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계산의 바탕에는 거의 항상 어떤 지급의 기대현재가치(expected present value, EPV)가 놓여 있다. 그 지급은 피보험자가 사망할 때 한 번 이루어지거나, 피보험자가 생존하는 동안 주기적으로 이루어진다. 계리사의 가장 기본적인 계산 도구는 (예나 지금이나) 생명표(life table)였는데, 생명표는 정수 연령 x에서 lx 값을 표로 제시한다. lx는 어떤 출발 연령(흔히, 그러나 반드시 출생은 아닌)에서 살아 있던 큰 동시출생집단(코호트) 가운데 연령 x까지 살아남은 사람 수의 (확률적 의미의) 기댓값을 나타낸다.
이 출발점에서, 연 실효이율 i가 결정론적이고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여러 가지 EPV에 대한 수식을 쉽게 전개할 수 있다. 편의를 위해 할인계수를 v = 1/(1+i)로 정의한다.
예컨대 지금 x세인 사람이 살아 있는 한 매년 말 1원씩 지급하는 종신연금(후급)의 EPV, 그리고 그가 사망하는 해의 연말에 보험금 1원을 지급하는 종신보험의 EPV는 각각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
여기서 tpx는 x세인 사람이 t년을 더 생존할 확률이다. 이 두 식은 EPV에 대한 국제보험계리기호(International Actuarial Notation)의 가장 단순한 예이다. 합은 형식상 무한대까지 더하지만, 실제로는 생명표에 표시된 최고 연령에서 자연히 끝난다.
확률론적으로 보면 생명표 lx는 생존확률을 계산하기 위한 편리한 도구일 뿐이며, EPV를 가장 자연스럽게 쓰는 방법은 확률 tpx를 직접 쓰는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lx로 EPV를 표현하는 이유는, 바로 이렇게 해야 계산기수(전환함수)라는 강력한 표 계산 체계가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이다(아래에서 그 이유가 분명해진다).
위와 같은 수식을 적어 내려가는 것은 쉽지만, 그것을 수치적으로 계산하는 일까지 쉬워진 것은 현대적 컴퓨터가 보급된 이후의 일이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 매번 vt와 lx+t를 곱하고 길게 합산하는 것은 막대한 산술 노동이었다. 계산기수(commutation functions)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대부분의 EPV를 최소한의 산술 연산으로 구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발하고 효과적인 표(table) 체계이다.
아래에 여섯 가지 고전적 계산기수의 정의를 먼저 제시하고, 이어서 그것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인다.
먼저 할인생존자수 Dx는 생존자수에 할인계수를 곱한 것이다.
Nx는 Dx를 위쪽 연령으로 누적합한 것이고, Sx는 다시 Nx를 누적합한 것이다.
D는 "한 시점의 할인된 사람 수", N은 "그 이후 모든 시점의 D를 미리 더해 둔 값"이다. 연금 EPV는 본질적으로 D를 줄줄이 더하는 것인데, N이 그 합을 이미 계산해 표로 갖고 있으므로, 우리는 표에서 N을 찾아 D로 한 번 나누기만 하면 된다. S는 그 합을 한 번 더 누적한 것으로, 매년 증가하는 연금에 쓰인다.
계산기수를 쓰는 가장 기초적인 계산은, 두 D 값의 비율이 곧 순수생존급부의 현가가 됨을 알아채는 것이다.
즉 Dx+t/Dx는 지금 x세인 사람이 t년 뒤 생존해 있을 때 그때 1원을 지급하는 급부의 EPV이다. 종신연금(선급)의 EPV는 이런 조건부 지급들의 합이므로, 기댓값의 선형성에 의해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한편 후급 종신연금은 한 해씩 밀려 지급되므로 다음과 같다.
기간이 제한된 연금도 N 함수의 단순한 차(difference)로 쉽게 처리된다. 예컨대 지금 x세인 사람에게 최대 n년간 매년 말 1원씩 지급하는 후급 유기연금의 EPV는 다음과 같다.
금액이 산술적으로(매년 일정액씩) 증가하는 연금은 계산이 더 까다롭지만, 계산기수로는 여전히 쉽게 다뤄진다. 예를 들어 지금 x세인 사람에게 종신 동안 매년 말, 1년차에는 1원, 2년차에는 2원, 3년차에는 3원…씩 증가시켜 지급하는 연금의 EPV는 S를 이용해 간단히 얻는다.
계산기수 Cx, Mx, Rx는 사망연도 말에 지급하는 보험금에 대해, D, N, S가 후급 연금에 대해 하던 일을 똑같이 해 준다. 먼저 Cx는 그 해 사망자수 dx = lx − lx+1을 사망 시점(연말)으로 할인한 값이다.
예컨대 앞서 본 종신보험의 EPV는 다음과 같이 M/D로 계산된다.
기간이 제한된 보험도 쉽게 다뤄진다. 지금 x세인 사람이 n년 안에 사망하면 사망연도 말에 1원을 지급하는 정기보험의 EPV는 M의 차로 주어진다.
n년 안에 사망하면 사망연도 말에, 또는 n년 만기까지 생존하면 만기에 1원을 주는 생존혼합보험은 "정기보험 + 만기생존급부"이므로, 위 정기보험에 순수생존급부 Dx+n/Dx를 더한 것이다.
증가형 보험의 EPV는 R 함수로 간단히 계산된다. 매년 사망보장액이 1원씩 증가하는 종신보험의 EPV는 다음과 같다.
40세 가입, 보장기간 20년, 보험금 1원의 생존혼합보험(양로보험)의 일시납순보험료(EPV)를 계산기수로 표현하라.
정기보험 부분 (M40−M60)/D40 에 만기생존급부 D60/D40 를 더하면 된다.
실무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급부는 정액형과 산술증가형 보험·연금의 조합으로 표현되므로, 이 여섯 가지 계산기수는 컴퓨터 등장 이전까지 생명보험 수치계산의 거의 전부를 떠받쳤다. 결국 산술은 계산기수 몇 번의 연산과 약간의 보정으로 줄어들었다.
다만 이들이 깔고 있는 가정 — 연금은 연 1회 지급되고 보험금은 사망연도 말에 지급된다는 가정 — 이 항상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이는 정수 연령에서 표로 주어진 생명표 lx의 단순함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더 자주(연 12회 등) 지급되는 연금이나 사망 직후 지급되는 보험을 다루기 위해 더 짧은 시간 단위로 생명표를 만드는 것에 이론적 장애는 없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그런 지급의 EPV를 보통, 통상의 생명표에 기초한 EPV에서 출발하여 근사적으로 구했다. 이런 근사법은 생명보험수학 교과서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연 m회 지급 연금이나 연속연금의 EPV를 연 1회 지급 연금값에서 근사하는 방법은 오일러–매클로린 전개와 울하우스(Woolhouse) 공식으로 체계화된다. 본 해설서의 별도 표제어 오일러–매클로린 전개와 울하우스 공식을 참고하라.
고전적 계산기수에는 두 가지 특화된 변형이 있다.
현대적 서술은 계산기수표의 사용을 크게 줄여 왔다. 동일한 EPV를 스프레드시트의 몇 개 열만으로 계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Gerber가 지적하듯, 계산기수의 사용은 이제는 쓰이지 않는 결정론적 코호트 생존 모형과도 밀접히 결부되어 있었다. 우리는 위에서 계산기수를 확률론적 모형 안에서 특정 EPV를 계산하는 수단으로 제시했는데, 이 관점에서 계산기수는 수치적으로 올바른 결과를 주지만 그 자체로는 이론적 내용은 없다. Gerber는 이렇게 말했다. "그러므로 계산기수의 영광의 시대는 이제 과거에 속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스프레드시트와 컴퓨터가 계산기수표를 대체했지만, 계산기수는 여전히 (1) 많은 EPV 사이의 대수적 관계를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표기로서, (2) 실무 시스템과 시험·교과서에 깊이 뿌리내린 공통 언어로서 가치가 있다. Nx+1−Nx+n+1 같은 "차로 유기급부를 만든다"는 발상 자체가 좋은 계산 직관을 길러 준다.
계산기수(Dx·Nx·Cx·Mx)는 생명표와 예정이율로부터 보험료·준비금 현가를 빠르게 계산하기 위해 미리 만들어 둔 값이다. 국내에서도 전통적으로 경험생명표와 예정이율로 계산기수표를 만들어 보험료·해약환급금을 산출해 왔다. 본문의 '한 번 계산해 두고 재사용한다'는 효율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오늘날에는 전산화로 계산기수를 직접 다루기보다 현금흐름을 직접 할인·집계하지만, 그 바탕 원리는 동일하다. 다만 IFRS17은 단일 예정이율 대신 할인곡선과 현행추정 가정을 쓰므로, 고정 계산기수보다 시나리오 기반 현금흐름 모형이 표준이 됐다.
예정이율 시대의 계산기수는 IFRS17의 할인곡선·현금흐름 모형으로 진화했다. 원리(현가의 사전계산)는 같지만 단일이율 가정이 곡선·시나리오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