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는 시간 가치가 있다. 오늘 1원을 투자하면, 그 돈을 생산적으로 쓸 다른 누군가에게 빌려준 대가로 미래에는 1원보다 많은 금액을 돌려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 1원을 투자해 1년 뒤 (1+i)원을 돌려받는다고 하자. 투자한 원래 금액을 원금(principal)이라 하고, i를 연 실효이자율(effective rate of interest)이라 한다. 이 정의는 우리가 택한 시간 단위에 따라 달라짐이 분명하다. (국채 시장처럼) 위험이 없는 세계에서는 i가 확정적이지만, 투자에 위험이 있으면 i는 불확실하며, 처음에 (1+i)원을 받으리라는 기대는 오직 확률적 의미로만 성립한다.
투자한 돈의 적립은 회고적(retrospective)으로도, 예측적(prospective)으로도 볼 수 있다. 즉 (1) 지금 일정액 X원을 투자하면 T년 뒤 얼마로 불어나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고, (2) T년 뒤(예컨대 어떤 부채를 갚기 위해) 필요한 금액 Y원이 있을 때, T년 뒤 적립액이 정확히 Y원이 되도록 하려면 지금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가? 라고 물을 수도 있다. 두 번째에서 구한 양을 ‘T년 뒤 Y원의 현가(present value)’라 한다. 예를 들어 연 실효이자율이 i라면, 1년 뒤 1원을 받기 위해 지금 1/(1+i)원을 투자해야 한다. 표준 보험계리기호에서 1/(1+i)는 v로 쓰고 할인계수(discount factor)라 부른다.
확정적(결정론적) 환경에서는 적립과 현가 계산이 서로 역연산임이 곧바로 드러난다.
종가(accumulation, 적립값)는 ‘지금 돈을 앞으로 굴리면’ 얼마가 되는지, 현가(present value)는 ‘미래의 돈을 지금으로 당겨오면’ 얼마인지를 묻는다. 굴릴 때 (1+i)를 곱하고, 당겨올 때 그 역수 v=1/(1+i)를 곱한다. 이자율이 확정적이면 두 연산은 정확히 서로를 되돌리므로, 현가에 (1+i)t를 곱하면 종가가 된다.
1원을 연 실효이자율 i로 n년 동안 투자한다고 하자. 단리(simple interest)에서는 매년 원래 투자한 금액에 대해서만 이자가 붙으므로 n년 뒤 적립액은 (1+ni)원이다. 복리(compound interest)에서는 매년 ‘원금 + 이미 쌓인 이자’ 모두에 이자가 붙으므로 n년 뒤 적립액은 (1+i)n원이다.
(i>0일 때) (1+i)n > (1+ni)이므로, 가능하다면 영리한 투자자는 매년 돈을 찾아 새로 투자함으로써 단리를 복리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단리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별도 언급이 없으면 이자는 항상 복리로 본다.
연 실효이자율이 i라면, 1원을 임의의 기간 T≥0 동안 투자하면 (1+i)T원으로 불어남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로부터 시간 단위를 바꾸는 규칙이 나온다. 예컨대 월 단위가 더 편하다면, 연 실효이자율 i는 월 실효이자율 j = (1+i)1/12 − 1과 동등하다. 왜냐하면 (1+j)12 = 1+i이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반드시 일정할 필요는 없다. 변동 이자율을 가장 일반적으로 다루기 위해, 적립계수(accumulation factor) A(t,s)를 ‘시점 t에 투자한 1원이 시점 s>t까지 불어나는 금액’으로 정의한다. 이에 대응하는 할인계수(discount factor)는 V(t,s)로, ‘시점 s에 1원을 받기 위해 시점 t에 투자해야 하는 금액’이며 분명히 V(t,s) = 1/A(t,s)이다. 이자가 복리라는 사실은 다음 관계로 표현된다.
시점 t에서의 이력(force of interest, 이자력) δ(t)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첫 등식은 A(0,t)에 대한 상미분방정식이며, 경계조건 A(0,0)=1과 함께 풀면 다음 해를 얻는다.
이자율이 일정한 특수한 경우는 δ(t) ≡ δ(상수)로 두어 얻으며, 이로부터 다음 기본 관계가 성립한다.
이력 δ는 적립이 한순간에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는지를 나타내는 연속복리율이다. 1년 동안 일정하게 δ로 연속복리하면 (1+i)=eδ가 되어 실효이자율 i와 같아진다. 따라서 δ = log(1+i)이고, 항상 δ < i이다(같은 결과를 더 자주 복리하면 표면 이율은 더 낮아도 된다). 현금흐름과 그 적립·현가에 대한 가장 일반적인 이론적 틀은 Norberg가 제시했다.
때로는 이자를 ‘연 단위 금액이지만 1년 동안 여러 번에 나눠 지급’하는 형태로 표시하기도 한다. 이때의 연이자율을 명목이자율(nominal rate)이라 한다. 예컨대 연 8%·분기지급 명목이자율이면 분기마다 원금의 2%씩 이자가 지급된다. 연 m회 지급되는 명목이자율 i는 i(m)로 표기한다. 이는 1/m년마다 i(m)/m의 실효이자율을 적용하는 것과 동등하며, 시간 단위 변환 규칙에 의해 연 실효이자율 (1+i(m)/m)m − 1과 동등하다.
이자가 늘 기간의 ‘끝’에 지급된다고 보는 대신, 기간의 ‘처음(선급)’에 지급된다고 볼 수도 있다. 실무에서는 드물지만 보험계리수학에서는 중요하다. 연 실효할인율(rate of discount) d는 d = i/(1+i)로 정의되며, 이를 선급으로 받는 것은 i를 후급으로 받는 것과 동등하다. 또한 간단한 관계 d = 1 − v가 성립한다. 명목할인율 d(m)도 명목이자율과 똑같이 정의된다.
여러 번의 지급을 다뤄야 할 때가 많다(예: 통장에 정기적으로 넣는 돈의 적립). 이는 간단히 각 지급의 현가(또는 종가)를 모두 더하면 된다. 연금(annuity)은 미래의 정해진 시점들에 이루어지는 일련의 지급이며, 가장 단순한 것은 매년 1원씩 같은 금액을 주는 균등연금(level annuity)이다. 지급이 미래 사건에 좌우될 수도 있지만(예: 수령자가 생존하는 동안 지급되는 연금), 사건과 무관하게 무조건 보장되면 확정연금(annuity certain)이라 한다.
유기 확정연금(temporary annuity certain)은 정해진 기간만 지급되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예는 앞으로 n년 동안 매년 말에 1원씩 주는 균등연금이다. n년 말 시점의 종가를 sn|, 처음 시점의 현가를 an|로 표기한다.
연속한 기간들의 확정연금 종가·현가 사이에는 직관적인 재귀관계가 있다. 예: sn+1| = 1 + (1+i)sn|, 그리고 an+1| = 1 + v·… 등이며 직접 검증할 수 있다.
영구연금(perpetuity)은 기간 제한이 없는 연금이다. 매년 말 1원씩 영구히 받는 영구연금의 현가는 a∞|로 표기하며, 위 식에서 극한을 취해 a∞| = 1/i를 얻는다. 영구연금의 종가는 정의되지 않는다.
t=1, …, n 시점에 1원씩 받는 후급 확정연금의 현가가 왜 (1 − vn)/i인가?
각 지급의 현가는 v, v2, …, vn이며 이는 첫째항 v, 공비 v인 등비수열이다. 합은 v(1−vn)/(1−v)이고, 1−v = d = iv이므로 분모를 정리하면 (1−vn)/i가 된다. n→∞이면 vn→0이므로 영구연금 현가 1/i가 나온다.
연금은 후급 대신 선급(in advance)으로 지급될 수도 있으며, 이때 선급연금(annuity-due)이라 한다. 종가·현가 기호는 s나 a 위에 점 두 개를 찍어 나타낸다. 예컨대 매년 1원씩 n년 선급으로 주면 종가는 s̈n|, 현가는 än|이다.
연금은 흔히 연 m회 더 자주 지급된다. 매년 1원을 연 m회 후급으로 나눠 n년간 주면 종가는 s(m)n|, 현가는 a(m)n|이다(선급·영구연금도 비슷하게 변형). 이때 다음과 같은 편리한 관계가 성립한다. 예: s(m)n| = (i/i(m)) sn|. 컴퓨터 이전 시대에는 sn|·an|과 비율 i/i(m), i/d(m)만 표로 만들어 두면 모든 m회 지급 값을 구할 수 있어 유용했지만, 오늘날 이런 기법은 사실상 역사적 의의만 갖는다.
이론적으로 연금이나 현금흐름은 이산적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지급될 수도 있다. 실무에서는 드물지만 매일·매주 지급에 대한 적절한 근사가 될 수 있다. 국제보험계리기호에서 연속지급은 기호 위의 가로줄(bar)로 나타낸다. 예컨대 n년 동안 연 1원을 연속지급하는 연금의 현가는 다음과 같다.
균등하지 않은 연금 중 자주 등장하는 몇 가지는 국제보험계리기호에 포함되어 있는데, 대표적으로 산술적으로 증가하는 연금(arithmetically increasing annuity)이다. n년 동안 매년 지급하되 t번째 해에 t원을 주는 연금의 종가는 (Is)n|, 현가는 (Ia)n|로 (후급일 때), 선급이면 (Is̈)n|, (Iä)n|로 표기한다. 연속 체증연금에서는 지급률이 연속적으로 증가(시점 t에 연 t원)할 수도, 이산적으로 증가(t번째 해에 연 t원으로 일정)할 수도 있으며, 전자는 I 위까지 덮는 가로줄로, 후자는 그렇지 않은 가로줄로 구분한다.
위의 보험계리기호 대부분은 컴퓨터가 보편화되기 전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늘날에는 (연속 현금흐름을 제외하면) 이 모든 현가·종가를 간단한 스프레드시트로 손쉽게 계산할 수 있으며, ‘이자율 일정·정기 지급’ 같은 제약도 더는 중요하지 않다. 이자율이 변동하는 경우에 위 공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매우 특수한 가정 아래에서뿐이다.
미래 현금흐름의 시점·금액, 그리고 적립·할인에 쓰일 이자율에는 불확실성이 있을 수 있다. 이를 각각 또는 함께 모형화하는 확률모형들이 개발되어 왔다. 불확실성을 도입하면, 결정론적 모형과 달리 현가와 종가는 더 이상 동등하지 않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예컨대 지금 1원이 1년 뒤 임의의 금액 X원으로 불어난다면, 옌센 부등식(Jensen’s inequality)에 의해 E[1/X] ≥ 1/E[X]이다. 동등성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X를 알고 조건부로 보는 것, 즉 불확실성을 모두 제거하는 것뿐이다. 금융기관은 보통 미래 불확실성 ‘관리’에 관심이 있으므로, 보험계리·금융수학은 종가보다 현가를 훨씬 더 강조한다.
생명보험 계약은 한 명 이상의 사망·생존에 좌우되는 지급을 정의한다. 단순화를 위해 현금흐름이 연속적이고 사망보험금이 사망 즉시 지급된다고 하자. (a) 현재 나이 x인 사람의 잔여수명을 확률변수 Tx로 나타내고, (b) 연 실효이자율 i가 고정되어 있다고 하면, 사망 시 지급되는 1원의 현가는 확률변수 vTx이고, 생존하는 동안 연 1원을 연속지급하는 연금의 현가는 확률변수 āTx|이다. 등가원칙(principle of equivalence)은 ‘기대현가가 같은 두 조건부 지급 흐름은 가치가 같다고 둘 수 있다’는 것으로, 이는 무작위 현가에 적용된 대수의 법칙일 뿐이다. 예컨대 현재 나이 x인 사람이 평생 납입할 보험료율 Px는 다음을 풀어 구한다.
사실 이 기대값들은 생명표를 사망의 결정론적 모형으로 보았을 때 얻는 조건부 지급의 현가와 동일하며, 그중 다수가 국제보험계리기호로 표현된다. 예컨대 E[vTx] = Ax, E[āTx|] = āx이다. 이 모형에서 기대현가는 생명보험·연금의 가격산정과 책임준비금 적립의 기초가 되지만, 위험관리를 위해서는 현가의 고차 적률과 분포에도 관심을 둔다.
장해보험·소득보장보험처럼 더 복잡한 계약에서는 다중상태모형(multiple state model)이 개발되어, 매우 일반적인 조건부 지급의 기대현가가 틸레 미분방정식(Thiele’s differential equations)의 해로 구해졌다. 이 발전은 생애 이력을 계수과정(counting process)으로 정식화하면서 논리적 정점에 이르렀고, 같은 틀에서 고차 적률과 분포까지 다룰 수 있게 되었다. 한편 이자율 자체를 확률적으로 보고(이자율 모형 참조) 현가·종가를 전개할 수도 있다. 복잡한 자산모형을 보험회사 전체 모형에 적용하면 해석적 결과를 얻기는 사실상 어려우므로, 보통은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 같은 수치적 방법을 쓴다.
결정론 세계에서는 ‘지금 1원의 종가’와 ‘미래 1원의 현가’가 서로 역수라 같은 정보다. 그러나 수익률이 무작위가 되면 옌센 부등식 때문에 ‘평균을 적립한 값’과 ‘적립값의 평균’이 어긋난다(E[1/X] ≥ 1/E[X]). 보험·연금은 ‘미래의 부채를 지금 얼마로 잡을지’가 핵심이므로, 자연히 현가(기대현가)를 가격산정·준비금의 기초로 삼는다.
현가(할인)와 종가(적립)는 시점이 다른 현금흐름을 비교하기 위한 화폐의 시간가치 개념으로, 국내 보험료·준비금 산출의 기초다. 전통적으로 예정이율로 할인·적립했으나, IFRS17 도입으로 보험부채는 단일 예정이율 대신 무위험+유동성프리미엄 할인곡선으로 할인한다.
본문의 현가·종가 원리는 그대로지만, 적용 이율이 시장금리 기반 곡선으로 바뀌면서 부채가 금리에 민감해졌다. 금리가 내리면 장기 보험부채의 현가가 커져 K-ICS 금리위험·요구자본이 악화되는 구조가 여기서 비롯된다.
국내 부채 할인은 예정이율에서 IFRS17 할인곡선으로 바뀌었다. 현가·종가 원리는 같지만 금리민감도가 커져 ALM의 핵심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