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은 옵션의 가격을 매기는 최초의 모형이자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모형이다. 이 모형과 그에 딸린 콜·풋 옵션 공식은 금융 이론과 실무를 혁신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살아 있는 창안자인 머튼(Merton)과 숄즈(Scholes)는 그 공로로 1997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블랙과 숄즈, 그리고 머튼은 동적 헤지(dynamic hedging)라는 핵심 개념을 도입했다. 이는 옵션의 만기 지급액(payoff)을 기초자산을 사고파는 거래전략으로 복제한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자산가격이 로그정규(log-normal) 동학을 따른다는 가정 아래 식을 유도하여, 유럽형 콜·풋 옵션 가격에 대한 명시적 공식을 얻었다.
놀랍게도 이 공식(과 그 변형들)은 지난 30년간 주식·통화 시장에서 업계 표준으로 살아남았다. 공식이 기대는 가정들이 다소 비현실적임에도, 이 공식으로 계산한 옵션가격은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옵션가격과 상당히 가깝다. 어느 정도는 이 일치가 단지 블랙–숄즈 모형이 그만큼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블랙과 숄즈는 균형이론인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을 사용해 옵션가격에 대한 방정식을 유도했고, 가치평가 목적에서는 옵션의 기대수익률을 무위험이자율과 같다고 둘 수 있다는 통찰을 얻었다. 머튼은 CAPM 없이도 동적 헤지를 통해 같은 모형을 유도할 수 있음을 보였으며, 무차익(no-arbitrage)과 이토(Itô) 적분에 기반한 일반적 옵션가격 이론을 세웠다. 이후 해리슨–크렙스, 해리슨–플리스카의 연구는 파생상품 이론을 마팅게일과 확률적분의 언어로 기술할 수 있음을 보여, 현대 수리금융의 토대를 놓았다.
블랙–숄즈의 통찰은 "옵션의 위험은 기초자산을 적절한 비율로 사고팔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위험을 완전히 헤지할 수 있으면 옵션의 가격은 투자자의 위험선호와 무관하게 유일하게 정해진다. 그래서 옵션가격에는 자산의 기대수익률 μ가 아니라 무위험이자율 r과 변동성 σ만 들어간다.
옵션(option) 또는 파생상품(derivative)은 그 가치가 다른 기초 변수(underlying)의 값에 의존하는 증권이다. 그 가치는 다른 값으로부터 파생되거나 다른 값에 따라 좌우된다. 전형적인 기초자산은 주식, 주가지수, 외화, 원자재이며, 최근에는 에너지나 심지어 날씨에 대한 옵션도 거래된다.
블랙과 숄즈의 분석 대상은 유럽형 콜·풋 옵션이었고, 이 글의 초점도 같다. 행사가격 K, 만기 T, 가격 P인 자산에 대한 유럽형 콜옵션은 보유자에게 만기 T에 자산 1단위를 가격 K로 살 권리(의무는 아님)를 준다. 행사가격과 만기는 옵션을 발행하는 시점(시각 0으로 생각)에 정해진다.
만기 T에 자산가격이 행사가격 K보다 높으면 옵션을 행사하여, K에 사서 시장에 PT로 팔아 PT−K의 이익을 얻는다. 자산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낮으면 옵션은 보유자에게 가치가 없다. 유럽형 콜옵션 보유자의 만기 지급액은 다음과 같다.
유럽형 풋옵션은 보유자에게 만기 T에 자산을 행사가격 K로 팔 권리를 준다. 같은 논리로 풋옵션 보유자의 지급액은 다음과 같다.
콜과 풋은 모두 f(PT) 꼴 지급액의 특수한 경우이며, 이들 지급액은 오직 만기 T의 자산가격에만 의존한다. 옵션가격 결정은 이 불확실한 미래 지급액을 오늘 값으로 매기는 문제, 즉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래에 합의할 가격을 구하는 문제다. 이는 무차익(no-arbitrage)이 성립하는 효율적 시장이라는 가정 아래 이루어진다. 무차익이란 아무것도 없이 돈을 버는 기회가 없다는 것, 또는 두 포트폴리오가 미래에 같은 현금흐름을 주면 오늘 같은 가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콜옵션의 가격은 기초자산 가격 자체보다 높을 수 없다. 만약 높다면, 콜을 팔고 주식·무위험자산을 사는 차익거래로 만기에 위험 없는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블랙–숄즈 옵션가격 모형이 기대는 가정들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μ는 자산 P의 순간 기대수익률, σ는 순간 변동성으로 둘 다 상수이고, W는 표준 브라운운동(위너 과정)이다. 이 동학에 따르면 자산가격 P는 로그정규분포를 따르며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여기서 p = Pt는 현재 자산가격이고, N(x)는 표준정규분포의 누적분포함수다. 머튼은 확률적 이자율과 배당을 허용하여 이 가정들 일부를 완화했으나, 고전적 가정은 위와 같으며 이 글도 이를 따른다.
위 SDE는 "수익률의 증분 dP/P가 평균 μdu에 무작위 충격 σdW를 더한 것"이라는 뜻이다. 이렇게 움직이는 가격을 기하 브라운운동이라 부른다. 가격 자체가 아니라 로그 가격이 정규분포를 따르므로 가격은 항상 양수이고, 분포는 오른쪽으로 긴 꼬리를 갖는 로그정규분포가 된다.
현재 자산가격 p, 행사가격 K, 무위험이자율 r, 변동성 σ, 만기 T에 대한, 시각 t(0 ≤ t ≤ T)에서의 유럽형 콜옵션 가격에 대한 블랙–숄즈 공식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이다. 같은 모수에 대한 유럽형 풋옵션 가격은 다음과 같다.
각 모수가 콜가격에 미치는 효과를 다른 모수를 고정한 채 살펴볼 수 있다. r과 σ는 모형 모수, K와 T는 콜옵션 계약 명세에서 오는 값, t와 p는 현재 상태로 생각하면 좋다. 현재 자산가격 p와 행사가격 K는 옵션의 내가격 정도(moneyness)를 결정한다. p가 K보다 훨씬 작으면 옵션가치는 작고 외가격(out of the money)이며, p가 K보다 훨씬 크면 옵션은 옵션성을 많이 잃고 선도계약처럼 되어 거의 확실히 행사된다.
현재 시각과 만기는 공식에 오직 T−t 형태로만 나타난다. 만기가 가까워질수록(T−t가 작아질수록) 자산가격이 멀리 움직일 가능성이 줄어, 콜가격은 (p−K)+에 가까워진다. 블랙–숄즈 콜은 자산이 더 변동성이 클수록 더 비싸다. 한편 무위험이자율 r은 옵션 보유자에게 가는 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낮추므로 r이 오르면 콜가격이 떨어지지만, 동시에 기초자산의 추세(drift)도 r과 함께 커져 콜가격을 끌어올린다. 후자의 효과가 우세하다.
콜가격 식 (콜)과 풋가격 식 (풋), 그리고 N(x)+N(−x)=1을 이용해 Fc−Fp를 정리하면?
Fc−Fp = p[N(d1)+N(−d1)] − Ke−r(T−t)[N(d2)+N(−d2)] = p − Ke−r(T−t). 이것이 풋–콜 패리티로, 콜과 풋 가격은 무차익에 의해 서로 묶여 있음을 보여준다.
블랙–숄즈 가격 공식은 동적 헤지 논리에 기반한다. 즉, 가격이 그 가격인 이유는 자산을 거래하여 위험을 헤지로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옵션과 자산 자체를 결합하여 무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다. 콜의 경우, 이 포트폴리오는 콜 −1단위와 다음 단위의 자산으로 이루어진다.
즉, 트레이더가 콜을 매도(short)한 상태라면 델타 헤지를 위해 시간에 걸쳐 자산 N(d1)단위를 매수(long)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반대로 콜을 매수한 상태라면 자산 N(d1)단위를 매도(즉 자산 공매도)하는 것이 델타 헤지다. 풋을 매도한 상태는 자산 (1−N(d1))단위 매도 포지션으로 헤지하고, 풋을 매수한 상태는 자산 1−N(d1)단위 매수 포지션으로 델타 헤지한다.
델타 Δ = ∂Fc/∂p = N(d1)는 자산가격이 1만큼 변할 때 옵션가격이 얼마나 변하는지를 나타내는 민감도다. 옵션을 발행(매도)한 사람이 자산 Δ단위를 보유하면, 자산가격의 작은 움직임에 대해 옵션 손익과 자산 손익이 서로 상쇄되어 포트폴리오가 순간적으로 위험 없는 상태가 된다. 가격이 움직이면 Δ도 변하므로 보유량을 계속 조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동적(연속) 헤지다.
해리슨과 플리스카는 옵션가격을 마팅게일 방법으로, 즉 할인된 가격과정을 마팅게일로 만드는 동등마팅게일측도(equivalent martingale measure) 아래에서의 할인기대값으로 계산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를 위해 자기금융(self-financing) 전략 개념이 필요하다. 시각 u에 위험자산 Pu를 αu단위, 무위험채권 Bu를 βu단위 보유하는 전략 (αu, βu)를 생각하자. 그 부(富) 과정이 φu = αuPu + βuBu일 때, 전략이 다음을 만족하면 자기금융이라 한다.
즉 포트폴리오 가치의 순간 변화 dφu가 순간 투자이득과 같다는 뜻이다. 이는 자산·채권 보유량의 가치 변화 외에 어떤 추가 자금도 부 과정에 들어오거나 빠지지 않음을 의미한다. 옵션은 만기 T 전에 현금흐름이 없으므로 이 조건이 성립해야 한다.
이 접근에서는 할인가격과정 Zu = Pu/Bu가 마팅게일이 되도록 실세계 측도와 동등한 측도 Q를 정의한다. 기르사노프(Girsanov) 정리에 의해 WQu = Wu + ((μ−r)/σ)u는 Q 아래의 브라운운동이 되고, Q 아래에서 자산은 다음을 따른다.
따라서 Q 아래에서 자산 P의 수익률은 무위험이자율 r이 된다. 마팅게일 표현정리에 의해, 옵션 지급액을 복제하는 자기금융 전략이 존재함을 보일 수 있고, 무차익에 의해 옵션과 그 복제 포트폴리오는 오늘 같은 값을 가져야 한다. 그러므로 시각 t에서의 무차익 옵션가격은 다음과 같다.
이것을 옵션의 위험중립 가치평가(risk-neutral valuation)라 한다. 위험중립 세계에서 자산의 기대수익률은 r이므로, 블랙–숄즈 옵션가격은 마치 투자자가 위험중립 세계에 있는 것처럼 계산된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서로 다른 위험태도를 가지며 위험자산에 무위험이자율보다 높은 기대수익을 기대하지만, 이는 옵션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모든 위험을 헤지로 없앨 수 있기 때문이다. 콜·풋 지급액에 대해 이 기대값을 명시적으로 계산하면 앞의 블랙–숄즈 공식이 나온다.
실세계 측도에서 자산은 추세 μ로 자라지만, 측도를 Q로 바꾸면 추세가 r로 바뀐다. Q는 가공의(인위적) 확률이지 실제 확률이 아니다. 그래도 가격 계산에는 Q가 옳은데, 위험을 완전히 헤지할 수 있는 시장(완비시장)에서는 가격이 투자자의 위험선호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위험에 무관심한 척" 계산해도 답이 같다.
마팅게일 접근 외에, 다른 여러 방법으로 같은 가격을 유도할 수 있다. 자산과 무위험채권으로 명시적 복제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무위험 포트폴리오 방법에서는, 자산 au단위와 채권 bu단위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지급액 f(PT)를 복제하도록 요구한다. 옵션가치가 시간과 자산가격만의 함수 F(u, Pu)라 두고 이토(Itô) 공식을 적용한 뒤, 자기금융 조건의 계수를 맞추면 다음 블랙–숄즈 편미분방정식(PDE)을 얻는다.
경계조건(만기조건)은 다음과 같다.
콜옵션 가격은 f(p) = (p−K)+로 두고 이 PDE를 풀어 얻는다. 위험중립 기대값 가격이나 PDE 모두, 자산의 기대수익률 μ에 의존하지 않고 무위험이자율 r과 변동성 σ에만 의존한다. 블랙과 숄즈의 원래 논문에는 자산과 옵션으로 무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또 다른 방법과, CAPM이 성립한다고 가정하는 균형 접근도 있는데, 모두 같은 PDE로 이어진다. PDE 접근과 마팅게일 접근은 파인만–칵(Feynman–Kac) 공식으로 연결되어, PDE의 해가 위험중립측도 Q 아래에서의 할인기대값과 같음을 보인다.
블랙–숄즈 가격은 (1) 마팅게일·위험중립 기대값, (2) 자산–채권 복제로 얻는 PDE, (3) CAPM 균형 논리 — 어느 길로 가도 같은 공식이 나온다. 마팅게일 방법은 매우 일반적이어서 이색옵션·경로의존옵션까지 곧바로 확장되지만 복제전략 au를 명시적으로 주지는 않는다. 반면 무위험 포트폴리오 방법은 헤지 전략을 명시적으로 준다.
옵션가격을 각 모수로 미분한 민감도들을 그릭스(Greeks)라 한다. 자산가격에 대한 1차 민감도가 델타 Δ = N(d1)이고, 그 밖에 감마(자산가격에 대한 2차 민감도), 베가(변동성 민감도), 세타(시간 민감도), 로(이자율 민감도) 등이 있다. 이들은 옵션 포지션의 위험을 측정·관리하는 도구다.
기본 모형은 여러 방향으로 확장된다. 만기 전 언제든 행사할 수 있는 미국형 옵션의 가격은 행사시점 τ에 대해 최대화한 값으로, 위험중립측도 아래에서 πt = sup0≤τ≤T EQ(e−rτ f(Pτ) | Ft)로 주어진다. 룩백·평균·배리어·디지털 같은 이색(exotic) 옵션도, 로그정규 가정 아래 일부는 명시적으로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자산가격을 dPu = μPu du + σPγu dWu로 모형화하는 CEV 모형 등 다른 완비모형으로도 확장된다.
블랙–숄즈 모형은 완비시장(complete market) 모형의 한 예다. 기술적 가정 아래에서 무차익은 동등마팅게일측도의 존재와 동치이고, 완비성은 모든 지급액이 자기금융 전략으로 복제될 수 있다는 성질로서 옵션가격을 유일하게 결정한다. 완비시장 모형은 옵션가격을 매기는 유일한 동등마팅게일측도를 가진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모형들은 대부분 불완비(incomplete)여서 무위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없고, 옵션가격이 여러 개일 수 있다. 실제 가격은 로그정규를 따르지 않으므로 점프 모형으로 확장되었고, 변동성도 일정하지 않아(거래되는 옵션가격을 역산한 내재변동성이 행사가·만기에 따라 달라지는 현상이 관찰된다) 변동성이 별도의 확률과정을 따르는 확률변동성 모형이 제시되었다. 또한 거래비용과 시장의 비연속성 때문에 완전한 복제가 늘 가능하지는 않다.
블랙–숄즈로 대표되는 옵션가격 이론은 국내에서 변액보험의 최저보증(GMxB) 평가에 직접 쓰인다. 최저사망보증·최저적립보증은 가입자에게 풋옵션을 부여한 것과 같아, 시장정합적으로 평가하고 헤지해야 한다. IFRS17은 이러한 내재 옵션·보증을 시장정합 가정으로 측정하도록 요구하므로, 옵션가격 모형과 위험중립 시나리오가 필수다.
다만 보험의 보증은 만기가 길고 사망·해지 등 비금융위험이 섞여 단순 블랙–숄즈 가정(일정 변동성·완비시장)을 그대로 쓰기 어렵다. 실무에서는 확률변동성·금리모형을 결합한 ESG로 확장하고, 델타·로 헤지로 시장위험을 관리한다. 본문의 무차익·복제 논리가 이 헤지 전략의 근거가 된다.
변액·금리연동 상품의 최저보증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발행한 옵션이다. 시장이 나쁠수록 보증비용이 커지므로, 옵션가격 모형으로 시가평가하고 K-ICS 시장위험 요구자본을 산정하며 필요 시 동적 헤지를 운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