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lapse)란 보험계약자가 만기가 다가온 계약을 갱신하겠느냐는 보험자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아 계약이 소멸되는 것을 말한다. 실효율(lapse rate)은 갱신을 제안받은 계약자 수 대비 실효한 계약자 수의 비율로 계산한다. 실효율을 계산할 때 보험자는 (1) 갱신 제안을 늦게 수락하는 경우와, (2) 보험의 기초(종목)를 변경하는 경우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화재·도난 담보 자동차보험의 갱신을 제안받은 계약자가 실효하는 대신 종합(comprehensive) 담보로 갈아타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실효로 잡으면 안 된다.
실효은 계약자가 갱신을 안 하고 그냥 내버려 둔 것이다. 식으로 쓰면 실효율 = (실효 건수) ÷ (갱신 제안 건수), 그리고 갱신율(renewal rate) = 1 − 실효율이다. 실무에서는 실효율보다 갱신율을 더 자주 본다. 단, "담보 종류를 바꿈" 같은 전환은 계약이 살아있는 것이므로 실효로 세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실효는 ‘해지(취소, cancellation)’과 구분된다. 해지는 계약 기간이 끝나기 이전 어느 시점에도 발생할 수 있다. 해지는 계약자가 만기 전에 명시적으로 계약 종료를 요청해야 일어나는 반면, 실효는 갱신 시점에서 계약자의 부작위(가만히 있음)·거절로 인해 발생한다.
실효율과 해지율은 따로 모니터링한다. 특히 둘이 서로 다른 이유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실효는 보통 계약자가 다른 보험사로 갈아탔음을 뜻하는 반면, 해지는 그 보험 자체가 더 이상 필요 없어졌음을 뜻한다.
(가) 갱신 안내를 받고도 보험료를 내지 않아 계약이 끝난 경우. (나) 차를 팔아서 계약 중도에 보험을 끊은 경우. 각각 무엇인가?
(가)는 갱신 시점의 부작위로 인한 실효이다. (나)는 계약 중도에 계약자가 명시적으로 종료를 요청한 것이므로 해지(취소)이며, 보험 자체가 필요 없어졌음을 뜻한다. 둘은 원인이 다르므로 따로 관리해야 한다.
높은 실효율은 보험료가 너무 비싸거나 보장(혜택)이 경쟁력이 없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는 포트폴리오 전체 수준에서 그럴 수도 있고, 보험사 포트폴리오의 특정 부분에서 그럴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는 자사 계약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로 실효율을 면밀히 모니터링한다. 실무에서는 실효율 대신 갱신율을 보는 경우가 많다. 갱신율은 갱신한 계약자 수 대비 갱신을 제안받은 계약자 수의 비율(=1−실효율)이다.
실효율이 갑자기 뛰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는 신호다. 우리 보험료가 경쟁 상품보다 비쌀 수 있고, 특정 연령대·지역·담보 구간에서만 계약자가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래서 전체 수치만 보지 않고 포트폴리오를 쪼개서 실효를 본다.
보험사가 실효율을 모니터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반적으로 새 고객을 끌어오는 비용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보다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또한 신규 계약자의 손해(지급)비용이 갱신 계약자보다 더 높다는 증거도 있는데, 특히 자동차보험에서 그렇다. 이 모든 점이 계약 유지(persistency)를 높이는 것이 수익성에 중요한 이유이다.
왜 보험사는 기존 계약자를 붙잡는 것을 새 계약자를 끌어오는 것보다 선호하는가?
새 계약은 광고·모집·사무·인수심사 비용이 한꺼번에 들고, 게다가 신규 계약자의 손해율이 더 높은 경향이 있다(자동차보험에서 뚜렷). 반면 오래 유지된 고객은 추가 획득비용이 없고 손해 행태도 안정적이다. 따라서 실효율을 낮게 유지하는 것이 수익성에 직결된다.
실효는 보험사의 수익성과 준비금(적립금)에 직접 영향을 준다. 손해보험에서 신규 계약 획득비용은 쓰고 난 직후이지만 그 계약이 여러 해 유지되면서 회수되므로, 조기 실효가 많으면 획득비용을 회수하기 전에 계약이 사라져 수익성이 나빠진다. 수익성 검증(profit testing)에서 실효율 가정은 중요한 입력값이 된다.
원문에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실효를 공부할 때 흔히 따라오는 개념이다. 건강하고 위험이 낮은 계약자일수록 더 쉽게 다른 저렴한 보험사로 옮겨가고(실효), 위험이 높은 계약자는 남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남은 계약 집단의 평균 위험이 높아져 실제 손해가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는데, 이를 선택적 실효라 한다.
실효·해지(lapse)는 국내 장기보험 수익성·준비금의 핵심 변수다. 본문처럼 해지는 자산지분·해약환급금과 맞물리고, 가입 초기 해지가 많으면 신계약비를 회수하지 못해 손실이 난다. 국내에서는 경과기간별 유지율(13회차·25회차 등)이 핵심 관리지표다.
특히 환급금이 적은 무·저해지환급형 상품은 해지율 가정에 따라 수익성·준비금이 크게 달라져, 2024년 해지율 가이드라인으로 보수적(원칙적으로 완전납입 후 낮은 해지) 가정을 적용하게 됐다. IFRS17 최선추정에서도 해지율은 현행추정으로 가정한다.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 과다가정 문제로 2024년 가이드라인이 도입됐다. 해지율 가정이 수익성·준비금·자본을 함께 움직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