, 보통 부채(대출)와 지분(equity) 자금을 섞어 제공한다. 회사가 상장하거나 사업을 확장하려 하면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 회사가 관여한다 — 은행·생명보험·연금펀드(LAPF)·부유한 개인 등에서 자금을 모아, 높은 수익을 약속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큰 비상장 회사(바이오·소프트웨어·인터넷)에 빌려준다. 자금은 보통 중기(5~10년)이고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회사의 전략적 의사결정에 직접·적극 관여한다.
비시장성 상품은 금융기관에 문제가 된다 — 가치가 떨어져도(예: 청산으로 향하는 기업의 미상환 대출) 쉽게 팔 수 없기 때문이다. 규제당국(영국 FSA, 미국 FDIC·연준)에도 문제가 되는데, 금융기관의 신용도 변화를 평가하고 손실을 흡수할 충분한 자본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비시장성 자산은 따라서 신용위험(credit risk)을 수반한다. 바젤 위원회(Basle Committee)는 유럽 은행에 신용위험을 충당하는 위험자본 규정을 부과해 왔다.
개인·정부·기업 부문 사이의 자금 흐름의 큰 부분은 은행·주택조합·LAPF·금융회사 같은 금융중개기관을 통해 전달된다. 보유 자산의 가격위험(price risk)과 부도(신용)위험 때문에 이들은 보통 두 위험 모두에 대해 규제를 받는다.
왜 개인이 부족 단위에 직접 빌려주기보다 금융중개기관이 이 역할을 맡게 되었을까? 주된 이유는 거래비용·탐색비용·정보비용, 그리고 위험분산이다. 전문기업은 차주의 신용도를 더 쉽게 평가할 수 있고, 분산된 대출 포트폴리오는 신용위험이 더 작다. 금융자산 매매에는 규모의 경제가 있다. 또 대수의 법칙을 활용해 금융중개기관은 수익 낮은 "현금성 잔고"를 덜 보유하고, 그 절감분을 차주·대여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금융중개기관은 자산변환(asset transformation)을 한다. 예컨대 상업은행은 (보통 변동금리로) 짧게 빌려 (흔히 고정금리로) 길게 빌려준다. 그런 다음 이 고정·변동의 미스매치(mismatch)를 스왑·선물·옵션으로 헤지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 분산(diversification)은, 다양한 위험자산에 투자하면 몇 개만 보유할 때보다 포트폴리오 전체의 위험이 훨씬 작아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LAPF·보험사는 많은 개인의 자금을 풀링해 분산된 자산 포트폴리오(머니마켓·주식·채권 뮤추얼펀드 등)를 산다.
은행은 "단기·변동금리로 받아 장기·고정금리로 빌려준다." 이렇게 자산과 부채의 만기·금리 구조가 어긋나는 것이 미스매치다. 금리가 오르면 (변동금리) 조달비용은 오르는데 (고정금리) 대출수익은 그대로라 손실이 난다 — 이것이 금리위험이다. 그래서 은행·보험사는 스왑·선물·옵션으로 이 미스매치를 헤지한다. 보험계리의 자산부채관리(ALM)가 다루는 핵심 문제다.
개인 부문 구성원은 주택조합(building society, 미국의 S&L) 예금을 통해 다른 개인에게 주택구입용 신규 모기지로 다시 빌려준다. 주택조합 자신은 현금·은행예금·재정증권(T-bill) 같은 소량의 예비 유동자산을 보유한다. LAPF(생명보험·연금펀드)는 금융시장의 핵심 주역이다. 이들은 주로 개인 부문에서 생명보험·연금 형태로 장기 부채를 받아, 이를 주식·국채·부동산·해외자산에 투자하며 포트폴리오 분산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비교적 적은 유동자산만 쿠션으로 보유한다.
FX 시장은 OTC 시장으로, 참가자는 런던·뉴욕·도쿄·프랑크푸르트 같은 주요 금융중심지에서 활동하는 대형 은행이다. FX 거래에는 두 가지 주요 유형이 있다. 현물(spot) FX는 두 통화를 "즉시"(실무상 2~3일 이내) 교환하는 것이다. 선도(forward) FX는 거래 조건(환율·만기일·원금)을 "오늘" 정하되 통화 교환은 미래의 정해진 날에 일어나는 것으로, 활발한 만기는 1년 미만이다. 전체 거래의 약 90%에 미국 달러가 관여한다.
선도환율은 두 통화의 금리 차이로 결정된다. 자국금리 id, 외국금리 if, 현물환율 S일 때 무차익(커버드 금리평가) 선도환율은 대략 다음과 같다.
자국금리가 외국금리보다 높으면 선도환율 F가 현물 S보다 높아진다(자국통화가 선도에서 약세). 이렇게 선도계약은 미래 환율을 "고정"해 환위험을 제거한다.
중앙정부는 두 가지 이유로 증권을 발행한다. 첫째, 단기 재정증권(T-bill)은 정부 순수입의 일시적 부족을 메우려 발행한다. 둘째, 중·장기 채권은 장기 계획 지출이 예상 세수를 초과하는 부분(재정적자, 공공부문 차입소요 PSBR)을 메우려 발행한다.
정부증권은 공통적으로 부도위험이 없다고 여겨진다. 따라서 다른 상품보다 안전한 투자가 되며, 정부는 더 낮은 수익률(yield)을 제시해 납세자의 부채조달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통 신규 발행은 공개경매로 이뤄지며, 봉인 입찰에서 가장 높은 가격순으로 배정된다. 이들 상품에는 (산업국에서) 매우 활발한 2차 시장이 있다.
중기채(미국에서 만기 7년 미만은 Treasury note)와 장기채(미국 7~30년, 영국은 "gilt")는 쿠폰(coupon)이라는 고정액을 보통 반기마다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일시 지급한다. 정부증권은 무기명(bearer) 증권일 수 있다. 한편 지방정부·공기업이 발행하는 채권(미국의 지방채, municipal bond)은 부도위험이 없다고 여겨지지 않고 시장도 덜 깊어, 중앙정부 부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경향이 있다.
왜 부도위험이 없는 정부채는 회사채보다 낮은 수익률(yield)로 발행될 수 있는가?
채권가격은 미래 쿠폰 C와 만기 원금 F를 수익률 y로 할인한 현재가치의 합이다.
투자자는 안전한 자산에는 낮은 수익률(=높은 가격)도 받아들인다. 부도위험이 거의 없으므로 요구하는 위험프리미엄이 작아 y가 낮고, 같은 현금흐름이라도 가격 P는 높게 형성된다. 반대로 위험한 지방채·회사채는 더 높은 y(더 낮은 P)를 요구한다.
머니마켓(money market)은 단기증권(보통 만기 1년 미만)을 다루는 느슨하게 연결된 기관들을 가리킨다. 머니마켓 상품에는 공공부문 발행(T-bill, 지방정부 어음)과 민간부문 발행(상업어음·기업어음 CP, 무역어음, 양도성예금증서 CD)이 있다.
어음(bill)은 보통 할인상품(discount instrument)이다. 즉 보유자는 별도 이자를 받지 않고, 어음은 판매가격보다 큰 금액으로 상환된다는 사실에서만 가치를 얻는다. 미국에서는 CP 시장이 매우 커서, 대기업이 은행대출 대신 CP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단기 현금잉여가 있는 기업은 은행에 예치하고 양도성예금증서(CD)를 받는데, CD는 만기에 현금화하거나 2차 시장에서 매각할 수 있다.
현금을 빌리는 널리 쓰이는 방법(특히 시장조성자)이 환매조건부거래(repo)다. repo, 정확히는 "매도 후 재매입 약정"은 담보부 차입의 한 형태다. 예컨대 국채를 보유한 사람이 향후 7일간 현금이 필요하면, 그 채권을 오늘 100달러에 A씨에게 팔고 동시에 7일 뒤 100.20달러에 되사기로 약정한다. 그는 지금 100달러를 받고, A씨는 7일 뒤 100.20달러를 받는다 — 7일에 0.2%, 단순 연율로는 약 10.43%의 이자다.
A씨는 채권을 보유하므로(차주가 repo를 이행하지 않으면 팔 수 있다) 담보부 대출을 제공한 셈이다. repo는 하루짜리부터 가능하며 만기 3개월까지 매우 활발한 시장이 있다.
이자를 따로 주지 않고 액면 F보다 싸게 사서 만기에 F로 상환받는 할인채의 (단순) 수익률은, 판매가 P, 보유일수 n일 때 다음과 같다.
repo도 같은 원리다 — 100에 팔고 100.20에 되사면 차액 0.20이 "이자"이고, 7일을 1년(365일)으로 환산해 연율 약 10.43%를 얻는다.
주식회사(limited company)는 유한책임을 지는 둘 이상의 주주가 소유하는 기업이다 — 주주의 손실부담 책임은 투자한 자본을 넘지 않는다. 그 대가로 주주는 지분 비율에 따라 회사 이익의 일부를 받을 권리를 갖는다. 기업은 투자 프로젝트 자금을 위해 주식(equity)과 부채(회사채)를 발행한다.
증권의 최초 판매는 1차 시장(primary market)에서 이뤄지며, 두 가지 주요 경로가 있다 — 기업공개(IPO)와 사모(private placement)다. 대부분의 IPO(미상장 신규발행)는 머천트뱅크 신디케이트가 (인수가치의 약 1.5~2% 수수료로) 인수(underwrite)한다. 확정인수(firm commitment)에서는 인수자가 정해진 가격에 증권을 사들인 뒤 더 높은 가격에 팔기를 기대한다 — 기업에는 가격이 보장되고, 다른 투자자가 더 적게 낼 위험은 인수자가 진다. 대안으로 인수자가 단지 대리인으로서 공모가에 팔려고 노력하는 최선노력(best efforts) 방식도 있다. 공개발행은 거래비용이 높아 큰 규모에만 쓰이고, 소규모 기업은 흔히 사모로 연금·보험·뮤추얼펀드 같은 대형 기관에 판다.
유럽 최대 주식시장은 LSE, 미국은 NYSE다. 상장하려면 시가총액·매출·세전이익·공모비율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해야 하고, 상장비용이 높아 일부 회사는 요건이 덜 까다로운 2부시장(second market, 영국 AIM)에 상장한다. 거래 방식으로는 매수·매도를 (흔히 전자적으로) 맞추는 주문주도(order-driven) 시스템(대부분의 유럽)과, 시장조성자가 확정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 호가주도(quote-driven) 시스템(NYSE·NASDAQ)이 경쟁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보통주(ordinary/common stock)와 우선주(preference/preferred stock)를 발행한다. 보통주주는 회사의 소유자로서 "이익(세후·이자지급 후 이익)"에 대한 잔여청구권(residual claim)을 가지며, 의결권을 갖는다. 우선주는 보통주와 부채의 성격을 일부씩 갖는다 — 배당에서 보통주보다 우선하지만 보통 의결권은 없다. 회사는 신주를 공모하거나 기존 주주에게 추가 발행(유상증자, rights issue)해 자본을 더 조달할 수 있다.
신주인수권(share warrant)은 "주식"이 아니라, 정해진 미래 기간에 정해진 가격으로 회사 주식을 살 수 있는 옵션이다. 워런트가 붙은 채권은 회사 주가 상승의 이득을 내포한 옵션을 갖기에 일반 채권보다 낮은 수익률로 발행될 수 있다.
회사가 벌어들인 돈에서 먼저 이자(채권자)와 약정 배당(우선주)이 나가고, 남는 것이 보통주주의 몫이다. 그래서 보통주는 "잔여청구권"이다 — 잘되면 무한히 가져가지만, 안 되면 가장 마지막이라 가장 위험하다. 대신 보통주는 의결권으로 회사를 통제한다. 파산 시 지급 순서도 채권 → 우선주 → 보통주 순이다.
기업은 자국·외국 통화로 만기 1개월~20년의 은행 텀론(term loan)으로 빌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 대출은 비시장성이라 은행이 만기(또는 부도)까지 장부에 둔다. 대기업·정부 대출은 주간사 은행이 주선하고 은행 신디케이트가 인수하는 신디케이트 대출(syndicated loan)인 경우가 많다. 이자는 고정금리이거나 변동금리(예: 6개월 LIBOR + 0.5% 프리미엄)일 수 있다.
유로달러(Eurodollar)는 미국 밖 은행에 예치된 미국 달러로, 이는 USD 텀론으로 다시 대출될 수 있다 — 국내 대출시장과 직접 경쟁하는 유로커런시 시장이며 금리는 보통 변동(유로달러 LIBOR 기반)이다. OTC 은행대출의 대안은 회사채 발행이다. 미국은 가장 활발한 회사채 시장을 가졌고, 유럽·일본 기업은 주로 은행대출에 의존한다. 신용평가사(S&P, Moody's)는 부도위험 측면의 품질을 평가해 등급을 매긴다 — S&P 기준 AAA(최저위험)부터 BBB, ... , D(부도)까지이며, BBB 이상을 투자등급(investment grade)이라 한다.
일부 채권은 외국통화로 발행된다. 유로본드(Eurobond, 국제채)는 발행되는 나라의 통화와 다른 통화로 표시된 채권이다(여기서 "Euro"는 유럽과 무관하다). 여러 나라에서 동시에 발행되며 만기는 보통 3~25년이다. 외국채(foreign bond)는 외국 차입자가 특정국 국내시장에서 발행하는 채권으로, 미국의 양키본드, 일본의 사무라이본드, 영국의 불독본드 등 별칭이 있다.
모든 채권에는 발행자의 행동을 제약하고 파산 시 지급 순서를 정하는 법적 조항(약정조항, bond indenture)이 있다. 일부 채권은 회사의 특정 유형자산으로 "담보(secured)"되어(미국의 모기지본드 등), 파산 시 담보자산을 처분할 수 있다(선순위 담보부채). 그러나 대부분 채권은 회사의 "일반자산"으로만 지급되며, 미국에서는 이런 무담보채를 debenture라 부른다(영국에서는 용어가 다르다). 후순위채(subordinated debt)는 파산 시 가장 나중에 지급되는 부채(주니어 부채)로 — 채권·일부 일반채권자 뒤, 주주 앞에 위치해 거의 지분에 가깝지만 의결권은 없다.
"플레인 바닐라" 회사채에는 많은 변형이 있다. 전환사채(convertible bond)는 보유자의 선택으로 같은 회사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전환 옵션의 가치 때문에 보통 더 낮은 쿠폰을 갖는다. 수의상환채(callable bond)는 발행자가 만기 전 정해진 가격에 상환할 옵션을 가진 채권으로, 이 불리함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로 발행된다. 변동금리채(FRN)는 쿠폰이 3·6개월 LIBOR 같은 단기금리에 연동된 채권이다.
메자닌 금융(mezzanine finance)은 "일반" 부채보다 후순위이고 지분보다는 선순위인 혼성 부채상품을 총칭하며, 후순위·고수익·저등급 또는 정크본드(junk bond)로도 불린다. 1980년대 이후 투자등급 미만(BBB/Baa 미만) 채권을 처음부터 발행하는 일이 흔해졌는데, MBO·LBO(차입매수)의 자금원으로 발행됐고 부도위험이 높아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갖는다.
채권 이름(debenture, 후순위채 등)에 매달리기보다, 원저자가 강조하듯 두 가지만 보면 된다 — (1) 지급이 특정 자산으로 담보되는가, (2) 부도 시 지급받는 순서가 어디인가. 같은 회사라도 선순위 담보채는 안전(낮은 수익률), 후순위·정크본드는 위험(높은 수익률)이다. 회사채 수익률 차이의 대부분이 이 두 요소에서 나온다.
증권화(securitization)는 비시장성 대출을 뒷받침으로 삼아 거래 가능한 증권을 발행하는 관행이다. 예컨대 은행이 모기지 대출 묶음을 별도 법인(특수목적기구, SPV)에 넣어 부외로 만들고, SPV가 모기지 이자에서 나오는 수익 흐름에 대한 권리를 투자자에게 증권으로 발행한다 — 이것이 주택저당증권(MBS)이다. 이로써 부도위험이 은행 한 곳이 아니라 여러 투자자에게 분산된다. 자동차대출·신용카드 채권·음반 로열티·전화요금·축구 시즌권 등 대출 풀을 뒷받침으로 삼는 거래 가능 증권은 자산유동화증권(ABS)이라 한다.
유닛트러스트·뮤추얼펀드(mutual fund)는 다른 회사의 주식이나 채권 포트폴리오를 자산으로 보유하고, 그에 대해 자기 지분을 발행하는 회사다. 각 지분이 여러 증권에서 나오는 소득에 대한 청구권이므로, 투자자는 혼자서는 감당 못 할 분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할 수 있다. 펀드는 개방형(open-ended) — 운용사가 기초증권 시가(순자산가치 NAV)로 지분을 되사주는 형태 — 이거나 폐쇄형(closed-end, 영국 investment trust) — 되살 의무 없이 지분이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형태 — 일 수 있다.
파생증권(derivative securities)에는 선도(forward)·선물(future)·옵션(option)·스왑(swap)이 있다. 이들의 가치는 다른 기초자산의 값에 의존한다. 선도계약은 미래 특정 시점의 인도가격을 오늘 고정하는 OTC 계약으로, 보통 기초자산 인도로 끝나며 환위험을 제거한다. 선물계약은 선도와 비슷하나 거래소에서 거래되어 쉽게 반대매매로 청산할 수 있고, 소액 증거금(margin)만으로 레버리지를 얻는다.
콜옵션(call option)은 미래 지정 시점에 정해진 가격으로 정해진 수의 주식을 살 권리(의무 아님)를 준다. 옵션 매입에는 옵션 프리미엄을 내야 하지만 기초자산 가치의 일부에 불과해 역시 레버리지를 얻는다. 선물과 옵션의 핵심 차이는, 옵션은 "계약에서 걸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 가치가 오르면 상승의 이득을 보고, 떨어지면 잃는 최대치는 낸 프리미엄뿐이다. 따라서 옵션은 보험을 제공하고, "보험료"가 곧 옵션 프리미엄이다. 스왑(swap)은 두 당사자가 미래의 현금흐름 계열을 교환하는 약정으로(예: 변동금리 ↔ 고정금리), 일련의 선도계약과 같으며 금리·환위험 헤지에 매우 유용하다.
한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그 주식에 대한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팔 권리)을 사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에서 이득을 보고, 떨어지면 풋옵션으로 정해진 가격에 팔 수 있어 손실이 제한된다. 잃을 수 있는 최대치는 처음 낸 옵션 프리미엄뿐이다 — 이는 손해를 일정 한도로 막아주는 보험과 정확히 같은 구조이며, 프리미엄이 곧 "보험료"다. 보유기간수익률은 가격변화와 배당으로 아래처럼 정의된다.
금융시장은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과 기술을 제공해, 잉여 단위가 부족 단위에 효율적으로 빌려주도록 하여 자금이 가장 생산적인 곳에 배분되게 한다. 또한 참가자가 소비·투자 지출을 시간에 걸쳐 평탄화하고, 보유한 실물·금융 자산 포트폴리오의 위험–수익 프로파일을 조정할 수 있게 한다.
한국 금융시장은 국내 보험사 자산운용의 기반 환경이다. 국내 채권 시장(국고채·회사채·특수채)은 보험사 투자자산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금리 수준과 신용 스프레드가 보험부채 할인율 및 투자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준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부채 할인율은 국채 수익률 곡선을 기준으로 산출되므로, 국내 금리 시장 동향은 보험사 손익과 자본에 즉각 반영된다.
보험사는 채권 외에도 주식·부동산·대체투자(인프라·사모펀드·해외자산) 등 다양한 자산 클래스에 분산 투자한다. K-ICS 시장위험 요구자본은 자산 유형별로 충격 비율이 다르게 적용되므로, 금융시장의 유동성·변동성·상관 구조가 보험사 지급여력 관리에 직결된다. 2023년 이후 금리 상승 환경에서 국내 보험사의 채권평가손 확대와 지급여력 변동성 문제는 금융시장 환경이 보험경영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글로벌 금융시장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보험사의 해외 자산 투자도 확대되었다. 미국 국채·해외 크레딧·해외 대체투자 비중이 높아진 반면, 환위험 헤지 비용이 투자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환헤지 비용은 한미 금리차에 연동되므로, 글로벌 금리 시장 환경이 국내 보험사 해외 투자 수익률에 직접 영향을 준다.
보험업법 시행령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한도를 자산 유형·거래 상대방·특정 자산 집중도별로 규제한다. K-ICS 자산집중위험 요구자본은 단일 거래상대방에 대한 익스포저가 클수록 증가한다. 보험사는 이 규제를 감안하여 채권 발행사별 한도, 부동산·사모펀드 집중도 등을 관리한다. 예금자보호 한도 1억 원(2025년 상향)은 보험사의 단기 유동성 운용처(예금·MMF) 다변화에도 영향을 준다(2026.6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