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를 어떤 장치의 수명을 나타내는 비음수 확률변수라 하고, 분포함수 F, 생존함수 S=1−F, 그리고 유한한 평균 μ=E(X)=∫₀∞ S(t) dt > 0을 갖는다고 하자. xF=sup{x:S(x)>0}을 F의 오른쪽 끝점이라 한다. 시각 t까지 생존했다는 조건 아래 그 시점의 잔여수명(residual lifetime)을 Xt=X−t | X>t 라 하면, Xt의 분포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잔여수명 Xt의 평균은 다음과 같이 주어진다. 이것이 평균잔여수명(mean residual lifetime, MRL) e(t)다.
즉 e(t)는 “시각 t까지 생존했다는 조건 아래, 그 장치가 앞으로 더 살 잔여수명의 조건부 기댓값”이다. 함수 e(t)=E[X−t | X>t]를 X 또는 그 분포 F의 평균잔여수명이라 하며, 보험에서는 평균초과손해(mean excess loss), 그리고 (생명표 맥락에서) 완전평균여명(complete expectation of life)이라고도 부른다. MRL은 보험·금융·생존분석·신뢰성을 비롯한 확률·통계의 많은 분야에서 중요하다.
평균잔여수명 e(t)는 “지금 t까지 멀쩡히 살아남은 사람이 앞으로 평균 얼마나 더 사는가”이다. 분자 ∫t∞S(x)dx는 “t 이후의 생존확률 면적”, 분모 S(t)는 “t까지 살아남았을 확률”이다. 둘의 비가 “살아남은 자들 기준의 평균 남은 수명”이 된다. 생명표의 완전여명 e̊x가 바로 이것이다.
일반 자기부담금(ordinary deductible) d>0인 보험계약을 생각하자. X가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손해라면, 손해가 자기부담금을 초과할 때 보험자가 지급하는 금액은 자기부담금 초과분 X−d(X>d일 때)이고, X≤d이면 보험자는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는다. 따라서 “손해가 자기부담금을 초과했다는 조건 아래의 초과분 기댓값”이 바로 MRL e(d)=E(X−d | X>d)이며, 이를 자기부담금 d에 대한 평균초과손해라 한다.
보험·금융 응용에서는 흔히 손해의 분포가 모든 x≥0에서 F(x)<1을 만족(즉 오른쪽 끝점 xF=∞)한다고 가정한다. 이하 일반성을 잃지 않고 xF=∞로 둔다.
생존분석에서 “나이 t의 평균잔여수명”과 손해보험에서 “자기부담금 d의 평균초과손해”는 완전히 같은 수식 e(t)=E[X−t | X>t]이다. X를 ‘수명’으로 보면 잔여수명, ‘손해액’으로 보면 자기부담금 초과 기대손해가 된다. 그래서 재보험·자기부담금 설계와 사망률 분석이 같은 도구를 공유한다.
MRL은 분포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거꾸로 분포를 MRL로 표현할 수도 있다. F가 연속이면 식 (2)로부터 다음이 성립한다.
또한 F가 절대연속이고 밀도 f를 가지면, F의 고장률(failure rate)은 λ(x)=f(x)/S(x)이며, 식 (2)와 S(x)=exp(−∫₀ˣ λ(y)dy)로부터 다음을 얻는다.
나아가 이 식은 MRL과 고장률 사이의 간단한 미분 관계를 함의한다.
세 가지 양 — 생존함수 S, 고장률 λ, 평균잔여수명 e — 은 어느 하나만 알면 나머지가 모두 결정되는 동등한 표현이다. λ(x)=(e′(x)+1)/e(x) 한 줄로 MRL에서 고장률을 얻고, 거꾸로 식 (4)로 고장률에서 MRL을 얻는다. 데이터에서 무엇을 추정하기 쉬운지에 따라 골라 쓰면 된다.
식 (5)는 (e(x)+x)′=λ(x)e(x)≥0임을 함의한다. 따라서 e(x)+x=E(X | X>x)는 x≥0에서 항상 증가한다. 이는 MRL의 흥미로운 성질 중 하나다. MRL e 자체는 일반적으로 단조가 아니지만, F가 증가고장률(IFR)을 가지면 e는 감소한다. 이 경우에도 e(x)+x는 여전히 증가한다.
사실 e(x)+x의 증가성은 어떤 함수가 MRL이 되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의 하나다. 함수 e(t)가 (절대연속 분포를 갖는) 비음수 확률변수의 MRL일 필요충분조건은 다음이다: (i) 0≤e(t)<∞; (ii) e(0)>0; (iii) e가 연속; (iv) e(t)+t가 [0,∞)에서 증가; (v) 어떤 t₀에서 e(t₀)=0이면 t≥t₀에서 e(t)=0, 그런 t₀가 없으면 ∫₀∞ (1/e(t)) dt=∞.
한편 분포 F의 MRL은 평형분포(equilibrium distribution) Fe(x)=∫₀ˣS(y)dy/μ 의 고장률의 역수다.
IFR(증가고장률)은 “나이 들수록 더 잘 죽는다”는 마모형이다. 그러면 같은 ‘이미 살아남았다’는 조건이라도 더 늙은 사람일수록 앞으로 버틸 기대시간이 짧아지므로 MRL이 감소한다. 반대로 DFR(감소고장률)이면 MRL은 증가한다. 단, e(x)+x(=조건부 평균 사망연령)는 어느 경우든 항상 늘어난다.
보험계약에 보험자 지급 한도 u가 있고 피보험자의 손해가 X이면, 보험자가 지급하는 금액은 X∧u=min{X,u}다. 보험자가 지급하는 기대금액은 다음으로 주어지며, 이를 한도 u에 대한 한정기대값(limited expected value, LEV) 함수 E(X;u)라 한다.
이 함수는 MRL과 연결된다. X=(X∧x)+(X−x)+ 이므로 평균을 분해하면
가 되고(여기서 (a)+=max{0,a}), 이를 풀면 MRL과 LEV가 서로를 결정하는 다음 항등식을 얻는다.
따라서 분포의 MRL 표현과 LEV 표현은 식 (9)로 서로를 함의한다. 다만 MRL 쪽이 보통 더 간단한 표현을 갖는다. 예컨대 X가 율 λ의 지수분포면 e(x)=1/λ로 상수(무기억성)이고, X가 파레토분포면 e(x)는 x의 선형함수다.
감마분포 G(α,β)와 바이불분포 W(c,τ)의 MRL도 불완전감마함수를 통해 닫힌 형태로 주어진다.
X가 율 λ의 지수분포(S(x)=e−λx)를 따를 때 e(x)를 구하라.
∫x∞S(t)dt = ∫x∞e−λtdt = e−λx/λ. 따라서 e(x) = (e−λx/λ)/e−λx = 1/λ(상수). “지금까지 얼마를 버텼든 앞으로 평균 1/λ만큼 더 산다”는 무기억성의 표현이다. 파레토라면 e(x)=(λ+x)/(α−1)로 x에 따라 선형 증가한다(꼬리가 두꺼움).
MRL은 확률·통계의 많은 연구에 등장한다. 보험·금융에서는 분포의 꼬리 거동(tail behavior)을 기술하는 데 자주 쓰이며, 특히 경험적 MRL(empirical MRL)로 자료의 꼬리를 살핀다. e(x)=E(X | X>x)−x 이므로, 표본 (x1,…,xn)에서 x보다 큰 관측치의 개수를 k라 할 때 경험적 MRL은 다음과 같다.
모형 선택에서는 자료의 경험적 MRL을 그려본 뒤, 그 모양에 따라 적절한 분포를 고른다. 예컨대 경험적 MRL이 양의 기울기를 갖는 직선처럼 보이면 파레토분포가 후보이고, 상수처럼 보이면 지수분포가 적절하다.
경험적 MRL 그림은 보험 손해 데이터의 꼬리 두께를 눈으로 판정하는 실용 도구다. 우상향 직선 → 파레토(두꺼운 꼬리, 거대손해 주의), 수평선 → 지수, 우하향 → 꼬리가 얇은(IFR) 분포. 자기부담금·재보험 계층을 정할 때 이 그림이 직관적 근거가 된다.
보험·금융의 극단사건 연구에서 MRL의 점근 거동은 중요하며, 분포 꼬리에 관한 핵심 정보를 준다. 분포 F가 지수 α≥0의 정칙변동(regularly varying) 꼬리를 가지면(F∈R−α), 즉 모든 y>0에서 limx→∞ S(xy)/S(x)=y−α 이고 α>1이면, 카라마타 정리에 의해 MRL은 다음처럼 선형으로 증가한다(α>1이 유한 평균을 보장).
더 일반적으로, 어떤 γ∈[0,∞]에 대해 limx→∞ S(x−y)/S(x)=eγy이면 limx→∞ e(x)=1/γ 임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준지수분포(subexponential, 𝒮)에서는 γ=0이므로 limx→∞ e(x)=∞(꼬리가 매우 두꺼움)이다. 반대로 바이불형 초지수(superexponential) 꼬리에서는 γ=∞이므로 limx→∞ e(x)=0이다. 그 사이의 중간 꼬리(intermediate-tailed) 분포에서는 극한이 0과 ∞ 사이의 유한값을 갖는다(예: 분포족 𝒮(γ), 일반화 역가우스분포에서 lim e(x)=2/β).
또한 고장률 λ(x)=f(x)/S(x)가 limx→∞ λ(x)=γ를 만족하면, 로피탈 법칙에 의해 limx→∞ e(x)=1/γ 다. 즉 MRL의 극한 거동은 고장률의 극한 거동으로부터도 얻을 수 있다.
limx→∞ e(x)는 분포 꼬리의 두께를 재는 온도계다. ∞(준지수·파레토): 클수록 거대손해가 합계를 지배 — 가장 위험. 유한 양수(지수·중간꼬리): 보통. 0(바이불형 초지수·정규): 큰 값이 사실상 안 나옴 — 안전. 파산이론·재보험 가격산정에서 이 극한이 위험의 무거움을 가늠하는 지표가 된다.
MRL은 신뢰성에서 수명분포를 분류하는 데도 쓰인다. MRL e(x)가 x≥0에서 감소하면 F는 감소평균잔여수명(DMRL) 분포, 증가하면 증가평균잔여수명(IMRL) 분포라 한다. 많은 분포가 단조 MRL을 갖는다. 예컨대 파레토는 IMRL이고, 감마 G(α,β)는 0<α<1이면 IMRL·α>1이면 DMRL, 바이불 W(c,τ)는 0<τ<1이면 IMRL·τ>1이면 DMRL이다. 더 일반적으로 IFR ⇒ DMRL, DFR ⇒ IMRL이 성립한다.
폐쇄성(closure)에 관해서는, IFR 클래스는 합성곱에 대해 닫혀 있으나 그 쌍대인 DFR은 그렇지 않다. 또한 DMRL·IMRL 모두 합성곱에 대해 보존되지 않는다. 다만 F∈DMRL이고 G∈IFR이면 합성곱 F∗G∈DMRL이다. 한편 IMRL은 혼합(mixing)에 대해 닫혀 있으나 그 쌍대인 DMRL은 그렇지 않다.
e(x)+x의 증가성은 금융 위험관리의 중요한 응용으로 이어진다. X를 투자포트폴리오의 총손실(분포 F)이라 하고, 0<q<1에 대해 xq를 F의 100q 백분위수, 즉 F(xq)=q (동치로 S(xq)=1−q)를 만족하는 값이라 하자. 이때 xq를 신뢰수준 1−q의 VaR(value-at-risk)라 하며 VaRX(1−q)=xq로 쓴다. VaR를 초과한다는 조건 아래의 기대 총손실 E(X | X>xq)를 VaR xq에 대한 조건부꼬리기대값(CTE, conditional tail expectation)이라 하며, MRL과 다음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MRL의 많은 성질·표현이 CTE에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e(x)+x가 증가하므로 CTEX(xq)는 xq≥0에서 증가하며, 동치로 q∈(0,1)에서 감소한다.
CTEX(xq)=xq+e(xq)가 성립함을 설명하라.
CTE는 “VaR를 넘었을 때의 기대 총손실” E(X | X>xq)다. 이를 “VaR 자체”와 “VaR 초과분의 기대” 둘로 쪼개면 E(X | X>xq) = xq + E(X−xq | X>xq) = xq + e(xq)가 된다. 즉 CTE = VaR + (VaR를 자기부담금으로 본) 평균초과손해다. 그래서 MRL 도구가 그대로 위험측도 계산에 쓰인다.
평균잔여수명(기대여명 e_x)은 특정 연령에서 앞으로 더 살 평균 기간으로, 종신연금·종신보험 가격의 핵심 지표다. 국내에서는 통계청 생명표와 보험 경험생명표가 기대여명을 제공하며, 제10회 경험생명표는 평균수명 상승(남 약 86.3세·여 약 90.7세)을 반영해 잔여수명이 길어졌다.
기대여명 증가는 종신연금 지급기간을 늘려 보험사의 장수위험을 키운다. 본문의 평균잔여수명 개념이 국내에서는 연금전환율·종신연금 보증·장수위험 요구자본(K-ICS)의 직접 변수가 된다.
경험생명표의 기대여명 상승은 종신연금의 지급부담과 장수위험을 키운다. 연금전환율·K-ICS 장수위험에 직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