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는 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사업 운영 비용, 세금, 그리고 주식회사(proprietary company)일 경우 주주 배당까지 충당해야 한다. 이들을 통틀어 지출(outgoings) 또는 재무적 부채라 하며, 이는 계약자 부채와 기타 부채로 구성된다.
생명보험의 경우 계약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은 투자 자산과의 관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1) 무배당 부채처럼 금액이 고정되어 자산과 무관한 경우, (2) 외부 주가지수에 연동되어 부분적으로만 자산에 의존하는 경우(예: 실제 투자수익을 평활(smoothing)하여 만기금을 정하는 영국 유배당(with-profits) 계약), (3) 변액(unit-linked)·자산연결 계약처럼 계약 가치가 펀드 자산의 가치에 강하게 의존하는 경우다. 변액의 경우 만기보증(maturity guarantee)이 작동하면 단순한 펀드 가치 대신 보증된 만기가치(펀드준비금 + 만기보증준비금)가 지급된다.
계약자에게 지급할 보험금 외에도 보험회사는 미래의 비용·세금·주주배당을 충당해야 한다. 이들을 들어오는 보험료나 자산 수수료로 충당하지 못하면 별도의 준비금을 쌓아야 한다. 특히 변액보험에서는 펀드준비금(unit reserve) 외에 미래 비용이나 보증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비펀드준비금(non-unit reserve, sterling reserve)이 필요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자본(capital) 또는 여유자산(free assets)은 보유 자산이 계약자 부채(와 규제상 요구자본)를 넘어서 남은 부분이다. 이 여유가 많을수록 회사는 손해를 흡수하고, 이익을 평활하며, 신규계약을 인수할 여력이 커진다.
보험회사는 자신의 재무적 부채에 가치를 부여하고, 그 부채를 충당하려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 위험에 노출된다. 주요 위험은 다음과 같다.
기대 지출을 충당하려면 재무자원이 필요하지만, 가능한 모든 위험을 부채 평가에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을 충당할 충분한 마진을 갖춘 추가 재무자원(=자본)이 필요하다. 또한 신규계약에서 생기는 추가 부채와 신규 설비·시스템 비용을 감당할 여력도 필요하다.
보험을 새로 팔면 첫해에 모집수수료·설계비 같은 지출이 먼저 나가고, 규제상 준비금도 즉시 쌓아야 한다. 그래서 첫해에는 오히려 자본이 까이는데, 이를 신계약 부담이라 한다. 중간에 들어오는 보험료로 메우지 못하면 여유자산을 까아서 메워야 하므로, 확장 속도는 가용 자본에 의해 제한된다.
보험회사는 다음 곳에서 재무자원을 얻을 수 있다.
감독당국 규칙에 따라 평가한 계약자 부채·비용·세금의 가치를 규정상(statutory)·감독상 부채가치라 하고, 이를 현실적(realistic) 부채가치와 구별한다. 감독상 규칙은 계약자의 합리적 기대(예: 비보증 종결보너스)에 따른 재량적 지급을 인정하지 않는 반면, 평가이율 상한 같은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회사의 자본 적정성을 다루는 문제를 자본 적정성(capital adequacy) 문제라 한다. 규정상 자본은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여기서 A는 (자산평가 제한을 반영한) 자산가치, Vstat는 규정상 부채가치이다. 자산가치는 (1) 과도한 집중, (2) 거래상대방 위험 노출, (3) 미상장 자산, (4) 파생상품, (5) 전액 시장가치 인정 불가(장부가액 또는 저가법 적용) 등을 이유로 제한될 수 있다.
한 생명보험사의 (제한 반영) 자산가치가 1,200억 원, 규정상 부채가치가 1,000억 원, 요구 지급여력(solvency margin) M = 60억 원이다. 규정상 자본과 여유자산을 구하라.
규정상 자본 C = A − Vstat = 1,200 − 1,000 = 200억 원. 여유자산 = C − M = 200 − 60 = 140억 원. 자본 C(200)이 요구자본 M(60)을 웃돌므로 지급여력 요건을 충족한다.
규정상 자본은 보통 벤치마크 자본(위험기반자본 RBC 또는 지급여력 마진 M)과 비교해 판단한다. 여유자산과 지급여력 조건은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벤치마크 자본은 앞서 열거한 위험들을 고려하여 산정된다. 특히 규정상 준비금이 매칭/헤징 위험(자산과 부채의 서로 다른 민감도)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벤치마크 자본은 금융 여건의 규정된 변화('스트레스 테스트')를 추가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인구통계 요인의 무작위·계통적 변동과 그 밖의 위험도 반영한다.
미국에서는 자본 적정성을 NAIC 공식으로 계산하는 위험기반자본(RBC)과 비교해 판단한다. 공식은 네 가지 위험을 반영한다. C1(자산 디폴트 위험 — 고급 국채 0%에서 주체 신용등급에 따라 20% 이상까지), C2(인구통계 변동 — 위험보험금(sum at risk) 기준), C3(금리·현금흐름 미스매칭 — 부채가치 기준), C4(경영 위험 — 보험료 수익 기준). 캐나다도 유사한 MCCSR 방식을 쓴다.
EU에서는 자본 적정성을 지급여력 마진(solvency margin)과 비교해 판단한다. 지급여력 마진은 부채가치의 4%에 위험보험금(sum at risk)의 0.3%를 더한 값이다.
여기서 V는 부채가치, S는 위험보험금이다. 이 EU 규칙은 매우 개략적(broad-brush)이고 이론적 기초가 약하다고 인정되어, 보다 정교한 Solvency II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회사 내부적으로는 여러 자본 적정성 비율이 계산된다.
비율 1은 규정상 자본 ∕ 벤치마크 자본, 비율 2는 현실적 자본 ∕ 벤치마크 자본이다. 비율 3·4는 금융 여건을 급변시킨 '스트레스·복원력 테스트', 비율 5는 다양한 미래 시나리오(동적 보너스·투자 정책 포함)를 투영한 확률시뮬레이션(stochastic simulation)이다. 자본 요건은 보험회사 내 자원배분과 어느 사업(line)을 수익적으로 확장할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국제적 비교가능성과 이론적 기초를 더하고자, 보험 국제회계기준을 '공정가치(fair value)' 기반으로 제안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자산의 공정가치는 정보에 밝은 거래 당사자 간 독립거래 가격이다. 다만 현실적 부채가치가 회사의 투자전략에 의존하기 때문에(매칭/헤징 정책을 따르지 않으면 부채를 더 보수적으로 평가) 국가 간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
에스테이트(워킹캐피털)는 현실적 기준에서 부채가 붙지 않은 자산으로, 손해 흡수와 이익 평활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
계리사의 전문적 의무는 자산의 성격을 고려하여 회사 부채의 현실적 가치를 평가하고, 그 위험을 커버할 추가 자본을 산정하며, 다양한 미래 금융 시나리오 아래 오늘과 내일의 지급여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때 계리사는 투자정책이 부채의 성격과 일치하도록 하고, 평가에 의도한 투자정책을 반영해야 한다. 특히 규제가 완화된 시장에서 계리사의 역할은 보험회사의 재무 건전성에 결정적이다.
부채가치 V = 1,000억 원, 위험보험금 S = 2,000억 원인 생명보험사의 EU 지급여력 마진 M을 구하라.
M = 0.04 × 1,000 + 0.003 × 2,000 = 40 + 6 = 46억 원. 즉 부채의 4%와 위험보험금의 0.3%를 합친 금액 이상의 자본을 보유해야 지급여력을 인정받는다.
국내 생명보험사의 자본 규제 체계는 2023년 IFRS17·K-ICS(보험자본기준) 동시 도입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됐다. K-ICS는 자산·부채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한 뒤 각 위험별 요구자본(SCR에 대응)을 산출하고, 이를 가용자본(Available Capital)과 비교해 비율을 산정한다. 본문의 “지급여력 마진(solvency margin)”이 바로 이 가용자본-요구자본 비율 구조에 해당한다. 감독기준 비율은 2025년부터 130%로 적용되며, 100% 미만이면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 권고·요구·명령)가 발동된다.
본문에서 강조하는 신계약 부담(new-business strain)은 국내에서도 유사하게 관찰된다. 제10회 경험생명표 적용(2024.4, 남성 평균수명 86.3세, 여성 90.7세) 이후 사망 위험률이 하락하면서 종신보험 등 장기 사망담보 상품의 준비금이 늘었고, 이는 첫해 신계약 부담을 가중했다. 무·저해지 상품에 대한 해지율 가이드라인(2024)은 부채 평가 시 해지율 가정을 합리화해 준비금 산출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자본 조달 수단으로는 본문에 언급된 금융재보험(financial reinsurance) 외에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이 광범하게 활용된다. 특히 공동재보험(2020년부터 코리안리·RGA·SwissRe 등 참여, 누적 조 단위)은 국내에서 자산 이전을 통해 K-ICS 비율을 제고하는 대표적인 금융재보험 형태다. IFRS17 하에서 CSM(계약서비스마진)은 자본 성격의 미래 이익으로 간주되나, K-ICS 가용자본에 산입 가능한 금액(기본자본 vs 보완자본 구분)에 제한이 있어, 2027년 기본자본 규제 도입이 자본 전략의 핵심 변수가 됐다.
국내 보험사는 IFRS17(손익·CSM)과 K-ICS(자본비율) 두 지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한다. CSM이 높아도 금리 상승 시 K-ICS 비율이 하락하는 역설이 발생하므로,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ALM)이 자본 관리의 핵심이다. 변액보험은 K-ICS에서 시장리스크 요구자본이 크게 반영되어 신계약 자본 소모가 상대적으로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