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병보험(Long-term Care Insurance, LTCI)은 노령·만성질환·장애로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간병(돌봄) 서비스 비용을 보장한다. 상품에 따라 (1) 실제 발생 비용을 보상하는 실손형(reimbursement)과, (2) 비용과 무관하게 정액을 지급하는 정액·소득형(income-type, 영국에서 판매)이 있다. 정액형은 급부 사용처를 피보험자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매일 최대 보장액을 쓰는 셈이라 더 비싼 급부로 여겨진다.
LTCI의 급부 개시요건은 흔히 일상생활능력(ADL, activities of daily living)에 기반한다. ADL은 개인의 기능 수준을 재는 기본 동작으로, 가장 흔히 쓰는 6가지는 목욕, 배변·배뇨 조절(continence), 옷 입기, 식사, 화장실 사용, 이동(transferring, 침대↔의자)이다. 예를 들어 “ADL 2개 이상을 수행하지 못할 것”을 급부 개시요건으로 둘 수 있다. 많은 증권은 인지기능 손상(치매 등) 요건도 포함한다.
“간병이 필요한가”를 판단하려면 객관적 잣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LTCI는 스스로 못 하는 ADL의 개수(예: 6개 중 2개 이상)로 급부 개시를 정한다. 도덕적 위험과 분쟁을 줄이고, 보험사가 발생률을 통계적으로 추정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보험계리사는 LTCI에서 상품개발·평가(valuation)·경험분석 등 전통·비전통 업무를 수행한다. 전통적으로는 보험료와 준비금을 계산하고, 비보험 공공자료를 포함한 이용률 자료를 해석해 요율·준비금 가정을 설정한다.
LTCI 요율 산정은 상품의 복잡성, 피보험자 간병 경험자료의 부족, LTC·규제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에 어렵다. 보험계리사는 전형적으로 1차/2차 탈퇴 모형(primary/secondary decrement model)으로 가격을 매겨 왔다. 활성 상태(active)의 피보험자는 사망·실효(lapse)·LTC 장애라는 1차 탈퇴에 노출되고, LTC 장애 상태의 피보험자는 사망·회복(recovery)이라는 2차 탈퇴에 노출된다. 따라서 사망률표(생명표), 실효율표, LTC 발생률표가 필요하다. 2차 탈퇴는 흔히 하나로 합쳐 LTC 연속표(continuance table)로 다룬다. 실손형에서는 보장 서비스 이용 가정도 필요하다. 평가(valuation)도 같은 모형·방법·자료를 사용한다.
LTCI는 피보험자가 활성(건강) → LTC 장애 → 사망/회복 사이를 옮겨 다니는 다중상태(multi-state) 모형으로 이해하면 쉽다. 각 화살표(전이)에 확률(사망률·실효율·발생률·회복률)을 붙여 보험료·준비금을 계산한다. ‘소득보상보험(Disability Insurance)’의 다중상태 모형과 사실상 같은 구조다.
참고: Society of Actuaries LTC 자료, Actuarial Standard of Practice No. 18, Beekman 등(원문 [1]–[26] 참조).
한국의 간병 보장은 공적 노인장기요양보험(2008년 도입)이 1차 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며, 심신 기능 평가에 따라 요양 1~5등급과 인지지원등급을 판정하고 재가·시설 급여를 제공한다. 민영 장기간병보험은 이 공적 체계 위에 얹히는 구조로 발전했는데, 가장 한국적인 특징은 급부 트리거를 회사가 자체 정의하지 않고 공단의 요양등급 판정에 연동시킨 상품이 주류라는 점이다. 본문 이론이 다루는 ADL(일상생활동작) 평가 기반 트리거는 약관상 병존하지만, 객관성·분쟁 예방 측면에서 등급 연동형이 사실상 표준이 되었다.
상품 구성은 진단·등급 판정 시 일시금(간병자금), 매월 지급하는 간병연금, 그리고 최근 급성장한 간병인 사용·지원 일당(입원 시 간병인 비용 실비/정액) 담보로 나뉜다. 치매 특화 상품은 경증(CDR 척도 기반) 보장을 확대했다가 2019년 전후 인수·지급 분쟁을 겪으며 정비된 바 있다. 고령자·유병자도 가입 가능한 간편심사형이 확산되어, 보장 공백이 큰 후기 고령층 시장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간병 발생률(등급 판정률)·유지율 추정에는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와 공단 코호트DB가 핵심 원천이다. 다만 공적 제도의 등급 판정 기준이 정책적으로 변해 왔다는 점이 모형 위험으로 남는다 — 트리거를 외부 제도에 연동한 대가다. 계리 모형은 본문의 다상태(active–LTC–사망) 구조를 따르며, 수발 상태 진입 후 생존기간 가정이 연금형 급부 부채를 좌우한다. IFRS17에서는 초장기(종신) 보장의 위험률·해지율 추세 가정이 CSM에 민감하게 작용하고, K-ICS에서는 장해(간병)리스크와 장수리스크가 동시에 잡히는, 자본 관점에서 무거운 상품군이다. 위험 분산을 위해 재보험 출재(발생률 위험의 quota share)가 활발한 영역이기도 하다.
초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20% 돌파)에 진입한 한국에서 간병은 보험산업의 최대 성장 시장으로 꼽힌다. 요양 실손형 담보 도입 논의, 요양시설 연계 서비스(현물급부형) 실험 등 — 본문이 정리한 "현금급부 vs 현물급부, 트리거 정의" 같은 이론적 쟁점들이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겁게 검증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