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법(separation method)은 영국의 보험 감독기관인 무역부(DoT, Department of Trade)에서 비롯되었다. 1960년대 후반, Vehicle and General 보험회사의 파산을 계기로 보험사 전반, 특히 그들의 손해 준비금에 대한 감독이 강화되었다.
당시 손해 준비금 산정 방법론은 발달되지 못한 상태였고, DoT가 시험적으로 쓰던 연쇄사다리법(chain-ladder) 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그런데 1970년대 중반은 고(高)인플레이션 시기였고, 연쇄사다리법은 인플레이션율이 변할 때 편의(bias)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적용이 어려웠다.
연쇄사다리법의 인플레이션 조정 버전도 알려져 있었지만, 적용에 두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분리법은 테일러(Taylor)가 이 시기 DoT에 재직하며, 데이터로부터 과거 인플레이션을 추정하여 이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고안되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 인플레이션을 기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런오프 삼각형의 각 칸 지급액에는 두 효과가 섞여 있다. (1) 사고 후 몇 년차에 얼마씩 나가는지의 지급 패턴(발달연도 효과 μj)과, (2) 그 해의 물가·클레임 규모 상승(역년 효과 λt+j)이다. 연쇄사다리법은 이 둘을 뒤섞어 다루지만, 분리법은 이를 패턴 × 인플레이션으로 갈라낸다. 그래서 “분리”법이다.
데이터는 발달연도 j (j = 0, 1, …, T−1)와 사고(인수)연도 t (t = 1, 2, …, T)로 색인된다. T개의 행과 열로 이루어진 데이터 삼각형이 있다고 가정하고 다음을 정의한다.
이 설정에서 단위 노출당 클레임 지급액 Ytj를 다음과 같이 둔다.
분리법의 바탕이 되는 가정은, 단위 노출당 지급액 Ytj의 기댓값이 두 모수의 곱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μj와 λt+j는 추정해야 할 모수다. 이 분해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즉 다음 비율은 역년(달력연도) t+j에서 t+j+1로 가는 동안의 평균 클레임 규모 증가 계수를 나타낸다.
정의 (2)에는 한 자유도의 중복이 있어(μ와 λ를 동시에 상수배해도 곱이 같음), 다음 정규화 조건으로 이를 제거한다.
이 조건은 최종 발달연도를 넘어서는 예측을 할 수 없게 제한하는데, 이는 연쇄사다리법도 똑같이 두는 가정으로, 클레임이 발달연도 T−1 끝에서 완전히 종결(fully run-off)된다고 가정하는 것과 동치다.
런오프 삼각형에서 사고연도 t와 발달연도 j를 더한 t+j가 같은 칸들은 모두 같은 달력(역)연도에 지급된다. 인플레이션은 “지급된 그 해”에 작용하므로 대각선을 따라 일정한 λt+j로 모형화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반면 지급 패턴 μj는 사고로부터의 경과연수에만 달려 있어 열 방향으로 작용한다.
테일러는 위 구조가 몇 년 전 페르베이크(Verbeek)가 다룬 것과 정확히 같음을 알아챘다. 페르베이크의 초기 연구는 초과손해(excess-of-loss) 포트폴리오를 다루었는데, 거기서 Ytj는 칸 (t, j)에서 보고되어 초과점 x0을 넘는 클레임 건수였다. 대응 관계는 μj = 한 사고기간 초과분의 비율, λt+j = 사고기간에 (어떤) 클레임이 발생할 포아송 확률에 초과점을 넘을 확률을 곱한 것이었다. 페르베이크는 μj, λt+j의 최대우도 추정량을 유도했고, 테일러는 이를 다음 형태로 표현할 수 있음을 알아냈다.
여기서 vj와 dk는 각각 다음으로 정의되며, 자세히 보면 이들은 삼각형 데이터의 열(세로) 합과 대각선 합임을 알 수 있다.
식 (4)와 (5)는 재귀적으로 풀 수 있어 다음 추정량을 얻는다.
풀이는 다음 순서로 진행된다: λ̂T, μ̂T−1, λ̂T−1, μ̂T−2, …, λ̂1, μ̂0. 즉 가장 최근 대각선(가장 큰 λ)부터 시작해 안쪽으로 번갈아 추정해 들어간다.
모형 (2)의 상황에서 Ytj는 포아송보다 더 일반적으로 분포하므로, 페르베이크의 최대우도 유도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1]에서는 이 일반적 경우에도 (4)·(5)의 발견적(heuristic) 유도가 가능함을 밝혔다. 실제로 (4)·(5)는 E[vj] = vj, E[dk] = dk라는 적률 정합 조건과 같은 식이다.
가장 최근 달력연도의 대각선 합 dT는 정규화 조건(μ 합 = 1) 덕분에 곧바로 그 해의 인플레이션 수준 λ̂T를 준다. 이렇게 얻은 λ로 열 합 vj를 “인플레이션 제거”하면 순수한 지급 패턴 μ̂j가 나오고, 다시 그 μ로 한 단계 안쪽 대각선의 λ를 얻는다. 이 왕복을 반복하는 것이 분리법 추정이다.
추정값 μ̂j, λ̂k를 얻으면, t+j > T인 미래의 Ytj 값을 다음으로 예측한다.
여기서 미래 값 λ̂T+1, λ̂T+2, … 는 사용자가 직접 공급해야 한다(바로 이 단계에서, 데이터로 추정한 과거 인플레이션 추세를 발판 삼아 미래 인플레이션을 외삽한다). 미래 클레임 지급액 추정값을 얻으려면 여기에 해당 노출 척도를 곱한다.
물론 이 방법은 발달기간 T−1을 넘어서는 클레임 지급액은 예측하지 못한다. 그러한 칸에 대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이며, 이를 예측하려면 외삽하거나 삼각형 바깥의 추가 데이터를 참조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율이 해마다 들쭉날쭉한 손해보험 포트폴리오에서, 왜 연쇄사다리법 대신 분리법을 고려하는가?
연쇄사다리법은 발달계수 하나에 “지급 패턴 + 그동안의 평균 인플레이션”을 뭉뚱그려 담는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이면 무방하지만, 변동하면 발달계수가 왜곡되어 편의가 생긴다. 분리법은 지급액을 μj(패턴)와 λt+j(역년 인플레이션)로 명시적으로 분리하므로, 추정된 λ 추세에서 과거 인플레이션을 읽어내고 미래 인플레이션을 따로 가정해 넣을 수 있다. 단, λ의 미래 값은 분석가가 외생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분리법(Separation Method)은 한국 손해보험사의 지급준비금 산출에서 연쇄사다리법(Chain-Ladder)과 함께 실무에서 활용되는 방법론이다. 특히 인플레이션 환경에서 대각선(역년) 방향의 손해 규모 변화를 패턴과 외생 영향으로 분리하는 본문의 접근은, 자동차보험이나 배상책임보험처럼 손해 규모가 경제환경·의료비 상승에 민감한 종목에 유효하다. 보험개발원과 대형 보험사 계리부서에서는 연쇄사다리법의 보완 방법으로 분리법을 검토·적용한 사례가 있다.
IFRS17 시행(2023) 이후 한국 손해보험사는 발생사고부채(LIC)와 미경과위험부채(LRC)를 구분하여 최선추정 방식으로 산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급 삼각형을 패턴(μ)과 외생 인플레이션(λ)으로 분리하는 접근은, 미래 연도의 인플레이션 가정을 명시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IFRS17 최선추정부채 산출과 잘 맞아떨어진다. K-ICS 요구자본 산출 시에도 준비금 충분성이 핵심 평가 항목이므로, 분리법을 통한 인플레이션 조정은 준비금 적정성 검증에 기여한다.
실무적으로 분리법 적용의 어려움 중 하나는 중첩 인플레이션(superimposed inflation)의 추정이다. 한국에서는 의료기술 발전에 따른 의료비 상승, 소송 환경 변화에 따른 배상액 증가, 그리고 자동차보험의 경우 수리비 단가 상승 등이 순수 물가 인플레이션 외에 중첩 인플레이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를 데이터에서 분리 추정하는 작업에 계리사의 전문적 판단이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손해보험사에 진전삼각형(development triangle) 자료를 정기적으로 제출하도록 요구한다. 분리법은 이 삼각형 데이터로부터 지급 패턴(μ)과 역년 효과(λ)를 추정하는 체계적 접근을 제공한다. IFRS17의 최선추정 원칙 아래 단순 계수 방식에 의존하기보다 복수의 방법론으로 교차 검증하는 것이 권장되며, 분리법은 그 후보 중 하나로 국내 계리 실무에서도 인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