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배상책임(employer’s liability)은 근로자가 업무 중 부상·질병을 입었을 때 사용자(고용주)가 지는 법적 배상책임을 담보하는 보험이다. 산재보상(workers’ compensation)이 과실과 무관하게 정해진 급부를 주는 무과실(no-fault) 제도라면, 사용자배상책임은 사용자의 과실이 인정될 때의 손해배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많은 나라에서 둘은 짝을 이룬다. 근로자는 보통 산재보상으로 정액 급부를 받지만, 사용자의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추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사용자배상책임보험은 이 ‘과실 기반 추가책임’과 산재제도가 미치지 않는 영역(예: 영국식 EL)을 메운다.
담보 대상은 업무상 사고·직업병으로 인한 근로자의 치료비·일실수입·위자료 등 손해배상금과 방어비용이다. 영국에서는 고용주배상책임보험(Employers’ Liability Compulsory Insurance)이 법정 의무보험이다. 미국에서는 산재보상보험의 Part B(employers’ liability)로 함께 제공되어, 산재급부를 넘는 소송위험을 담보한다.
사용자배상책임은 롱테일 종목이다. 특히 석면·소음성난청·반복사용손상(RSI) 같은 장잠복 직업병은 노출 후 수십 년 뒤 청구되어, 과거 인수분에 막대한 손해를 남길 수 있다. 그래서 직업병의 잠복기·발현패턴 모형, 충분한 IBNR, 재보험이 핵심이다. 요율은 업종 위험등급·임금총액(payroll)·안전관리 수준에 따른다.
1970~80년대 석면을 다룬 기업의 근로자가 2020년대에 중피종으로 청구했다. 어떤 문제가 생기나?
노출과 발병 사이 수십 년의 긴 잠복기 때문에, 옛날에 받은 보험료로는 감당 못 할 손해가 뒤늦게 터진다. 어느 시점 증권이 책임지는지(노출·발현·청구 기준) 다툼도 크다. 보험사는 과거 인수분에 대해 거액의 장기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한국에서 사용자배상책임은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근재보험)으로 인수된다. 산재보험이 무과실로 정액 급부를 지급하는 것과 달리, 근재보험은 산재로 다 보상되지 않는 위자료·민사상 손해배상(초과손해)을 담보해, 근로자가 사용자의 과실을 물어 추가 배상을 청구할 때의 위험을 메운다.
중대재해처벌법(2022년 시행)으로 중대 산업재해 시 경영책임자 처벌과 민사배상 위험이 커지면서 근재보험·임원배상 수요가 늘었다. 본문대로 산재보상(무과실)과 사용자배상책임(과실책임)은 보완 관계이며, 건설·제조업에서 함께 가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산재보험이 1차 안전망이라면 근재보험은 그 위의 민사배상 위험을 덮는 2차 장치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사용자의 배상·형사 리스크가 커져, 근재보험 보장한도 확대와 안전보건 통제 수준에 따른 언더라이팅이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