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상업)보험(commercial insurance) 부문의 규제완화(deregulation)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다른 나라들도 손해·배상책임(property-casualty) 보험시장에 대한 규제 제한을 일부 완화해 왔다. 미국에서의 핵심 변화는, 규모가 크고 전문성이 높은 영업보험 구매자(기업 고객)가 사는 손해·배상책임 보험에 대한 요율(rate)·약관(form) 규제를 완화하거나 없앤 것이며, 때로는 소기업이 사는 영업보험의 요율 규제도 함께 완화되었다. 보험사들은 영업보험 거래의 다른 측면에 대한 규제 제한도 줄이자고 주장했지만 성과는 크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서 규제완화의 의미는 다양하다. 정부가 정한 획일적 요율(uniform rate)을 폐지하는 것에서부터, 요율·약관에 대한 승인 요건을 전부 없애는 것까지 폭이 넓다. 중요한 점은, 규제완화 개념은 일반적으로 보험거래 여러 측면에 대한 정부의 사전 승인에 한정되며, 보험사가 충족해야 하는 지급여력(solvency) 기준과 그 집행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제완화 운동의 주된 동인은 영업보험 시장 자체의 경쟁적 구조와 많은 영업보험사·피보험자의 주(州)간·국가간 영업이다.
이 글은 미국의 경험을 주된 기준으로 삼되 다른 나라의 사례도 다룬다. 보험 규제완화의 개념은 영업보험 요율·약관에 대한 사전 승인에서, 더 경쟁적인 규제 체계로 규제의 중심을 옮기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시장 경쟁에 대한 더 적극적인 감시와 필요할 때의 전략적 개입이 결합된다.
미국에서 요율·약관 규제를 말할 때 "경쟁적"은 특정한 의미가 있다. 요율·약관을 시행하기 전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 체계는 "비경쟁적(noncompetitive)"이라 부른다. "경쟁적" 체계에서는 보험사가 요율·약관을 규제당국에 제출(file)해야 할 수는 있어도 사전 승인 대상은 아니며, 규제당국도 가격·상품을 시장의 힘에 거슬러 뒤집으려 하지 않는다. 규제완화는 규제 감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경쟁적 시장을 위해 규제 기능을 재편하고 문제가 생기면 전략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도구를 갖추는 것이다.
재편된 규제 틀의 세부 사항은 미국 주마다 다소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모든 영업보험 종목에 대한 어떤 형태의 경쟁적 요율·약관 규제에, 대형 영업보험 구매자가 인가시장(admitted market)에서 협상한 거래에 대한 추가 규제 면제가 더해지는 것이다. 의도된 목표는 영업 위험의 보험 수요에 시장의 힘이 더 자유롭게 반응하도록 하고, 여러 주에 걸쳐 위험을 보장받는 구매자의 거래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그 바탕에 깔린 전제는, 영업보험 구매자는 충분한 정보·전문성·협상력을 갖추고 있어 전문성이 낮은 개인보험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수준의 규제 보호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완화의 핵심 논리는 "고객이 스스로 자기를 지킬 수 있느냐"다. 대기업은 전담 위험관리자·자문·중개인을 두고 약관을 비교·협상할 능력이 있으므로, 정부가 일일이 요율·약관을 승인해 보호할 필요가 적다. 반대로 일반 개인은 약관을 따져 읽기 어려우므로 보호가 더 필요하다. 실제로 약 절반의 주가 개인용 자동차·주택보험 요율은 경쟁 체계로 두었지만, 약관은 여전히 규제당국이 심사·승인한다. 보험사들이 개인보험 요율 규제완화를 더 확대하려 했으나 대체로 거부되었다.
경쟁시장 이론, 특히 실효경쟁(workable competition)과 독점적 경쟁(monopolistic competition) 이론은 보험시장의 구조·성과와 규제 필요성을 분석하는 틀을 제공한다. 이론적으로 보험규제는 시장 실패를 교정하기 위해 필요하고 실행 가능할 때에만 사용해야 한다. 불완전 정보와 본인–대리인(principal-agent) 문제로 생기는 보험사의 과도한 재무위험을 막기 위해 지급여력 규제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일반적으로 합의가 있다. 또한 일부 보험사가 소비자를 부당하게 이용하는 남용을 단속하기 위해 제한적인 시장 규제도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를 벗어나면, 미국 보험시장은 집중도가 낮고 진입·퇴출 장벽이 작아 경쟁적이고 효율적인 가격이 형성되므로 규제가 정당화되지 않는다.
영업보험 시장의 경쟁 구조와 영업보험사·피보험자의 특성은 영업보험 거래 규제완화의 토대가 된다. 영업보험 시장은 매우 다양한 위험·상품·구매자·판매자·중개인이 특징이다. 인가시장(admitted)과 비인가시장(nonadmitted) 모두, 그리고 다른 대체적 위험관리 형태도 영업보험에서 큰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판매자 수가 비교적 많고 대부분 시장에서 집중도가 낮다. 또한 진입·퇴출 장벽이 대체로 낮아 시장을 드나드는 데 지장이 없다. 그 결과 가격 책정도 매우 경쟁적으로 보이며 이윤도 과도하지 않다.
불완전 정보, 본인–대리인 문제, 비대칭적 협상력은 특히 소규모 구매자에게 일부 시장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는 규제로 해결될 수도, 안 될 수도 있다. 일부 영업보험 종목은 연성·경성 시장(soft·hard market) 조건의 영향도 받지만, 이 현상은 치열한 경쟁이 낳는 것이다. 보험사들이 장기간 손실을 입어 잉여금이 감소하면 보험 공급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식이다.
영업보험 구매자는 규모, 영업 범위, 전문성 면에서 크게 다르다. 작은 가내사업체부터 다국적 복합기업까지 폭이 넓다. 이런 차이는 그들이 필요로 하는 보험상품의 성격, 가입 시점에 필요한 보험 자문, 가장 알맞은 위험전가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이처럼 영업보험에는 구매자·수요·상품의 스펙트럼이 있으므로, 그에 상응하는 규제 감독의 스펙트럼이 필요할 수 있다. 구매자가 커지고 전문화되며 수요가 다양해질수록 규제는 덜 필요하고 또 실행 가능해진다. 이 관점이 규제완화 옹호론과 각 주의 대응의 바탕에 깔려 있다.
다음 세 구매자에게 어느 정도의 요율·약관 규제가 적절한가? (가) 동네 카페, (나) 중견 제조업체, (다) 다국적 에너지 기업.
(가)는 표준상품으로 충분하고 전문성이 낮으므로 일정한 규제 심사가 의미 있다. (나)는 맞춤형 특약이 필요하고 어느 정도 전문성이 있으므로 경쟁적 요율이 적합하다. (다)는 전담 위험관리자와 협상력을 갖추고 맞춤약관을 쓰므로 대형 구매자 면제(rate·form filing 면제)가 효율적이다. 규제는 구매자의 자기보호 능력이 낮을수록 두텁게, 높을수록 얇게 가는 것이 핵심 원리다.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 정책·관행과, 경쟁적·다양한 영업보험 거래의 성격이 규제완화의 동력이 되었다. 역사적으로 규제 관행은 영업보험 보장이 더 획일적이고 통일 요율표의 적용을 받던 시절에 뿌리를 두었다. 규제가 영업보험의 경쟁적·역동적 진화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시장이 진화하면서 여러 규제가 문제가 되어 거래 효율을 떨어뜨렸다. 대부분 종목에서 요율·약관의 사전 승인은 특별한 필요도, 이득도 없었다. 최소한, 각 주마다 요율·약관을 제출하고 사전 승인을 받게 하는 것은 비용이 크고 신상품·가격·상품 변경을 크게 지연시킨다. 최악의 경우, 필요한 요율 인상과 상품 변경을 규제가 억누르면 보험 공급이 줄고 심각한 시장 혼란이 생길 수 있다.
다른 규제들도 영업보험 거래를 불필요하게 방해한다. 다주(多州) 거래의 연서(countersignature) 요건은 시대착오적이고, 잔여시장(residual market) 장치는 요율이 부족하고 자격 통제가 느슨하면 심각한 시장 왜곡을 일으킬 수 있다. 특정 위험에 대한 인가시장 대안이 없을 때 규제가 잉여라인(surplus lines) 인수를 불필요하게 방해할 수도 있다. 이런 제한은 시장 경쟁이나 규제 원리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따라서 영업보험 규제를 재설계·개혁할 분명한 필요가 있었다. Feldhaus와 Klein의 연구는 업계 견해와 비슷하면서도 똑같지는 않은 일련의 개혁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다.
한편 보험 중개인들은 규제완화에 대한 견해가 갈렸다. 전국 단위 거래를 다루는 대리점·브로커는 주간 거래를 쉽게 하는 개혁을 포함해 규제완화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지역·주 단위에 집중하는 대리점은 이런 조치에 반대했고, 약관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과실·누락(E&O) 배상청구 노출이 커진다는 우려로 반대했다. 지역·주 단위 대리점의 정치적 영향력은 각 주가 규제완화를 다루는 방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전미보험감독관협의회(NAIC)의 규제재설계 특별위원회는 영업보험 규제의 모범 체계(model scheme)를 만드는 작업을 맡았다. 특별위원회는 여러 이해관계자의 제안·증언을 받아 1997년 백서(white paper)를 발간해 권고안을 제시했다. 백서는 대체로 위에서 정리한 것과 비슷한 개혁을 지지했다. 그러나 이는 규제완화의 첫 단계일 뿐이었다. 다음 단계는 NAIC 모범법·규정의 수정과 각 주에서의 실제 입법·시행이었는데, 특히 주 차원의 실행 단계에서 추가적 다툼이 벌어지고 실제 변화가 이상과 갈라졌다.
그 결과는 주마다 들쭉날쭉했고, 개혁 과정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2002년 8월 기준으로 규제완화 현황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다만 주별 규모 기준의 차이가 크다. 예컨대 보험료 기준이 1만 달러에서 50만 달러까지 차이가 난다. 이런 면제 기준의 편차는 규제완화의 효율성 목표를 저해한다. 여러 주에 영업하는 구매자가 어떤 주에서는 면제 기준을 충족하지만 다른 주에서는 충족하지 못할 수 있고, 그 계정을 인수하는 보험사는 면제가 안 되는 주에서는 요율·약관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다주 영업 제조업체가 A주에서는 대형 구매자 면제를 받지만 B주에서는 보험료 기준에 미달한다. 이 계정을 인수하는 보험사는 어떤 부담을 지는가?
보험사는 B주에서는 해당 요율과 약관을 제출(필요 시 승인)해야 한다. 같은 고객·같은 계약인데도 주마다 절차가 달라 거래비용과 지연이 생긴다. 이것이 본문이 지적하는, 면제 기준을 주 사이에 표준화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다.
1990년대에 체결·채택된 국제무역협정들은 많은 나라에 보험을 포함한 금융서비스 규제 체계의 "현대화"를 요구했다. Skipper는 "자유화(liberalization)"(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장벽 완화)와 "규제완화(deregulation)"(자국 규제 자체의 완화)를 구분한다. 둘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며, 일부 자유화는 오히려 특정 영역의 규제 강화를 요구할 수도 있다.
특정 나라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그 나라 보험시장의 성숙도와 기존 규제 체계에 달려 있다. 예컨대 어떤 보험을 정부 기관이 제공하던 나라에서는, 규제완화의 첫 단계가 민간 기업이 진정한 시장에서 보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전환하는 것이다. 반대로 시장이 성숙하고 민간 보험사가 잘 자리 잡은 나라에서는, 규제완화가 이미 상당한 자유를 허용하던 규제 제한을 더 푸는 것을 뜻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규제완화가 관할마다 다른 의미가 될 수 있음을 잘 보여 준다. 역사적으로 일부 EU 회원국(예: 영국)은 보험규제를 주로 건전성(prudential) 사항에 한정한 반면, 다른 나라(예: 독일)는 약관 조건과 가격에 대한 세밀한 감독을 유지했다. EU 회원국이 기본지침(framework directive)을 따르면서, 일부 예외를 빼면 가격에 대한 엄격한 규제(요율 강제·집단 요율 설정)와 약관 규제는 허용되지 않게 되었다. 다만 일반적 물가통제 체계의 일부라면 비생명보험 요율의 사전 통지·승인이 요구될 수 있다.
이처럼 한 나라의 규제 변화를 그 보험시장 발전 수준과 연결 짓는 데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 소비자 전문성이 낮고 보험사 경험이 적은 개발 단계 시장에서는 정부가 남용·부주의를 막기 위해 더 큰 감독을 유지하고, 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규제를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규제 현대화·완화는 하나의 공통 체계에서 다른 공통 체계로의 획일적 변화라기보다 하나의 경로(path)로 보는 것이 낫다. 또한 Skipper가 지적했듯, 한 영역의 규제를 완화하면 다른 영역의 규제를 강화해야 할 수 있다. 예컨대 가격 자유를 더 주면 지급여력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생긴다.
이 글이 거듭 강조하는 점은, 규제완화가 곧 규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규제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가격·약관 사전 승인은 줄이되, 그 대가로 지급여력 감독과 시장 감시는 오히려 강화한다. 한쪽을 풀면 다른 쪽을 조이는 식의 균형이 핵심이다.
미국에서는 영업보험 구매자 면제를 더 많은 주로 확대하라는 압력이 계속될 것이다. 또한 주 사이에 합리적 면제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서 요건 폐지, 보험사·대리점 면허 간소화, 소규모 영업보험 구매자를 위한 더 효율적인 요율·약관 제출 장치 같은 다른 개혁도 주목이 필요하다. 영업보험 구매자의 이해와 각 주의 경제 발전 욕구가 추가 규제 개혁의 동력이 될 것이다. 더불어 선택적 연방 인가·규제 체계에 대한 강한 관심이 주들의 규제 현대화를 계속 압박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서비스의 세계 교역 확대와 여러 나라 보험시장의 발전은 규제 감독을 가장 본질적인 기능에 한정하고 적합한 곳에서는 경제적 힘이 소비자·기업의 선택을 이끌도록 하라는 추동력을 만들 것이다.
본문의 영업보험 규제완화는 국내 보험 가격(요율) 자유화의 흐름과 직접 통한다. 과거 인가요율 중심에서 점차 회사 자율 산정으로 이행했고, 보험개발원의 참조순보험요율을 토대로 각 사가 자사 요율을 조정·신고하는 체계가 자리잡았다. 약관·상품도 표준약관을 바탕으로 자율성이 확대됐다.
규제완화는 가격경쟁·상품혁신을 촉진하지만 과당경쟁·불완전판매·건전성 저하의 위험도 키운다. 그래서 국내에서는 요율 자유화와 함께 비교공시·소비자 보호·K-ICS 건전성 규제를 강화해 균형을 맞춘다.
국내는 참조순보험요율을 기준으로 회사가 자율 조정하는 부분 자유화 체계다. 자율성 확대와 소비자·건전성 규제가 함께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