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보상보험(workers’ compensation)은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질병·사망을 당했을 때 과실을 따지지 않고 치료비·소득보상·유족급여 등을 지급하는 무과실(no-fault) 사회·손해보험 제도다. 근로자는 신속히 보상받는 대신 사용자에 대한 소송권을 일부 포기하고, 사용자는 예측가능한 비용으로 책임을 정리하는 대타협(grand bargain)에 기초한다.
예전에는 다친 근로자가 사용자의 과실을 입증해 소송해야 했고, 결과가 불확실했다. 산재보상은 “과실을 묻지 않고 정해진 급부를 빠르게 준다. 대신 추가 소송은 제한한다”는 맞교환이다. 근로자는 확실성을, 사용자는 비용예측성을 얻는다.
급부는 보통 의료비(medical), 소득상실보상(indemnity: 일시·영구·부분·전부 장해), 재활, 유족급여로 구성된다. 요율은 임금총액(payroll) 100단위당 산업·직무 위험등급별로 정하고, 개별 기업에는 경험요율(experience modification, ‘mod’)을 적용해 과거 재해실적이 보험료에 직접 반영된다. 대형 기업은 후험요율(retrospective rating)로 사후 정산한다.
산재는 롱테일의 대표다. 영구장해·평생의료비는 수십 년에 걸쳐 지급되어 의료·임금 인플레이션, 생존(수명) 가정, 할인율에 민감하다. 그래서 준비금이 막대하고, 연금형 장해급부에는 생명계리(생존확률)가 결합된다. 직업병의 잠복기, 사회적 인플레이션도 핵심 위험이다.
동종 업종 표준보험료가 1억인 두 회사 중, 재해가 적은 A는 mod 0.8, 많은 B는 mod 1.3이다. 실제 보험료는?
A = 1억×0.8 = 8천만원, B = 1억×1.3 = 1.3억원. 같은 업종이라도 안전관리로 재해를 줄인 기업은 보험료가 싸진다. mod는 안전투자를 유도하는 강력한 유인이다.
한국의 산업재해보상보험(산재보험)은 본문의 workers’ compensation에 해당하는 국가 운영 사회보험이다. 근로복지공단이 1964년부터 독점 운영하며 보험료는 사용자가 전액 부담한다. 업무상 재해를 과실과 무관하게 보상하는 무과실(no-fault) 제도이며, 요양·휴업·장해·유족급여 등을 지급한다.
요율은 본문대로 업종별 위험도를 기본으로 하되, 개별 사업장의 재해실적을 반영하는 개별실적요율로 차등한다. 민영보험사는 산재로 충분히 보상되지 않는 부분을 근로자재해보장책임보험(근재보험)으로 보완한다.
산재보험은 민영이 아닌 공적 제도라 인수·요율·급부가 법령으로 정해진다. 다만 개별실적요율을 통해 재해예방 유인을 주는 구조는 민영 경험요율과 동일한 원리다. 산재(공적)+근재보험(민영)의 2층 구조가 한국 근로자 재해보장의 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