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성(heterogeneity)’에 대응하는 형용사 ‘이질적(heterogeneous)’은 그리스어 heterogenes에서 왔다. ‘다른’을 뜻하는 heteros와 ‘종·종류·혈통’을 뜻하는 genos의 합성어다. 보험수리학과 실무에서는 (피보험 위험의 집단·계층이 갖는) 이질성 개념과 긴밀히 얽힌 여러 근본 개념이 있다. 먼저 그 반대인 동질성(homogeneity, homos—‘같은’)이 있고, 다음으로 위험분류(risk classification)가 있다. 이들에 연결된 것이 보험자·피보험자 양쪽의 위험선택(risk selection) 개념이다.
이 개념들은 서로 얽혀 있다. 예를 들어, 더 이질적인 집단을 한데 묶는 분류체계일수록 피보험자의 역선택(逆選擇, adverse selection)이 더 심해진다. 이 글에서는 주로 전통적인 개인 생명보험·연금에 한정한다. 이 경우 위험을 동질 집단으로 나누는 문제가 비교적 쉬우며, 보험료 산정은 전적으로 계약 체결(또는 갱신) 시점의 사전 정보(a priori information)에 근거한다. 이는 손해보험과는 다르다.
동질(homogeneous)한 집단은 모두 같은 확률분포로 죽는다고 볼 수 있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실의 집단은 사실 서로 다른 위험을 갖는 사람들의 혼합(mixture)이다. 이 “섞임”이 곧 이질성이며, 보험료·준비금·선택 현상에 모두 영향을 준다.
오랫동안 생명보험에서는 피보험자(위험)를 계약 시점에 쉬운 사전적 동질 계층으로 나눌 수 있다고 가정해 왔다. 생명보험과 연금은 역사적으로 성별·연령·건강상태에 따라 분류되어 왔고, 최근에는 흡연 습관도 분류 요소로 도입되었다. 보험수리학에서 한 집단의 동질성이란, 그 집단의 위험들이 동일한 확률분포(또는 랜덤 손실함수)를 갖는다는 뜻이다(암묵적으로 위험들은 서로 독립이라고 가정한다).
이 동질성 가정은 전통적 가격산정 체계의 핵심이다. 생명보험수리의 가격산정 원리인 보험수리적 수지상등 원칙(actuarial equivalence principle)은 사실 위험의 동질성과 독립성 가정에 기초한다. 확률변수 모형에서 이 원칙은 다음처럼 표현된다 — 보험료의 기대값이 급부의 기대값과 같다.
그러나 동질성은 추상적 이상일 뿐이다. 위험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인이 알려져 있고 관측·분류에 포함되는 것은 이론상에서뿐이다. 이 때문에 생명보험·연금의 위험분류는 이론적으로 비판받아 왔으며, 이질성을 명시적으로 고려하는 다른 접근도 제안됐다. 손해보험에서는 이질성을 다루기 위해 경험요율 기법인 신뢰도이론(credibility theory)이 고안됐다. 개인 생명보험에서는 사람은 한 번만 죽으므로 경험요율이 무의미하지만, 단체생명보험에서는 적용할 수 있다(Keffer가 1929년에 이미 논의).
보험료는 “이 집단의 평균 사망률”로 하나의 값을 쓴다. 집단이 속으로 이질적이면(건강한 사람과 아픈 사람이 섞임) 건강한 가입자는 “내 보험료가 비싸다”고 느껴 빠져나가고, 아픈 가입자만 남아 평균이 틀어진다. 그래서 동질성이 깨지면 수지상등도 깨진다.
피보험자가 사망·장해 상태에 빠질 확률은 앞서 언급한 요인보다 훨씬 많은 요인에 좌우된다. 서로 얽힌 요인들을 간략히 들면: 생물학적 요인(달성연령·건강), 유전적 요인(성별·개인 유전형), 생활습관(흡연·음주), 사회적 요인(혼인상태·사회계층·직업), 지리적 요인(지역·우편번호) 등이다. 이 위험요인들이 모여 위험분류체계(rating factors)를 이룬다.
현실에서는 모든 관련 위험요인을 다 반영할 수 없으므로, 각 피보험자 집단은 사실상 이질적이다. 기존 분류체계에 분류요인을 추가하면 더 세분화된 분류를 얻는데, 일반적으로 세분화된 분류가 원래 것보다 더 동질적이 된다. 위험요인은 여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i) 통계적·보험수리적으로 적절해야 하고, (ii) 사회적으로 수용되어야 하며, (iii) 운용상 적합해야 하고, (iv) 법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이는 충분히 신뢰할 만하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며 시간에 걸쳐 안정적인 자료가 있어야 함을 뜻한다.
통계적 신뢰성은 분류체계 개선의 제약 요인이다. 분류를 세분화할수록 각 칸의 표본 수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 현대 실무는 손해보험에서도 쓰는 현대 통계모델링 기법을 활용한다. 또한 인종·피부색·종교·장애·성별에 대한 차별은 법으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다룬 요율산정(rating)은 위험분류 과정의 한 측면일 뿐이다. 관련된 다른 주요 측면은 언더라이팅(underwriting, 인수심사)·마케팅·위험선택이다. 언더라이팅은 보험 위험을 검토해 분류하고 인수를 수락/거절하며 수락한 위험에 올바른 보험료를 매기는 과정이다. 전통적으로 네 가지 인수계층이 쓰인다: 표준체(standard)·우수체(preferred)·표준미달체(substandard)·보험불가체(uninsurable). 영국에는 우수체가 없고, 뉴질랜드는 반차별 입법 때문에 사실상 거절체가 없어 보험불가 여부를 보험사가 아니라 가입 희망자가 지불할 의사에 따라 결정한다. 마케팅은 수요 창출뿐 아니라 시장 세분화·표적집단 선택·상품개발 등과도 관련된다.
위험선택은 두 축으로 구분된다. 한쪽은 (피보험자에 의한 선택) vs (보험자에 의한 선택)이고, 다른 한 축은 (계약 출로 시점) vs (계약 기간 중·만기 시점)이다.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역선택은 피보험자가 분류체계의 허점을 이용해 최대한 유리하게 구매하는 경향이다. 예를 들어 흡연자는 연령·성별만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회사를 선호한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신체검사·설문으로 감춰진 위험을 걸러낸다(언더라이팅).
보험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한 분류체계를 쓸 경제적 유인을 갖는다. 너무 거친 분류로 잘못 요율을 메기면 경쟁시장에서 수익성과 지급여력이 나빠진다. 반면 개인은 어느 분류체계에 대해서든 계약 출로 시와 기간 중에 역선택할 수 있다. 이 성향을 역선택(antiselection / adverse selection)이라 한다. 다만 언더라이팅 과정에서 가입자는 의료·가족력 설문과 신체검사로 더 분류되므로, 연령·성별만으로는 부적절했던 1차 분류가 보완된다.
이 언더라이팅 과정은 계약 초기 몇 해 동안 사망률을 뚜렷이 낮춘다. 이 때문에 보험료 산정에 흔히 선택확률(select probabilities)을 쓴다. 실제로 선택·궁극 사망률이 이것이다 — 초기(선택기간)에 사망률이 낮고 시간이 지나면 궁극(ultimate) 수준으로 수렴한다. 동일 달성연령에서 최근 가입한 사람의 사망률이 오래전 가입한 사람보다 낮다.
또 다른 초기 선택으로는 보험사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특정 지역 잠재 고객만 접촉 등). 한편 보험 포트폴리오는 각 위험요인 조합마다 건강 측면에서 이질적이므로, 계약 기간 중 덜 건강한 가입자가 상대적으로 적게 해지(surrender)하는 ‘선택적 해지(selective withdrawal)’가 생길 수 있다. 또 저축성 상품에서는 시장금리가 높을 때 수익률 낮은 상품을 해지하는 재정적 선택(financial selection)이, 갱신형 정기보험 만기에는 사후선택(postselection)이 나타난다.
피보험자의 역선택 개념은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와 밀접하다 — 보험 가입이 피보험자의 행동을 바꾸는 성향이다. 그래서 생명보험에는 (법이 허용하면) 계약 초기 2년 내 자살 사망 시 사망보험금 지급을 제외하는 조항을 둔다.
흡연 여부와 ‘프레일티(체질)’은 모두 이질성의 원천이다. 둘은 어떻게 다르게 다뤄지는가?
흡연처럼 관측·측정되는 요인은 요율요인(rating factor)으로 분류체계에 넣어 해소한다(관측 이질성). 반면 유전체질처럼 잡을 수 없는 요인은 남아 있어(비관측 이질성) 프레일티(frailty) 같은 임의효과 모형으로 다룬다. 관측 이질성은 선택·궁극 사망률로, 비관측 이질성은 프레일티 혼합으로 이어진다.
해설 이 절은 원문의 개념을 수식으로 정리한 보충이다(상위 표제어 ‘프레일티’와 연결).
이질 집단은 서로 다른 생존함수를 갖는 개체들의 혼합(mixture)이다. 관측 불가한 위험수준(프레일티) Y가 분포 G(·)로 흔어져 있다고 하면, 모집단 생존함수는 개체별 조건부 생존함수 S(t|y)의 평균이다.
곱셈형 위험 구조 아래에서 조건부 위험이 Y·λ(t)이고 누적기저위험이 Λ(t)=∫₀ᵗλ(u)du이면, 시간 t까지 살아남은 집단의 집계(모집단) 위험률은 조건부 위험률에 “생존자의 평균 프레일티”을 곱한 값이 된다.
핵심은, 고위험(높은 Y) 개체가 먼저 사망하므로 생존자의 평균 프레일티 E[Y|T>t]가 시간에 따라 감소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개체 위험이 일정·증가해도 집계 위험률은 꺾여 내려갈 수 있다. 이것이 앞의 “선택으로 사망률이 낮아 보이는” 현상의 수식적 근거다. 그래서 한 집단의 분포는 시간에 따라 점점 건강한 쪽으로 이동하며, 초기의 언더라이팅 선택효과도 이 틀로 설명된다.
한 집단을 동질로 가정해 하나의 평균 사망률로 보험료를 매기면, 실제로는 이질성 때문에 (1) 초기 사망률이 선택효과로 낮고(→ 선택표 사용), (2) 시간이 지나면서 생존자가 건강해져 집계 사망률이 궁극 수준으로 수렴하며, (3) 연금에서는 반대로 건강한 사람이 오래 살아 연금 수급 기간이 길어져 장수 선택 위험이 생긴다. 이질성을 무시한 보험료·준비금은 체계적 오차를 갖게 된다.
생명보험의 이질성은 같은 연령·성별이라도 건강상태·생활습관에 따라 위험이 다르다는 사실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이를 위험분류와 언더라이팅으로 다룬다. 표준체·우량체·표준미달체(할증)·간편심사 등으로 위험을 구분해 요율을 차등하고 역선택을 통제한다.
본문이 짚은 '관측되지 않는 이질성(프레일티)'은 선택효과로 나타난다. 신규 가입자가 일정 기간 표준보다 사망률이 낮은 선택효과,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는 현상이 경험생명표의 선택·종국표 구분과 위험률 가정에 반영된다.
국내는 언더라이팅으로 이질성을 분류하고, 가입 초기의 선택효과를 위험률(선택표)에 반영한다. 이질성 관리가 역선택 방지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