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비(complete) 또는 불완비(incomplete) 시장의 개념을 간단한 1기간 예로 소개한다. 투자 가능한 자산이 n개 있고, 각각 시각 0에서 단위가격이 1이라 하자. 시각 1에는 m개의 결과(상태) ω1, …, ωm 가운데 하나가 실현된다. 자산 i는 시각 1에서 가격 Si를 가지며, 이 확률변수 Si는 결과 ωj가 일어나면 값 sij를 가진다(i=1,…,n; j=1,…,m).
시각 0에 자산 i를 xi단위 보유한다고 하면, 포트폴리오 가치는 다음과 같다.
이제 시각 1에서 결과 j가 일어날 때 값 sn+1,j를 갖는 새 자산 n+1을 시장에 도입한다고 하자. "이 자산은 시각 0에 어떤 가격으로 거래되어야 하는가?"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물음은 이것이다. 모든 결과 ω1, …, ωm에서 V(1) = Sn+1이 되도록 하는 포트폴리오 (x1, …, xn)이 존재하는가? 즉, 다음 연립방정식을 만족하는 x1, …, xn이 있는가?
이것은 xi를 미지수로 하는 연립방정식이다. 가능한 모든 지급액 Sn+1에 대해 이 연립방정식을 풀 수 있으면, 시장은 완비(complete)라 한다. 이때 새 증권은 중복(redundant)이다 — 기존 자산들로 할 수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전혀 제공하지 못한다.
완비시장이란 어떤 미래 지급액(파생상품, 보험금 등)이 주어져도, 기존 자산들을 적절히 사고파는 자기금융 전략으로 그 지급액을 똑같이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이다. 이렇게 "복제 가능한" 지급액을 도달가능(attainable)하다고 한다. 위 연립방정식이 모든 우변에 대해 풀린다는 것은, 상태의 수 m만큼 서로 독립적인 자산이 있어 모든 상태별 지급액을 자유롭게 빚어낼 수 있다는 뜻이다.
또한 무차익 원리 때문에, 이 새 증권의 시각 0 가격은 시각 1의 가치를 복제하는 포트폴리오의 시각 0 가치와 같아야 한다. 즉,
이다. 만약 이 연립방정식을 풀 수 없으면 시장은 불완비(incomplete)라 한다. 이 단순 모형에서 n < m이면 시장은 반드시 불완비다. 또한 n ≥ m이라도 행렬 (sij)의 계수(rank)가 m보다 작으면 역시 불완비다.
이제 이 1기간 모형보다 더 일반적인 설정에서 기존 자산 집합을 생각하자. 다시 새 자산을 시장에 도입할 때, 기존 자산을 이용한 거래·헤지 전략으로 그 새 자산의 지급액을 정확히 복제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이것이 모든 새 자산에 대해 참이면 시장은 완비라 하고, 어떤 자산을 복제할 수 없으면 시장은 불완비라 한다.
금융의 기본정리에 따르면, 무차익은 할인가격을 마팅게일로 만드는 동등마팅게일측도(EMM) Q의 존재와 동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장이 완비인 것은 그러한 Q가 유일한 것과 동치다. 모든 지급액을 복제할 수 있으면 그 가격이 하나로 정해지고, 따라서 위험중립측도도 하나뿐이다. 반대로 복제할 수 없는 지급액이 있으면 가격이 한 점이 아니라 구간이 되고, 그에 대응해 Q도 여러 개가 된다.
완비시장에서는 임의의 우발청구권(파생상품) H의 가격이 위와 같이 유일한 EMM Q 아래의 할인 기대값으로 정해진다. 불완비시장에서는 이런 Q가 여러 개이므로 가격이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완비·불완비 시장의 개념은 파생상품 가격결정에서 특히 중요하다. 시장이 완비이면(예: 이항모형(binomial model) 또는 블랙–숄즈–머튼 모형), 무차익 원리에 의해 파생상품에는 유일한 가격이 존재해야 한다. 그 가격은 파생상품 지급액을 복제하는 데 쓸 수 있는 포트폴리오의 가치와 같다.
시장이 불완비이면, 일부 파생상품 지급액은 복제할 수 없다. 이 경우 그 새 파생상품에 대해 무차익과 모두 양립하는 가격의 구간(range)이 존재한다. 즉 단 하나의 가격이 아니라 여러 가격이 허용된다.
한 기간 동안 주가가 상태 두 개(상승 uS / 하락 dS)만 갖는다(m=2). 거래 자산은 주식과 무위험채권 둘(n=2)이다. 이 시장은 완비인가?
상태 수 m=2, 독립 자산 수 n=2이고 지급행렬의 계수가 2이므로, 어떤 만기 지급액(상태별 두 값)도 주식과 채권으로 복제할 수 있다 — 완비다. 따라서 그 위에 얹은 콜옵션 등 파생상품의 가격은 복제포트폴리오 비용으로 유일하게 정해지고, 이는 위험중립확률에 의한 할인기대값과 같다.
완비: 이항모형, 블랙–숄즈–머튼 모형 — 자산과 채권만으로 모든 위험을 복제·헤지할 수 있어 가격이 유일하다. 불완비: 점프(도약) 모형, 확률변동성 모형 — 복제할 수 없는 위험원이 남아 무차익과 양립하는 가격이 여러 개이며, 가격결정에 추가 가정(효용·시장가격 등)이 필요하다.
완비시장 가정은 IFRS17의 시장정합(market-consistent) 평가가 서 있는 이론적 전제다. 모든 보수를 거래가능 자산으로 복제할 수 있다면 유일한 무차익 가격이 존재하고, 변액보증 같은 내재옵션도 복제·헤지로 가치를 정할 수 있다. 국내 보증 평가가 위험중립 시나리오로 수행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보험위험(사망·장수·해지)은 거래시장이 없어 현실은 불완비시장이다. 그래서 IFRS17은 복제 불가능한 비금융위험에 대해 위험조정(RA)을 별도로 부과하고, K-ICS는 이를 요구자본으로 다룬다. 본문이 짚은 완비·불완비의 경계가 곧 '시장정합 평가 + 위험마진'이라는 국내 제도 설계로 이어진다.
금리·주가 위험은 시장에서 복제·헤지가 가능하나, 사망·해지 위험은 그렇지 않다. IFRS17은 전자를 시장정합으로, 후자를 위험조정(RA)으로 나눠 측정한다 — 완비시장 가정의 한계를 제도가 보완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