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가능한 자산의 가격에 대한 이항모형(binomial model)은, 파생상품 가격결정을 다루는 여러 강의의 도입부에서 흔히 쓰이는 단순한 모형이다. 강의에서 이 모형의 주된 목적은, 파생상품의 기본 원리들 — 위험중립측도(risk-neutral measure)를 이용한 가격결정, 그리고 헤지(hedging)와 복제(replication) — 을 설명해 주는 강력한 교육적 도구를 제공하는 데 있다.
St를 시각 t에서의 자산 가격이라 하자(이 자산은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St가 주어졌을 때, 다음 시각의 가격은 두 값 중 하나만 가질 수 있다.
여기서 p와 1−p는 각각 가격이 오르거나 내릴 실제(real-world) 확률이다. 각 단계의 상승·하락 움직임은 이전에 일어난 일과 독립이다. 시각 t까지의 상승 횟수를 Nt라 하면, 다음이 성립한다.
여기서 Nt는 이항분포(binomial distribution)를 따른다. 이 모형의 격자(lattice) 구조는 흔히 재결합 이항나무(recombining binomial tree) 또는 이항격자(binomial lattice)로 그려진다.
위험자산 St 외에, 우리는 무위험 은행계좌(예금 또는 차입)에도 투자할 수 있다. 이 계좌는 일정한 연속복리 이자율 r를 가진다. 차익거래(arbitrage)를 배제하려면 다음 조건이 필요하다.
이항모형은 한 시간 단계 동안 가격이 오르거나(up) 내리는(down) 두 가지 경우만 갖는, 가장 단순한 가격 모형이다. 단순하지만 "두 상태 + 두 자산(주식·무위험채권)"이라는 구조가 완비시장(complete market)을 이루어, 어떤 만기 지급액도 정확히 복제할 수 있게 만든다. 무차익 조건 d < er < u는, 무위험 수익률이 하락폭과 상승폭 사이에 있어야 위험 없이 이익을 내는 거래가 생기지 않음을 뜻한다.
이 모형에서는, 파생상품 계약의 가격결정과 헤지를 다룰 때 실제 세계의 확률 p는 무관(irrelevant)하다. 어떤 파생상품 계약이 St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시각 T에 f(ST)의 지급액(payoff)을 갖는다고 하자. 그러면 다음 주장들을 증명할 수 있다.
현재 St = s가 주어졌을 때, 시각 t < T에서 이 파생상품의 무차익 가격(no-arbitrage price)은 다음과 같다.
여기서 Q를 위험중립확률측도(risk-neutral probability measure)라 부른다. Q 아래에서, 한 시간 단계 동안 가격이 상승할 확률은 다음으로 주어진다.
q는 실제 상승확률 p와는 다른, 계산을 위한 인공적인 확률이다. 무위험 수익률 er가 상승폭 u·하락폭 d를 어떻게 가중하면 기초자산의 할인 기대값이 현재가와 같아지는지를 나타낸다. 무차익 조건 d < er < u 덕분에 0 < q < 1이 되어 진짜 확률처럼 쓸 수 있다.
이 모형에서 파생상품의 지급액은 언제나 완벽하게 헤지(또는 복제)할 수 있다. 따라서 St = s가 주어졌을 때, 시각 t에서 t+1까지의 복제전략(replicating strategy)은 주식 St를 다음 단위만큼 보유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금액 V(t,s) − s·Δ 를 현금(무위험계좌)으로 보유한다. 여기서 V(t,s)는 (위 2절의) 무차익 가격이다. 즉, 주식 Δ단위와 현금을 적절히 들고 있으면, 다음 단계에서 상승하든 하락하든 파생상품의 가치와 똑같은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Δ는 다음 단계의 두 시나리오(상승 su, 하락 sd)에서 파생상품 가치 차이를, 주가 차이로 나눈 값이다. 이 만큼 주식을 보유하면 파생상품의 위험이 주식 보유분과 정확히 상쇄되어, 남는 위험이 없어진다. 이것이 델타 헤지(delta hedging)의 가장 단순한 형태다.
가격을 뒤에서 앞으로(backwards) 재귀적으로 계산하는 것이 편리할 때가 많다. 먼저 만기에서 V(T,s) = f(s)를 주어진 것으로 둔다. 다음으로, 도달가능한 각 s에 대해 한 단계 앞의 값을 계산한다.
그런 다음 한 단계 더 뒤로 가고, 이를 반복하여 다음 후방 재귀식을 사용한다.
위험중립측도 Q는 순전히 인공적인 계산 도구다. Q를 사용한다고 해서 투자자들이 St의 진짜 기대수익률에 대해 어떻게 믿는지를 말해 주는 것은 아니다. 특히 Q의 사용은, 모든 투자자가 St에 양(+)의 위험프리미엄을 부여하는 상황(즉 pu + (1−p)d > er)과도 완전히 양립한다.
S0=100, u=1.2, d=0.9, er=1.05일 때, 만기 한 단계 뒤 행사가 100인 콜옵션(지급액 f=max(S−100,0))의 가격은?
위험중립확률 q = (1.05 − 0.9)/(1.2 − 0.9) = 0.15/0.30 = 0.5. 상승 시 주가 120 → 지급액 20, 하락 시 주가 90 → 지급액 0. 가격 = e−r[0.5×20 + 0.5×0] = (1/1.05)×10 ≈ 9.52. 실제 확률 p는 전혀 쓰이지 않았음에 주목하라.
이항모형은 유용한 교육 도구일 뿐 아니라, 정확한 파생상품 가격을 계산하는 효율적인 수치 도구이기도 하다. 특히, 시간 단계 Δt를 점점 작게 하고 모형을 적절히 매개변수화하면 — 즉
로 두면 — 이항모형은 블랙–숄즈–머튼(Black–Scholes–Merton) 모형의 좋은 근사를 제공한다. 그 극한에서 주가는 다음과 같은 기하브라운운동을 따른다.
여기서 Z(t)는 표준 브라운운동(standard Brownian motion)이다. 즉, 단계 수를 늘릴수록 이산적 이항나무가 연속시간 블랙–숄즈 모형으로 수렴한다.
상승·하락 폭을 변동성 σ와 시간 간격 Δt로 위와 같이 정하면, 한 단계의 로그수익률의 분산이 σ2Δt가 된다. 단계가 무수히 많아지면 중심극한정리에 의해 만기 로그가격이 정규분포로 수렴하고, 이항모형의 가격은 블랙–숄즈 공식으로 수렴한다. 그래서 이항나무는 옵션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면서 동시에 수치적으로 계산하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항모형(Binomial Model)은 국내 보험계리 실무에서 변액보험 보증 평가, 금리 연동 상품의 내재옵션 가치 산출 등에 직접 활용된다. 이론적으로 블랙–숄즈 모형의 이산 근사로서 교육적 가치가 높으며, 국내 계리사 시험(보험계리사 1·2차)에서 옵션 가격결정의 기초 모형으로 빈번히 출제된다.
IFRS17 하에서 우발 현금흐름(변액보증, 해지 옵션 등)의 공정가치를 산출할 때, 이항 격자(binomial lattice)는 직관적이고 구현이 쉬운 방법이다. 특히 만기 전 조기 행사 가능한 아메리칸 옵션형 보증(예: 계약자가 언제든 해지하여 최저 보증액을 받을 수 있는 구조)에서는 이항 격자가 블랙–숄즈 공식보다 유연하게 적용된다. 국내 일부 소형 보험사는 내부 모델 구축 대신 이항 격자 기반 모형으로 변액보증 평가를 수행한다.
K-ICS 변액보증 시장위험 요구자본 산출에서도 이항 격자 계열 수치 해법이 사용될 수 있다. 주가충격(예: -40%)·금리충격 시나리오를 격자에 반영하여 보증 부채 증가액을 계산하고, 헤지 자산의 가치 변화와 비교한다. 단, 규모가 큰 보험사는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선호한다.
이항모형에서 핵심인 위험중립확률(q)의 개념은 IFRS17 위험중립 ESG 캘리브레이션의 출발점이다. 시장에서 관측된 옵션·선물 가격이 위험중립측도 하에서의 기대값과 일치하도록 모수를 조정하는 과정이, 이항모형에서 u·d·r으로 q를 결정하는 것의 연속시간·다요인 버전이다. 국내 계리사가 ESG 캘리브레이션을 이해하기 위해 이항모형에 충분히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