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말하면 손해보험 사업은 보험료를 거두고 보험금을 지급하는 일로 이루어지며, 이익은 그 둘의 차이다. 따라서 한 기간에 회사가 낸 이익을 계산하려면 먼저 보험료 수입과 보험금 지급액을 정해야 한다. 보통 보험료 수입은 큰 어려움이 없지만, 안타깝게도 보험금 지출은 정하기가 어렵다. 한 계약에 대한 최종 총 보험금이 계약 보장기간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 알려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발생과 보고(접수) 사이, 그리고 보고와 지급 사이에 시차가 생긴다. 게다가 지급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차례의 부분 지급을 거쳐 최종 합의(settlement)에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보장기간이 끝난 직후에 계약의 보험금을 정확히 확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미래 지급액을 추정해야 한다. 이 추정액을 미래 채무에 대비해 따로 떼어 둔 것이 준비금(reserve)이다. 이미 인수한 계약에 대한 미래 보험금 지급액을 추정하는 것을 준비금 산정(reserving)이라 하며, 위험의 성격에 따라 여러 기법으로 수행된다.
준비금은 개별 계약 단위로, 또는 보고된 클레임 하나하나에 대해(건별준비금, case reserve), 또는 계약 포트폴리오를 통째로 묶어 설정할 수 있다. 클레임이 계약기간 종료 직후 대부분 마무리되면 그 사업은 단미(short-tailed)이고 준비금 문제가 비교적 작다. 반면 클레임이 훨씬 천천히 드러나는 장미(long-tailed) 사업은 준비금 추정이 더 어렵다.
자동차·배상책임 같은 손해보험은 사고가 나도 보험금이 얼마가 될지 즉시 알 수 없다. 신고가 늦고(접수 지연), 합의·소송으로 지급이 늘어진다(지급 지연). 그래서 회사는 "앞으로 나갈 보험금"을 추정해 부채로 쌓아 둬야 하는데, 이 추정 작업이 준비금 산정이다. 손해보험 계리의 핵심 난제가 바로 이것이다.
손해보험사가 보유하는 준비금은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손해보험 준비금 산정의 계리적 난제는 주로 IBNR 및 RBNS 준비금의 계산에 있다.
전통적으로 준비금 산정 기법은 이른바 진전삼각형(run-off triangle) 형태의 자료를 분석하도록 개발되었다. 여기서는 클레임 발생을 세로 방향(사고기간, accident period)으로, 클레임의 진전(발전)을 가로 방향(지연기간, development period)으로 따라간다. 사고기간 t에 발생하고 기간 t+j에 보고된 클레임 금액(또는 건수)을 Xtj로 두면, 시점 T에서 관측되는 통계는 Xtj(단, t+j ≤ T)이다. IBNR 예측(준비금 산정) 문제는, 이 관측된 삼각형 자료를 써서 아직 채워지지 않은 오른쪽 아래 부분(미래 지급액)을 추정하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클레임 금액이 보고 시점에 알려지는 일이 드물어 삼각형을 위 정의대로 정확히 구성할 수 없다. 그래서 실제 지급된 금액으로, 또는 지급액에 손해사정 담당자가 건별준비금으로 떼어 둔 금액을 더한 값으로 삼각형을 구성한다. 전자는 IBNR + RBNS의 합에 해당하는 미지급액을 예측하고, 후자는 ‘예측 미지급액 + 건별준비금 합’이 IBNR + RBNS의 합에 대응한다.
또 하나의 쟁점은, 과거 자료와 미래 예측 클레임을 인플레이션으로 조정하고 미래 채무를 할인할 것인지다. 과거 자료는 조정하지 말고 과거 클레임 인플레이션을 그대로 앞으로 투영하자는 견해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 예컨대 분리법(separation method)으로 — 자료 자체에서 인플레이션율을 추정하거나 외부 자료에서 가져와, 고정 시점 가격으로 환산한 뒤 미래 인플레이션 예측치를 곱해 장래 미지급 클레임을 부풀리는 방법도 있다.
여러 준비금 기법은 다음의 누적 통계에 기반한다. 사고기간 t, 지연기간 j까지의 누적 클레임 Ctj는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준비금 기법은 어떤 식으로든 모든 사고기간 t에 대해 누적 통계 Ctj의 진전 패턴이 동일하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각 행은 "언제 사고가 났는가(사고연도)", 각 열은 "사고 후 몇 년이 지나 지급/보고됐는가(진전연수)"를 뜻한다. 오래된 사고연도(위쪽 행)는 거의 다 진전돼 오른쪽 끝까지 채워져 있고, 최근 사고연도(아래쪽 행)는 왼쪽 일부만 채워져 삼각형 모양이 된다. 준비금 산정이란 결국 이 빈 오른쪽 아래 삼각형을 채워 넣는 일이다.
초기 준비금 기법은 휴리스틱(경험적) 논거에 기반한 순수 회계적 방법으로 개발되었다. 그중 가장 잘 알려지고 실무에서 가장 자주 쓰이는 것이 연쇄사다리법(chain-ladder method)으로, 각 사고기간 t의 누적 통계 Ctj가 비례적으로 증가한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즉 한 진전기간에서 다음 진전기간으로 넘어갈 때 모든 행이 같은 비율로 커진다고 본다. 이 비율을 진전계수(development factor, age-to-age factor)라 하며, 각 열의 ‘이번 열 합 대 다음 열 합’으로 추정한다.
이 진전계수를 이용하면, 아직 관측되지 않은 다음 진전기간의 누적값을 한 칸씩 채워 나갈 수 있다.
각 사고기간 t의 마지막 관측값 Ct,T−t에서 출발해 남은 진전계수를 모두 곱하면 궁극(ultimate) 누적 클레임의 예측치를 얻는다.
궁극 클레임에서 이미 지급(관측)된 부분을 빼면, 그 사고기간에 대한 미지급(outstanding) 준비금이 된다.
나중에 연쇄사다리법과 관련 기법은 확률론적(stochastic) 틀로도 정식화되어, 이 추정량들의 성질을 논할 수 있게 되었다. 실무에서는 진전삼각형의 안정적 진전 패턴이 대각선(diagonal) 효과 — 손해사정 부서의 업무 관행 변화나 법·제도 환경 변화에서 비롯되는 — 로 인해 깨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대각선(달력시간) 효과를 정량화하는 단순 기법이 바로 분리법(separation method)이다.
어떤 사고연도의 1년차 누적 지급액이 800, 추정 진전계수가 f1=1.5, f2=1.2, f3=1.05이고 이후로는 더 진전이 없다고 하자(즉 4년차가 궁극). 이 사고연도의 궁극 클레임과 준비금은?
궁극값은 마지막 관측값에 남은 진전계수를 모두 곱한다: 800 × 1.5 × 1.2 × 1.05 = 1,512. 이미 지급된 800을 빼면 준비금은 1,512 − 800 = 712이다. 즉 이 사고연도에 대해 앞으로 712만큼 더 나갈 것으로 보고 부채로 쌓는다.
연쇄사다리법의 또 다른 문제는, 가장 최근 사고기간의 궁극 클레임 예측이 (진전삼각형의 왼쪽 아래) 아주 적은 관측치에 기반한다는 점이다. 최근 연도는 1~2년치 자료만 가지고 마지막 관측값에 큰 진전계수들을 곱하므로, 한 칸의 변동이 궁극값을 크게 흔든다. 본휘터–퍼거슨법(Bornhuetter–Ferguson method)은 인수위험(underwriting risk)에 관한 사전정보(prior information)를 끌어들이는 단순한 접근으로 이 문제를 완화한다.
본휘터–퍼거슨법은 외부에서 가져온 궁극 클레임의 사전 추정치 Ût(예: 예상 손해율 × 보험료)에, 연쇄사다리 진전 패턴이 알려 주는 아직 진전되지 않은 비율만큼을 곱해 준비금을 잡는다.
여기서 곱 기호 안의 진전계수 곱의 역수가 ‘이미 진전된 비율’이고, 1에서 그것을 빼면 ‘앞으로 진전될(미지급) 비율’이 된다. 사전정보를 쓴다는 발상은 베이지안 모형·방법(베이지안 지급준비금 참조)의 사용으로 이어지며, 선형 최소제곱 예측법과 결합되어 신뢰도(credibility) 모형이라는 이름 아래 실용적 방법들을 낳았다.
연쇄사다리는 오직 삼각형 안의 과거 진전만 믿는다. 그래서 자료가 거의 없는 최신 연도에선 들쭉날쭉해진다. 본휘터–퍼거슨은 "이 사고연도의 궁극 손해는 대략 이쯤일 것"이라는 외부 사전 추정치를 가져와, 거기에 "아직 안 나온 비율"만큼만 준비금으로 잡는다. 자료가 쌓일수록 연쇄사다리에, 적을수록 사전치에 의존하는 절충이라고 보면 된다.
준비금 산정은 실무 손해보험에서 출발했지만, 이후 학계의 연구 영역이 되면서 이 단순 기법들이 잘 정립된 통계이론으로부터 정당화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한 예가 일반화선형모형(generalized linear models, GLM)의 틀로, 진전삼각형의 행·열·대각선에 대응하는 적절한 분류효과를 두면 여러 고전적 기법을 최대가능도(maximum likelihood) 방법으로 유도할 수 있다. GLM에서 연쇄사다리 기법은 행과 열의 인자(factor)로(대표적으로 과대산포 포아송, over-dispersed Poisson 모형), 분리법은 열과 대각선의 인자로 모델링할 수 있다.
또 다른 접근은 자료의 평균과 분산만 지정하고 비슷한 구조의 모형을 적합하는 것이다(예: Mack 모형). 두 접근 모두, 단순한 미지급 클레임 점추정치를 넘어 더 많은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2차 적률(예측오차, prediction error)까지 제공할 수 있어, 실제 결과가 점추정치 주위에서 얼마나 변동할지를 가늠해 준비금의 위험관리를 강화한다. (점추정과 예측오차로부터 부트스트랩(bootstrap) 등으로 준비금 분포를 모의실험하기도 한다.)
규제 체계가 정교해지면서, 미래 실제 결과의 무작위적 성격을 반영하는 준비금을 명시할 필요가 생겼다. 예컨대 영국에서는 준비금 설정 시 예측치가 ‘예방적 마진을 둔 “최선추정(best estimate)”이 함의하는 값’이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여기서 ‘최선추정’은 ‘가능한 결과들의 분포의 기댓값’을 뜻한다. 준비금을 얼마로 둘지의 문제는 점점 확률론적 접근을 시사하는 표현으로 다뤄지며, 때로는 미지급 클레임 예측분포의 상위 백분위수(upper percentile)를 쓰도록 명시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다만 확률론적 모형을 기계적으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법원 합의 기준의 알려진 변화, 회사의 정산 패턴 변화 같은 외생 요인을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모든 방법이 ‘쓰는 모형이 옳다’고 가정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분석 대상 자료는 보험 종목에 따라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실제 지급 클레임(paid claims) 정보가 매우 좋아 궁극 클레임의 합리적 지표가 된다. 다른 경우에는 지급 클레임만으로는 부족하거나 신뢰하기 어려워, 지급 클레임에 건별준비금을 더한 발생 클레임(incurred claims) 자료가 더 유용하다.
다만 발생 클레임 자료에는 그 나름의 문제가 있다. 건별준비금이 보수적으로 설정되어, 후기 진전연도에서 건별준비금이 환입(release)되는 일이 흔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후기 진전기간의 증분 발생 클레임이 음수가 되어, 일부 확률론적 모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실무에서는 보고된 클레임의 정산에 관한 더 상세한 자료(손해사정 담당자가 설정한 건별준비금 크기 등, 정산 과정에서 변하는 정보)를 가진 경우가 많고, 이는 RBNS 준비금 설정에 유용하다. 이런 상황은 진전삼각형 틀에 잘 맞지 않지만, 마르코프 모형 같은 확률과정 기반 모형으로 다룰 수 있다(연속시간 미시모형 참조). 이들은 자료를 사고연도·진전기간으로 집계하지 않고 개별 단위로 다룬다. 적용이 더 어려워 아직 실무에서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전산능력과 자료체계가 좋아지면서 더 발전할 분야로 보인다.
손해보험 준비금은 국내에서 미경과보험료적립금·지급준비금(미지급·IBNR)으로 구성되며, IFRS17 도입으로 이를 최선추정(BEL)+위험조정(RA) 구조로 측정한다. 본문의 진전삼각형·연쇄사다리·본후터–퍼거슨이 IBNR 산출의 핵심 도구로 그대로 쓰인다.
준비금의 적정성은 선임계리사 검증과 감독 대상이며, 과소적립은 건전성 위험, 과대적립은 수익성 왜곡으로 이어진다. K-ICS는 준비금(부채) 변동을 자본·요구자본에 직접 연결한다.
IFRS17 하에서 국내 손보 준비금은 최선추정과 위험조정으로 측정된다. 진전삼각형 기반 IBNR 추정이 그 토대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