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상품의 시장가치(공정가치) 계산에서 이자율의 기간구조는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이때 확정 현금흐름(fixed cash flows)과 우발 현금흐름(contingent cash flows)을 구분해야 한다. 확정 현금흐름은 경제 상태에 의존하지 않는 현금흐름(사망률 등 보험위험에는 노출되나 시장위험에는 영향받지 않음)으로, 이를 정확히 복제하는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차익거래 불가 논증에 의해 그 시장가치는 현금흐름을 시장 기간구조로 할인한 값과 같아진다.
우발 현금흐름은 경제 상태에 의존하므로 시장위험에 노출된다(예: 최저수익보증 변액계약, 보증연금계약). 그 복제 포트폴리오는 동적 매매전략(dynamic trading strategy)을 필요로 하며, 그 시장가치는 차익거래 불가 가격결정 모형으로 구한다. 특히 중요한 부류가 이자율에 의해 결정되는 현금흐름이다. 생명보험 상품의 가장 중요한 시장위험 요인은 대개 금리위험이다. 금리 연계 우발 청구권의 가격을 매기려면 현재 기간구조만으로는 부족하고, 기간구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진화하는지(기간구조 모형)도 모형화해야 한다.
전통적으로 기간구조 모형은 순간이자율(instantaneous interest rate)에 초점을 맞춰 왔다. 수학적으로는 편리하지만, 순간이자율은 실무에서 관측되지 않는다는 큰 단점이 있어, 이런 모형은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금리파생상품에 대한 닫힌 형태(closed-form) 공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복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려면 기간구조 모형을 시장에서 매일 호가되는 이자율에 기초하게 하는 편이 낫다. 이렇게 호가 이자율을 출발점으로 삼는 모형 부류가 최근 개발되었고, 오늘날 시장모형(Market Models)으로 알려져 있다.
바시첵·CIR 같은 전통 모형은 관측 불가능한 순간이자율 r(t)를 모형화한다. 반면 시장모형은 시장에서 실제로 호가되고 거래되는 이산 선도 LIBOR·스왑이자율을 직접 모형화한다. 그래서 캡·스왑션 가격이 트레이더가 쓰는 블랙 공식(Black's formula)과 정확히 일치한다 — 모형이 시장 관행과 어긋나지 않는다. 이 "시장 정합성"이 시장모형이 실무에서 표준이 된 이유다.
이자율 경제에서 거래되는 자산은 만기가 서로 다른 할인채(discount bond)들이다. 만기 T에 1을 지급하는 할인채의 시점-t 가치를 DT(t)로 표기한다. 일정 기간 자금을 예치하면 그 기간에 벌어들이는 이자는 LIBOR 이자율로 호가된다(LIBOR = London InterBank Offered Rate, 은행 간 차입·대여 호가 금리). 길이 ΔT의 기간 말에 받는 이자는 αL이며, α≈ΔT는 발생계수(accrual factor)이다.
선도 LIBOR 이자율 LTS(t)는 시점 t에 구간 [T,S]에 대해 계약할 수 있는 이자율로, 다음 관계로 정의된다.
L에 대해 풀면
이다. 여기서 T는 선도 LIBOR의 만기(maturity), (S−T)는 만기간격(tenor)이라 한다. 시점 T에 LTS(T)는 고정(set)되어 현물 LIBOR가 된다. 대부분의 시장에서는 특정 만기간격 ΔT(USD는 3개월, EUR는 6개월 등)의 선도 LIBOR만 활발히 거래된다. 그래서 이 만기간격을 가진 N개의 선도 LIBOR Li(t)=LTi,Ti+1(t), Ti=iΔT를 두고, 대응하는 할인계수를 Di(t)=DTi(t)로 표기한다.
캐플릿(caplet)은 LIBOR 이자율에 대한 옵션으로, 높은 이자율에 대한 보호로 볼 수 있다. LIBOR Li가 수준 K 위로 고정되는 것을 막아 주는 캐플릿이 시점 Ti+1에 주는 보수(payoff)는 다음과 같다.
이는 Li(Ti)>K일 때 보장지급 αiK와 실제 LIBOR 지급 αiLi(Ti)의 차이와 같으므로, 캐플릿은 LIBOR에 대한 콜옵션이다. 할인채 Di+1(t)를 뉴메레르(numeraire)로 잡고 그에 대응하는 측도 Qi+1 하에서 작업하면, 보수를 뉴메레르로 나눈 값이 마팅게일이 되어
를 얻는다. 트레이더의 시장표준 가정은 Li(Ti)가 로그정규분포(log-normal)를 따른다는 것이다. 이 가정 하에서 기대값을 명시적으로 계산하면 다음 블랙 공식(Black's formula)을 얻는다.
여기서
이고 σi는 log Li(Ti)의 표준편차이다. LIBOR에 대한 풋옵션인 플로어릿(floorlet)의 가격도 같은 논리로
이다. 즉 캐플릿·플로어릿의 시장표준 가격공식은 원래 블랙(Black)이 유도한 블랙 공식이다.
캐플릿의 보수는 시점 Ti+1에 일어난다. 그래서 그 시점 만기의 할인채 Di+1를 뉴메레르로 고르면, 그에 딸린 선도측도 Qi+1 하에서 Li(t)가 마팅게일(드리프트 0)이 된다. 드리프트가 없으니 Li를 로그정규로 두면 기대값이 깔끔히 닫힌 형태(블랙 공식)로 나온다. 핵심 아이디어: 각 이자율마다 그 이자율을 마팅게일로 만드는 "자기만의 측도"가 있다.
이자율스왑(interest-rate swap)은 변동이자 지급(LIBOR 기반, 변동지급부=floating leg)과 고정이자 지급(고정지급부=fixed leg)을 교환하는 계약이다. 고정지급부를 내고 변동지급부를 받으면 지급자스왑(payer swap), 반대면 수취자스왑(receiver swap)이다. 시점 Ti+1의 변동지급 αiLi(Ti)의 현재가치는 Qi+1 하 마팅게일성을 이용해 Di(t)−Di+1(t)로, 고정지급 αiK의 현재가치는 Di+1(t)αiK로 주어진다. 이를 합하면 Tn에 시작해 TN에 끝나는 지급자스왑의 가치는 (Dn−DN)−KΣαiDi+1 이다.
시장에서는 스왑을 가치가 0이 되게 하는 고정이자율 K로만 호가하며, 이를 파(par) 스왑이자율 yn,N(t)라 한다. Vswap(t)=0이 되도록 풀면
를 얻는다. 분모는 발생계수 또는 PVBP(Present Value of a Basis Point)라 하며 Pn+1,N(t)로 표기한다. 파 스왑이자율을 이용하면 고정이자율 K인 지급자스왑의 가치는 다음과 같다.
PVBP는 거래가능 자산들의 포트폴리오이고 항상 양(+)이므로, 이를 뉴메레르로 사용할 수 있다. PVBP Pn+1,N(t)를 뉴메레르로 잡으면 그에 딸린 측도 Qn+1,N(스왑측도) 하에서 파 스왑이자율 yn,N(t)는 마팅게일이 된다. 스왑션(swaption)은 시점 Tn에 고정이자율 K인 스왑에 들어갈 권리(의무 아님)이다. 지급자스왑션의 시점-Tn 가치는 max{Vpswap(Tn),0}이며, 마팅게일성에서
를 얻는다. yn,N(Tn)가 로그정규라는 시장표준 가정 하에서 기대값을 명시적으로 계산하면, 다시 블랙 공식이 나온다.
여기서 d1,d2는 캐플릿과 같은 형태이고 σn,N는 log yn,N(Tn)의 표준편차(내재변동성×√Tn)이다. 다만 LIBOR와 스왑이자율을 동시에 로그정규로 가정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모순임에 유의해야 한다(아래 5절).
캐플릿은 Di+1을, 스왑션은 PVBP를 뉴메레르로 쓴다. 왜 다른가?
옵션의 기초가 되는 이자율을 마팅게일로 만들어 주는 자산이 다르기 때문이다. 캐플릿의 기초는 단일 LIBOR Li인데, Li를 마팅게일로 만드는 것은 Di+1이다. 스왑션의 기초는 파 스왑이자율 yn,N인데, yn,N=(Dn−DN)/PVBP 이므로 분모인 PVBP를 뉴메레르로 잡아야 yn,N이 마팅게일이 된다. 적절한 뉴메레르를 고르면 두 경우 모두 보수의 기대값이 블랙 공식으로 깔끔히 떨어진다.
앞 절의 가격결정은 뉴메레르를 영리하게 고름으로써 각 이자율을 블랙 공식과 정합적으로 매겼지만, 단일 이자율에만 통한다는 단점이 있다. 더 복잡한 파생상품을 다루려면 모든 이자율의 진화를 같은 확률측도 하에서 동시에 모형화해야 한다. 이 구성이 시장모형으로 이어진다. LIBOR 시장모형(LIBOR Market Model)은 선도 LIBOR Li의 과정을 다음으로 가정한다.
여기서 Wi+1(t)는 측도 Qi+1 하의 브라운운동이다. Li(t)가 Qi+1 하 마팅게일이므로 SDE에 드리프트 항이 없다. σi(t)가 결정적이면 Li(t)는 Qi+1 하 로그정규이며, log Li(t)의 표준편차는
이다. 따라서 이 가정 하에서 LIBOR 시장모형의 캐플릿·플로어릿 가격은 시장 가격공식 (블랙 공식)과 정확히 일치한다.
모든 LIBOR를 같은 측도로 가져오려면 측도 변경 dQi/dQi+1을 고려한다. 뉴메레르 변경 정리(Change of Numeraire Theorem)를 이용하면 두 측도 하 브라운운동 사이에 다음 관계가 성립한다.
N개의 LIBOR를 한꺼번에 다루기 위해 마지막 할인채 DN+1(t)를 뉴메레르로 잡고 종단측도(terminal measure) QN+1 하에서 작업한다. 이 측도 하에서 종단 LIBOR LN(t)는 마팅게일이다. (20)을 반복 적용하면 종단측도 하에서 Li(t)는 다음 과정을 따른다.
종단 LIBOR LN을 제외한 모든 LIBOR는 종단측도 하에서 더 이상 마팅게일이 아니며, 더 긴 만기의 선도 LIBOR들에 의존하는 드리프트 항을 가진다. 이 SDE는 해석적으로 풀 수 없어 몬테카를로 등 수치방법으로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위 유도는 훨씬 일반화될 수 있다. 종단측도의 선택은 임의적이며(양의 가격을 가진 어떤 거래가능 증권도 뉴메레르가 될 수 있음), 여러 개의 브라운운동으로 구동하는 다인자 LIBOR 시장모형도 어렵지 않게 세울 수 있다.
각 Li는 "자기 측도" Qi+1 하에서만 드리프트가 0이다. 그런데 여러 이자율을 같이 시뮬레이션하려면 하나의 공통 측도(예: 종단측도 QN+1)로 모아야 한다. 종단측도는 LN의 자기 측도일 뿐이라, 다른 Li들은 측도가 "어긋나" 드리프트가 생긴다. 그 드리프트는 뉴메레르 변경 정리로 정확히 계산되며, 더 긴 만기 LIBOR들에 의존한다. 식이 복잡해 닫힌 해가 없으므로 몬테카를로로 푼다.
스왑션 가격은 각 파 스왑이자율 yn,N(t)를 그 자신의 측도 Qn+1,N 하에서 모형화해 유도했다. 더 복잡한 파생상품의 가격을 매기려면 모든 스왑이자율을 단일 측도 하에서 동시에 모형화해야 하는데(스왑 시장모형), 모든 스왑이자율에 동시에 분포를 지정할 수는 없다. N+1개의 지급일이 있으면 N+1개의 할인계수를 모형화할 수 있고, 그중 하나를 뉴메레르로 쓰면 N개의 자유도가 남으므로 N개의 파 스왑이자율(스패닝 스왑이자율, spanning swap rates)만 모형화할 수 있다. 스패닝 스왑이자율만 자기 측도 하에서 로그정규로 둘 수 있고, 나머지 스왑이자율의 분포는 거기서 결정되어 일반적으로 로그정규가 아니다. 따라서 로그정규 LIBOR 시장모형과 로그정규 스왑 시장모형은 서로 비정합적(inconsistent)이다.
캐플릿과 스왑션 가격을 LIBOR 시장모형으로도, 스왑 시장모형으로도 계산할 수 있으므로 어느 쪽이 실무에서 더 나은지 실증할 수 있다. USD 자료를 이용한 연구는 LIBOR 시장모형이 캐플릿·스왑션 가격을 훨씬 잘 설명함을 보였다. LIBOR와 스왑이자율을 동시에 로그정규로 두는 것이 수학적으로 모순이긴 하나, 로그정규 LIBOR에서 함의되는 스왑이자율의 분포가 로그정규로 매우 근사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실무에서는 LIBOR 시장모형으로 로그정규 LIBOR와 스왑이자율 동학을 모두 기술할 수 있다. 이 근사의 바탕에는 선도 스왑이자율을 선도 LIBOR의 가중평균으로 다시 쓸 수 있다는 관찰이 있다.
가중치 wi(t)는 확률적이지만 그 변동성이 선도 LIBOR의 변동성에 비해 무시할 만하므로, 선도 스왑이자율의 변동성은 LIBOR 바스켓의 성질을 분석해 근사할 수 있다.
LIBOR 시장모형은 LIBOR·스왑 변동성에 동시에 보정(calibration)할 수 있다. 보정하려면 선도 LIBOR들의 변동성 함수와 구동 브라운운동들의 상관행렬을, 캐플릿·스왑션의 시장가격이 모형으로 재현되도록 지정해야 한다. 이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용도에 따라 보정 절차가 달라진다. 많은 트레이더는 이색옵션 가격결정을 위해 모든 캐플릿·스왑션 시장가격에 정확히 맞추기(exact fit)를 고집하지만, 계량경제학적으로는 모든 관측가격에 정확히 맞추면 과적합(overfitting)이 되어 변동성·상관 모수 추정이 불안정해진다. 따라서 위험관리 목적이라면 시간에 걸쳐 안정적인, 절약적(parsimonious)인 모형을 가용 시장가격에 최대한 맞추는 편이 낫다. 보정 후에는 종단측도 하 SDE를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하여 관심 있는 금리파생상품의 가치를 계산한다.
여기서 제시한 표준 LIBOR 시장모형은 모든 이자율이 로그정규이고 단일 통화인 경우다. 이는 여러 방향으로 확장된다. (1) 서로 다른 통화의 지급을 가진 금리파생상품으로의 다통화(multicurrency) 확장은 비교적 단순하다. (2) 더 어려운 문제는 현실의 이자율이 로그정규를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장참가자는 행사가격별로 다른 내재변동성을 써서 블랙 공식을 보정하는데, 이를 행사가격에 대해 그리면 변동성 스마일(volatility smile)이 나타난다. 캐플릿·스왑션 시장가격을 진정으로 재현하려면 이 스마일 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스마일을 담으면서도 다루기 쉬운 LIBOR 시장모형의 확장이 도전 과제이며, 여러 제안이 있으나 아직 많은 연구가 남아 있다.
가격결정(트레이딩)에는 모든 시장가격에 정확히 맞추는 보정이 좋다 — 기초자산 가격을 잘못 매기면 그 위에 얹은 이색옵션도 틀어지기 때문이다. 반면 위험관리에는 모수가 시간에 따라 안정적인 편이 중요하므로, 일부러 단순한 모형으로 적당히만 맞춘다. 정확성과 안정성은 상충(trade-off)하며, 용도에 맞춰 선택한다.
시장모형(Market Models)은 국내 보험사가 변액보험 보증(GMxB) 및 이자율 파생상품 가격결정에 실제로 사용하는 핵심 도구다. 국내 IFRS17 규정에서 보험부채 할인율을 결정할 때, 금감원이 고시하는 기간구조 할인율(원화 금리 기간구조)은 시장에서 관측된 이자율 스왑 및 국채 수익률을 기반으로 구성된다. 이는 시장모형이 "관측 가능한 시장 금리로부터 직접 모형을 구성한다"는 철학과 정확히 일치한다.
생명보험사의 변액연금에 포함된 최저연금적립금보증(GMAB), 최저사망급부보증(GMDB) 등 변액보증은 옵션 성격의 우발 현금흐름이다. 이들의 공정가치 산출에는 LIBOR Market Model(LMM) 또는 헐–화이트(Hull–White) 모형 등 시장모형 기반의 확률적 시뮬레이션이 사용된다. K-ICS의 변액보증 시장위험 요구자본 역시 충격 시나리오(주가하락·금리하락)를 적용하여 계산된다.
국내 보험사가 활용하는 ESG(경제시나리오발생기)는 시장모형을 근간으로 한다. IFRS17 평가를 위한 위험중립 ESG(Risk-Neutral ESG)는 캡·스왑션 등 시장 호가 데이터를 캘리브레이션 기준으로 사용하여, 관측 가능한 옵션가격이 모형과 일관되도록 보정한다. 이 과정이 바로 본문에서 설명하는 "시장에서 매일 호가되는 이자율을 출발점으로 삼는" 시장모형의 실무 적용이다.
국내 보험사는 IFRS17·K-ICS 목적의 위험중립 ESG를 직접 구축하거나 외부 벤더(Moody's Analytics, FIS 등)의 솔루션을 사용한다. 금감원은 ESG의 시장정합성 검증을 요구하며, 대표적 기준이 캡·스왑션 가격의 블랙 공식 대비 재현성이다. 시장모형(LMM 계열)이 이 검증에서 유리한 이유는 블랙 공식과 수학적으로 일치하는 닫힌 형태 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