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확정급부(DB) 연금제도의 재원조달을 다룬다. 확정기여(DC) 제도의 재원조달은 훨씬 단순하며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가입자마다 일정 금액을 제도에 납입하는데, 그 금액은 (같은 인력을 두고 경쟁하는 다른 회사들이 내는 수준 등) 시장의 힘과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 의해 정해진다. 다만 DC 제도 안에서 특정 급부 목표를 쓰는 경우, 그 제도는 DB 장치의 성격을 일부 띠게 되며, 그 재원조달은 (제공된 급부 보증의 종류에 따라) 아래에서 설명하는 원리를 어느 정도 따르게 된다.
확정급부 연금은 여러 방식으로 재원조달될 수 있다. 한 극단에는 부과방식(Pay As You Go, PAYG)이 있는데, 이는 (피용자의 근로 기간 동안 기금을 적립하는) 사전적립을 전혀 하지 않는 방식이다. 다른 극단에는, (적절한 보험계리 가정에서) 미래의 모든 연금 지출을 충당하기에 충분한 일시금을 지금 당장 떼어 두는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실무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다.
DB 연금은 약속된 급부 자체가 비용이고, 재원조달 방식은 그 비용을 언제·어떤 속도로 적립하느냐를 정할 뿐이다. 한쪽 끝은 ‘닥쳐서 낸다(PAYG)’, 다른 쪽 끝은 ‘입사 첫날 전부 떼어 둔다’이며, 실무는 그 중간인 근로 기간에 걸쳐 나눠 적립하는 사전적립(advance funding)이다.
부과방식은 미래 연금급부를 위해 사전에 기금을 적립하거나 준비금을 쌓지 않고, 급부가 도래할 때 그때그때 지급하는 방식이다. PAYG는 많은 나라가 국가연금 재원조달에 사용한다. 매년 국가는 조세 수입과 현재 근로자의 사회보험 기여금으로 연금을 지급한다. 즉 오늘의 근로자가 오늘의 연금수급자의 연금을 낸다.
국가제도의 부담을 재는 핵심 척도가 ‘부양비율(support ratio)’이다. 이는 단순히 전체 근로자 수를 국가연금을 받는 연금수급자 수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떨어지면 더 적은 수의 근로자가 연금급부를 떠받치게 되어, 조세나 사회보험 기여금의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전 세계 대부분에서 부양비율은 하락하고 있다. 세계은행은 미국의 부양비율이 2000년 3.4에서 2020년 2.1로, 2040년 1.7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선진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예상되며, 이들의 2000년 비율은 이미 미국보다 낮은 약 2.5였다. 핵심 요인은 연금수급자 수명 연장, 퇴직연령 하락, 출산율 저하, 실업 증가다. 앞의 두 요인은 연금수급자 수를 늘렸고, 세 번째는 그들을 떠받치는 근로자 수를 줄였다. 실업은 물론 (인구학적이라기보다) 경제적 요인으로 경기 순환에 따라 변동한다.
국가제도의 이러한 압력은 국가연금 수급연령 인상, 국가급부 축소, 사회보험 기여금 인상, 사적 제공 장려 중 일부 또는 전부로 상쇄될 수 있다.
전 세계 어디서든 (회사가 후원하는) 사적 연금제도가 PAYG로 재원조달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 이유는 (1) 예기치 못한 현금흐름이 불가피하고, (2) 현재·장래 연금수급자에게 아무런 안전장치가 제공되지 않으며, (3) 회계규칙이나 다른 법제가 PAYG 사용을 금지할 수 있고, (4) 세무규칙이 사전적립이나 장부준비금 방식을 선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제도가 PAYG로 운영된다면, 예컨대 짧은 기간 안에 예상외로 큰 일시금 급부를 지급해야 하는 사정으로 회사의 현금흐름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동시에, 고용주가 존재하지 않게 되면 피용자는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일자리와 연금급부를 동시에 잃게 된다.
PAYG는 ‘적금’이 아니라 ‘이전(移轉)’이다. 일하는 사람이 낸 돈이 곧장 받는 사람에게 간다. 따라서 근로자 1명이 연금수급자 몇 명을 떠받치는가(=부양비율)가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 수명이 늘고 출산이 줄면 이 비율이 떨어져, 같은 연금을 주려면 더 많이 걷어야 한다.
장부준비금(book reserving)은 일종의 내부 적립, 즉 기업 회계 안에서의 명목적(notional) 적립으로 볼 수 있다. 돈을 후원 회사 외부의 기금으로 보내지 않는다. 대신 회사는 미래 연금부채를 반영하기 위해 회계장부에 준비금을 설정한다. 따라서 자산은 회사 안에 남게 되어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1) 미래 기업 확장에 필요할 수 있는 자금을 보유하게 되고, (2) (외부 즉 채권이나 다른 회사에 투자하는 것에 비해) ‘내부’ 투자로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으며, (3) 일부 국가에서는 세무상 이점으로 현금흐름이 개선될 수 있다.
장부준비금의 핵심 단점은 피용자에게 영향을 준다. 고용 회사와 분리된 자산 풀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피용자에게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장부준비금 방식에 재보험을 도입하면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이 경우 고용주는 보험료를 내고, 그 대가로 보험회사가 연금 채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충족하기로 보증한다. 당연히 재보험 도입은 고용주 비용을 늘린다. 이렇게 재보험이 도입되면 재원조달 방식은 (아래의) 보험계약을 이용한 사전적립 장치의 성격을 띠게 되며, 급부가 전부 재보험되면 실무상 두 방식 사이에 차이가 없다.
사전적립을 쓰면, 급부가 도래할 때 충당하거나(PAYG) 명목 준비금으로 처리하는(장부준비금) 대신, 별도로 식별 가능한 자산 기금을 미래 지급될 급부를 위해 따로 떼어 둔다. 사전적립의 극단적 형태는 피용자의 입사 첫날에 그의 미래 연금급부 전체의 현재가치에 해당하는 일시금을 떼어 두는 것이다. 실무에서는, 회사에 매우 크고 변동성 큰 현금흐름을 초래하고 직원 채용 초기비용을 크게 늘리므로 이 방식은 거의 쓰이지 않는다. 실무의 사전적립은 비용을 피용자의 근로 기간에 걸쳐 분산하여, 보통 (흔히 월 단위의) 정기 기여금을 기금에 납입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매년 기금에 납입할 금액은 보험계리 자문에 근거해 결정된다. 얼마가 언제 필요할지 추정하려면 여러 재무·인구학적 가정을 사전에 세워야 한다. 이 가정들은 여러 재원조달방법(funding methods) 중 하나와 함께 사용되어 연간 기여율을 정한다. 제도의 적립 상태는 보유 기금이 충분한지, 기여 수준을 올리거나 내려야 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평가된다.
연금제도의 비용은 그 제도의 재무·인구학적 경험과 급부 구조의 후함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 유의할 가치가 있다. 재원조달방법과 가정은 비용의 발생 시점, 즉 미래 급부를 충당하려고 자금을 떼어 두는 속도를 정할 뿐이다. 실제 경험이 예상과 달라지는 만큼 제도에는 ‘잉여(surplus)’나 ‘부족(deficiency)’이 생기며, 이는 주기적 적립 평가에서 식별된다.
사전적립은 고용주와 분리된 기금의 존재를 통해 안전성을 제공함으로써 피용자에게 이롭다. 기금이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고 자산이 고용주의 자산과 분리되어 있는 한, 피용자 연금급부의 적어도 일부는 고용주의 운명과 무관하게 안전하게 남는다. 이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예컨대 후원 고용주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정도를 제한하는) 법제와 제도 규약이 흔히 마련된다.
사전적립을 위해 여러 구조가 설정될 수 있다. 자가운용/단일고용주 장치는 단일 회사 또는 모그룹의 피용자를 위해 제도가 존재하며, 기금은 채권·주식 시장이나 여러 합동(pooled) 투자수단에 직접 투자될 수 있다. 후원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는 정도(‘자기투자’)는 보통 법제로 제한된다. 완전히 자기투자된 제도는 앞의 장부준비금 방식 이상의 안전성을 가입자에게 제공하지 못한다. 복수고용주 장치는 같거나 유사한 산업 내 고용주 간 이동이 흔한 경우에 존재한다. 비용 배분은 나라·산업마다 다르며, 자산을 칸막이(partition)할지 합동할지도 다르다. 보험형 장치는 유럽 대륙과 미국·영국·호주의 소규모 제도에서 흔하다. 보험회사에 보험료를 내고 그 대가로 급부 충족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보증을 받는다.
PAYG: 미리 안 쌓고 닥쳐서 지급(국가연금에 흔함). 장부준비금: 돈은 회사 안에 두고 ‘부채’만 장부에 표시(독일에 흔함). 사전적립: 회사 밖 별도 기금에 미리 적립(미국·영국에 흔함). 가입자 안전성은 사전적립이 가장 높다. 외부에 따로 모아 둔 돈이 회사가 망해도 남기 때문이다.
구체적 상황에서 취하는 방식은 여러 고려에 좌우된다. 현금흐름: 급부를 사전적립하지 않으면 거액 일시금 지급 의무가 극도로 크고 변동성 큰 미래 지출로 이어질 수 있어, 작은 회사에 큰 충격이 될 수 있다. 반대로 현금흐름이 제한된 창업 단계 사업은 적립을 미루는 편을 선호할 수 있다. 안전성: 사전적립은 가입자에게, 특히 회사가 도산해 약속한 급부를 못 줄 상황에 대비한 어느 정도의 안전성을 제공한다. 다만 국가는 영속할 것이고 약속대로 급부를 줄 수 있다고 가정되므로, 국가제도에는 PAYG가 용인된다. 회계: 회사는 흔히 회계상 비용으로 계상하는 금액과 비슷한 금액을 기여하려 하는데, 이는 대차대조표 항목(‘연금비용 회계’ 절 참고)의 축적을 막아 준다. 세무: (미국·영국 등의) 세제 혜택은 사전적립의 유인이 되며, 반대로 독일의 세제는 장부준비금을 장려한다. 법제: 일부 나라(스페인·네덜란드 등)에서는 특정 연금급부를 법으로 사전적립해야 한다. 투자수익: 외부 투자수단보다 회사 내부에서 더 나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면, 다른 조건이 같다면(ceteris paribus) 장부준비금이 선호된다.
한편 퇴직 전 사망 시 지급되는 급부는 일시금이나 부양가족 연금으로 구성될 수 있다. 일시금은 흔히 보험에 든다(보험료를 내고 위험을 보험회사에 넘김). 제도 안에 보유(‘자가보험’)하면 크고 변동성 큰 현금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큰 제도는 때때로 부양가족 연금을 자가보험하기도 한다.
보험계리 가정은 기여율 설정과 미래 급부 채무의 평가에 근본적이다. 연금제도에서 쓰는 가정은 재무 가정과 인구학적 가정의 두 범주로 나눌 수 있다. 아래에서 ‘x의 가정치가 높을수록 적립 속도가 빨라진다’ 같은 표현을 쓰는데, 이는 ‘x의 경험치가 높을수록 급부 제공 비용이 커진다’와 같은 뜻으로 보면 된다.
투자수익률/이자율(퇴직 전): 가입자 퇴직 전 자산에서 기대되는 수익 수준이다. 출발점은 국채 같은 무위험 수익률을 보는 것이다. 어떤 계리사는 주식·부동산 같은 위험자산 보유로 기대되는 추가 수익(‘위험프리미엄’)을 더해야 한다고 보는 반면, 다른 계리사는 그러한 추가 기대수익을 무시한다. (위험프리미엄을 무시하라고 주장하는) ‘재무경제학(financial economics)’ 원리가 계리 전문직에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이는 근래 큰 논쟁거리가 되었다. 투자수익률은 미래 급부를 할인하는 데 쓰이므로, 율이 높을수록 미래 급부의 가치가 낮게 매겨져 기여율이 낮아지고 따라서 적립 속도가 느려진다.
투자수익률/이자율(퇴직 후): (고용주 기금에 자산을 남길 경우) 자산에서 기대되는 수익률, 또는 가입자 퇴직 시 보험회사 연금환산율의 기초가 되는 이자율이다. 여기서는 보통 큰 위험프리미엄을 넣지 않는데, 지급 중 연금을 충당할 주된 자산이 주식이 아니라 채권이라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율이 높을수록 역시 적립이 느려진다.
물가상승률: 급부는 (퇴직 전이나 후에) 물가에 연동되는 경우가 많아, 예상 급부는 가정한 미래 물가상승 수준에 좌우된다. 정액·물가연동 두 종류의 국채가 있는 나라에서는 두 증권의 수익률 차이로 시장의 미래 물가상승 전망을 추정할 수 있다. 물가상승률이 높을수록 예상 급부가 커져 적립이 빨라진다. 임금상승률: 급부가 퇴직 시점이나 그 근처의 급여에 연동될 때 예상 급부를 결정한다. 보통 물가상승 가정에 (역사적 경험을 반영해) 연 1~2%p를 더해 설정하며, 그 가산폭은 나라·산업마다 다르다. 임금상승률이 높을수록 예상 급부가 커져 적립이 빨라진다.
사망률: 퇴직 전과 후 모두 필요하다. 후원자는 주어진 인구 중 몇 명이 퇴직연령에 도달할지를 알아야 최종적으로 필요한 연금 수준을 가늠할 수 있고, 지급 중 연금의 가치를 자본화하려면 퇴직 후 사망률도 평가해야 한다. 대부분 제도는 공표된 보험계리표(생명표)를 사망률 가정의 출처로 쓰며, 매우 크고 오래된 제도는 자체 경험을 참조하기도 한다. 때로는 직종에 따라 조정한다. 예컨대 사무·관리직은 육체노동자보다 사망률이 낮을(더 오래 살) 것으로 흔히 예상된다. 일반적으로 사망률이 낮다는 가정은 더 많은 연금이 더 오래 지급됨을 뜻해 적립 속도를 높인다. 수년간의 사망률 연구는 일관되게 수명 연장 추세를 보였으므로, 가정에 미래의 사망률 개선(경감)에 대한 여유를 흔히 반영한다.
탈퇴율: 제도는 흔히 가입자의 퇴사로 이익을 본다. 이는 퇴사자의 급부가 제도가 적립해 둔 것보다 적을 때 생긴다. 예컨대 퇴사자 급부는 물가상승에 따라 재평가되는데 정상퇴직 급부는 (더 높은) 임금상승에 따라 재평가되는 경우다. 그러한 이익이 예상되면, 제도는 탈퇴율을 반영해 이를 미리 반영할 수 있다. 탈퇴율은 보통 산업 경험을 반영하며 나이가 어릴수록 높다. 탈퇴율 반영은 보통 적립 속도를 낮춘다. 기혼(동거) 비율: 배우자(파트너) 급부가 제공될 때, 퇴직·퇴사·사망 시점에 기혼/동거 상태일 가입자 비율에 대한 가정이 보통 세워진다. 비율이 높을수록 적립이 빨라지나 영향은 대개 크지 않다. 건강악화 조기퇴직(IHER): IHER에서 가산 급부가 지급되면 그 금액 평가를 위한 가정이 필요하다. IHER 연금수급자는 보통 ‘정상’ 수급자보다 사망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IHER 가정치가 높을수록 보통 적립을 빠르게 하지만, 높은 사망률 가정으로 일부 상쇄된다. 조기퇴직: 가입자가 유리한 조건으로 조기퇴직할 수 있으면 조기퇴직 비율 가정이 필요하다. 조기퇴직 가정치가 높을수록 적립이 빨라진다.
보험계리부채(actuarial liability): 모든 가입자에게 미래에 지급될 급부의 현재가치다. ‘과거근무준비금’, ‘미래근무준비금’, ‘총근무준비금’이라는 용어는 각각 평가일까지 이미 완료된 근무, 아직 완료되지 않은 근무, 전체 근무에 대한 부채를 일컫는다. (급부가 계속 적립되는 현직 피용자인) 현역 가입자의 보험계리부채는 사용된 재원조달방법에 따라 달라진다. 거치·현재 연금수급자에 대해서는 모든 방법이 동일하게, 이들 가입자에 대한 모든 미래 연금의 현재가치로 부채를 평가한다.
표준기여율(SCR): 보험계리 잉여나 부족의 존재와 무관하게, 특정 재원조달방법 하에서 적립 중인 급부를 충당하는 데 필요한 율. 보험계리 잉여/부족: 자산의 보험계리가치와 부채의 차이. 적립비율(funding ratio): 자산 대 부채의 비율. 통제기간(control period): 표준기여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산정한 기간(보통 1~10년).
자산(A)이 부채(L)보다 크면 잉여(surplus=A−L > 0), 작으면 부족(deficiency < 0)이다. 적립비율 A/L이 1보다 크면 적립 초과, 1보다 작으면 적립 부족 상태다. 잉여는 미래 기여를 줄이는 데 쓰일 수 있고, 부족은 추가 자금 투입으로 메워야 한다.
이 방식들은 평가일까지 적립된 급부, 흔히 각 가입자의 평가일까지의 가입 기간에 기반한 급부에 초점을 맞춘다. 표준기여율(SCR)은 보통 현재 급여(엄밀히는 현재 급여총액 중 연금산정 부분)의 비율로 표현되며 다음과 같이 산정된다. 여기서 V0는 평가일까지의 근무에 대한 평가일 시점 보험계리부채, V1은 통제기간 말까지의 근무에 대한 평가일 시점 보험계리부채, B는 통제기간 중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급부의 평가일 시점 현재가치, S는 통제기간 중 연금산정 급여의 평가일 시점 현재가치다.
예측단위방식(projected unit): 현역 가입자의 보험계리부채를 과거근무에 대한 급부의 현재가치로 산정하되, 가정한 퇴직·퇴사·사망 시점까지의 임금상승을 반영한다. 현재단위방식(current unit): 예측단위방식과 같게 산정하되, 임금상승을 통제기간 말까지만 반영하고 이후로는 (법제·규약상) 거치연금에 적용되는 증액(흔히 상한 있는 물가상승률)을 적용한다. 확정적립급부방식(defined accrued benefit): 평가일 또는 통제기간 말의 현역 가입자 보험계리부채를, 그때 제도가 종료된다는 가정에 기반해 산정한다.
과거근무에만 초점을 맞추는 적립급부 방식과 달리, 예상급부 방식은 적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급부에 초점을 맞춘다. 보험계리부채는 과거와 미래 근무 모두에 기반하고, (SCR 산정을 위한) 급여도 예상 퇴직·퇴사·사망 시점까지 예측한다. SCR은 다음과 같이 산정되며, V는 평가일 시점 보험계리부채, B는 지급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체 급부의 평가일 시점 현재가치, S는 현역 가입자에 대한 (퇴직·퇴사·사망까지의) 예상 미래 연금산정 급여의 평가일 시점 현재가치다.
가입연령방식(entry age): 신규 가입자 집단에게 지급한다면 그들의 전체 급부를 충당하게 되는 율이 SCR이다. 실제 또는 가정 가입연령을 쓸 수 있다. 도달연령방식(attained age): 현역 가입자의 예상 잔여 가입 기간에 걸쳐 납입한다면 그들의 미래 근무에서 발생하는 예상 급부(전체 급부에서 과거근무 급부를 뺀 것)를 충당하게 되는 율이 SCR이다. (SCR은 아니지만) 보험계리부채는 예측단위방식과 동일하다. 총괄방식(aggregate): SCR을 따로 산정하지 않고, 현역 가입자의 예상 잔여 가입 기간에 걸쳐 납입하면 (현재 보유 자산의 가치를 반영한 뒤) 모든 급부를 충당하기에 충분한 기여율을 산정한다.
적립급부 방식의 SCR = (V1 − V0 + B)/S 와 예상급부 방식의 SCR = (B − V)/S 는 무엇이 다른가?
적립급부 식의 분자 (V1 − V0)는 ‘통제기간 동안 새로 적립되는 과거근무부채의 증가분’, +B는 그 기간에 지급될 급부의 현가다. 즉 ‘이번 기간에 새로 쌓이는 비용’만 본다. 예상급부 식은 전체 예상급부 현가(B)에서 이미 쌓인 부채(V)를 빼 ‘앞으로 미래근무로 채워야 할 몫’을 본 뒤, 그것을 미래 급여 현가(S)로 나눠 균일한 기여율을 만든다. 전자는 과거근무 중심, 후자는 전체근무 중심이라는 점이 핵심 차이다.
평가일까지의 근무에 대한 부채(‘과거근무준비금’)보다 제도 자산의 보험계리가치가 크면 잉여가 존재한다고 하고, 부채가 자산을 넘으면 부족(음의 잉여)이 존재한다. 잉여는 미래 기여를 상쇄하는 데 쓰일 수 있고, 부족은 추가 자금 투입으로 시간에 걸쳐 메워야 할 수 있다. 잉여로 기여를 상쇄할 수 있는 정도는 제도 규약과 현지 법제에 좌우되며, 둘 중 하나가 잉여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입자 급부 향상에 쓰도록 요구할 수 있다.
잉여로 기여를 상쇄하거나 부족을 메우는 만큼, SCR을 잉여·부족의 존재를 반영해 조정한 수정기여율(modified contribution rate)이 산정된다. 잉여 해소는 보통 시간에 걸쳐 분산한다. 즉 잉여가 소진되거나 부족이 메워지는 데 여러 해가 걸린다고 가정하며, SCR 조정은 분산기간 각 해에 해소된다고 가정한 잉여·부족 부분을 반영한다. 분산기간은 기업 현금흐름 요구와 안전한 급부 적립 욕구의 조정, 그리고 현지 규제의 제약에 따라 정해진다. 널리 쓰이는 분산기간은 ‘현역 가입자의 예상 잔여 근로수명’이다. 이 분산기간을 쓰면 총괄방식과 도달연령방식이 동일한 기여율을 낸다는 점에 유의할 가치가 있다.
자산의 보험계리가치: 지금은 자산을 단순히 시장가치로 평가하는 것이 흔하지만 다른 방식도 있다. 한 방법은 결과가 매우 변동성이 큰 것을 피하려는 취지로 시장가치를 시간에 걸쳐 평활화한다. 따라서 ‘보험계리가치’는 평가일 전 12개월 같은 기간의 평균 자산가격을 반영할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은 한때 영국에서 보편적이었던(다른 곳에서는 덜 쓰인) ‘배당할인모형(dividend discount model)’이다. 부채 평가에 장기 가정을 고르고, 그 동일한 가정을 자산에서 흘러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소득흐름의 현재가치 산정에 사용한다.
자산을 매일의 시장가격으로 보면 현실을 즉시 반영하지만 결과가 출렁인다. 평활화·배당할인모형은 출렁임을 줄이지만 현실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근래의 추세(와 시장기반 회계기준)는 시장가치 쪽으로 옮겨 갔다.
예측단위방식: 미래 급여 인상을 반영하고, 다음 해에 적립되는 급부 비용을 식별하며, 잉여를 앞으로 분산한다. 그 결과 회계 목적으로 인기가 높아, 미국 회계기준 FAS 87, 국제기준 IAS 19, 영국 기준 FRS 17에서 규정한다. 가입자 평균연령이 대체로 안정적일 때만 기여율이 안정적이므로, 신규 가입을 받지 않아 (사실상) 가입자가 고령화되는 제도에는 부적합하다. 현재단위방식: 통제기간을 1년 넘게 두지 않고 쓰면 급여 인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그 결과 초기 율은 낮으나 (점점 커지는 과거근무 급부에 전년도 급여 인상을 반영해야 하므로) 나이에 따라 급격히 오른다. 따라서 급여연동 급부에는 거의 쓰이지 않고 급부가 화폐액으로 고정된 경우에 흔하다. 확정적립급부방식: 현재단위방식과 유사하며, 주로 종료(discontinuance) 적립이 필요한 경우(통제기간 말에 제도가 종료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적절한 경우)에 인기가 있다.
가입연령방식: 독일 장부준비금 산정에 규정되며 가입자 이동이 잦은 제도에 적합할 수 있다. 단점은 과거근무 수치를 만들어내지 않아 회계 수치나 지급여력비율에 쓸 수 없다는 점이며, 이 때문에 다른 곳에서는 인기가 덜하다. 도달연령방식: 미래 급여 인상을 반영하고 과거근무준비금을 만들어내므로 지급여력비율과 회계 수치에 적합하다(다만 후자 목적으로는 이제 예측단위방식이 우세하다). 모든 미래 급부를 반영하므로 가입자 고령화를 자동으로 반영해 폐쇄 제도에 적합하지만, 신규 가입으로 평균연령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개방 제도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빠르게 적립하는 경향이 있다. 총괄방식: 도달연령방식과 유사하나 과거근무에 대한 부채를 따로 만들어내지 않아 지급여력·잉여 수치를 산출하지 못한다.
여기서 ‘위험’은 연금급부 제공의 기초가 되는 가정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을 가능성을 뜻한다. 실제 경험이 가정과 다른 결과는 긍정적일 수도 부정적일 수도 있어 ‘상방위험’ 또는 ‘하방위험’으로 이어진다. 연금기금 위험에는 다음이 포함된다.
확정기여(DC) 장치: 고용주·피용자 한쪽 또는 양쪽의 기여금이 개별 기금에 쌓인다. 퇴직 시 기금은 납입액과 달성 투자수익에 좌우되고, 지급 연금은 그 기금 크기와 보험사 연금환산율에 좌우된다. ‘순수’ DC에서 고용주는 (기여 수준 외에) 아무 보증도 하지 않으므로, 퇴직까지 모든 위험(재무·인구학적)이 피용자에게 남는다. 퇴직 후 연금을 구입하면 위험은 그 구입가격의 대가로 보험회사에 이전된다. 종료 시 가입자는 (기여가 납입되고 자금이 안전하게 운용되었다면) 적립된 권리 전부를 받아야 한다.
확정급부(DB) 장치: 흔히 퇴직 시점 급여나 재평가된 경력평균 급여에 기반한 급부를 주며 고정 화폐액을 줄 수도 있다. 흔한 재원조달은 피용자가 매년 급여의 고정 비율(0%일 수 있음)을 내고 고용주가 나머지 비용을 충당하는 것이다. 따라서 재무·인구학적 가정과 관련된 모든 위험(상방·하방)이 고용주에게 남는다. 법제나 규약이 잉여 일부·전부를 피용자와 나누도록 요구하면 고용주의 상방위험은 줄거나 사라진다. 종료 시 가입자는 최종급여 연동을 잃는다. 제도가 지급불능(자산이 퇴사자 급부 전부에 못 미침)이면 가입자는 권리 전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종료 시 자산 부족분을 메우도록 보장하는 법제가 있으면 이 위험은 적어도 부분적으로 후원 고용주에게 이전될 수 있다. 다만 고용주가 도산하면 그러한 법제도 가입자를 거의 보호하지 못할 수 있다. 제도(와 그 규율 법제)는 종료 시 적용할 ‘우선순위 규칙’을 흔히 둔다. 이는 자산을 먼저 지급 중 연금에 배정함으로써 현직 피용자보다 현재 연금수급자를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 제도가 지급능력이 있어도, 또 종료 여부와 무관하게, ‘이전가치’를 받기로 한 가입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퇴직 전·후 투자위험(상방·하방)을 떠안게 된다.
개인 장치: 위험 고려는 DC 장치와 동일하다. 혼합(하이브리드) 장치: 순수 DB도 순수 DC도 아닌 여러 장치가 있다. 본질상 일부는 고용주·피용자 간 위험 분담을 수반한다. 예외는 ‘하한보장(underpin)’이 있는 제도다. ‘DC 하한보장이 있는 DB 제도’나 그 반대 형태가 될 수 있고, 피용자는 두 급부 중 더 나은 쪽을 받는다. 그러한 하한보장은 모든 위험을 고용주에게 남기며, 사실 하한보장 도입은 피용자에게 제도에 ‘역선택’할 선택권(저수익기 뒤에는 DB, 고수익기 뒤에는 DC를 고름)을 주어 고용주의 하방위험을 키운다. 이론상 주식옵션 평가 기법을 하한보장 평가에 쓸 수 있으나, 실무에서는 (특히 하한보장이 낮게 설정될 때) 더 근사적인 방식이 쓰이는 경향이 있다. 위험이 분담되는 제도에는 퇴직 시 급여 배수를 일시금으로 주고 이를 연금으로 환산하는 제도가 있다. 이때 고용주는 퇴직 전 모든 위험을 지다가 퇴직 시점에 피용자에게 넘긴다. ‘현금잔액제도’는 DC와 유사하나 퇴직 전 하방 투자위험의 일부를 고용주가 보유한다.
핵심은 ‘가정이 빗나갈 때 누가 손해를 보는가’이다. DB는 급부가 약속되어 있어 투자·수명·임금·물가 위험을 고용주가 진다. DC는 기여금만 약속되어 같은 위험을 가입자가 진다. 하이브리드는 그 사이에서 위험을 나눠 가진다.
연금 장치는 나라마다 크게 다를 수 있으나, 지난 수십 년간 몇 가지 추세가 뚜렷해졌다. 많은 회사가 더 높은 수익(따라서 더 낮은 비용)을 좇아, 투자 자유가 큰 보험형에서 자가운용형으로 옮겨갔다. 동시에 (대부분 가입자 보호를 의도한) 새로운 법제 층이 도입되어, (예컨대 퇴사자 급부 개선이나 행정 부담·보고 요건 증가로) 제도 운영비용을 늘렸다. 새 천년 초의 부진한 세계 주식시장 성과가, 새롭고 더 투명한 회계 관행과 수명 연장과 맞물리며, DB 제도를 운영하는 회사가 직면한 위험의 실체를 그 어느 때보다 부각시켰다. 그 결과 DB에서 DC로의 세계적 전환이 일어났다. 일반적으로 DC 제도에는 그 전신인 DB를 재원조달하는 데 필요했던 것보다 낮은 율로 기여가 납입된다. 필연적 결과로, 오늘의 근로자는 평균적으로 이전 세대보다 더 오래 살면서 더 낮은 연금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금은 흔히 상당한 기업 비용이 될 수 있으며, 이 비용은 회사 회계에 반영되어야 한다. (나라 간·회사 간) 이 비용 처리의 차이는 회사 가치평가의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회사는 연금비용을 ‘현금주의(cash basis)’로, 즉 특정 해에 납입한 금액만 회계에 계상했다. 이는 연금 제공의 참된 비용을 오도하는 진술로 이어졌다. 예컨대 (잉여로 재원을 댄) 기여 휴지(contribution holiday)를 택한 회사는 연금비용을 0으로 표시하여, 마치 퇴직급부 제공에 지속적 재무 약속이 전혀 없는 것처럼 (거짓되게) 비치게 했다.
회계기준의 목표는, 회사가 피용자의 용역으로 이익을 보는 기간에 걸쳐 연금급부의 현실적 비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회계는 연금급부 제공 약속의 재무적 효과에 대해, 이해 가능하고 (회사 간) 비교 가능한 척도를 보여야 한다.
기본 원리. ‘중요성(materiality)’은 회계 개념이다. 연금급부가 전체 기업 비용·수익에 비해 작은 비용에 불과하면 감사인은 덜 상세한 계산을 요구한다. DC 제도는 처리가 단순하여, 납입 기여금이 (정의상) 고용주 비용과 같고 이것이 회계에 반영되어야 할 금액이다. DB 제도에서는 회계비용이 산정되며, 실제 납입이 이 비용을 넘거나 못 미치면 각각 ‘선급(prepayment)’ 또는 ‘미지급(accrual)’ 항목이 대차대조표에 기입된다. 잉여 처리는 나라마다 다르다. 일부 기준은 잉여를 전적으로 고용주에 속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다른 기준은 어떤 제한이 있는지 판단하는 분석을 요구한다.
납입한 현금만 비용으로 적으면, 잉여로 한 해 기여를 쉬는(‘기여 휴지’) 회사는 그 해 연금비용이 0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미래 급부 약속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도 ‘부담이 없다’는 착시를 준다. 그래서 발생주의·시장기반으로 ‘참된 비용’을 보여주는 회계기준이 도입됐다.
회계 목적의 평가 기준에 대해서는 두 학파가 있다. 한 학파는 장기 재원조달 가정을 쓰는 ‘보험계리(actuarial)’ 방식을, 다른 학파는 현재 경제 가정을 쓰는 ‘시장(market)’ 방식을 지지한다.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예컨대 독일·일본은 (영국이 새 기준 FRS 17 도입 전 그랬듯) 보험계리 방식 쪽으로 기운다. 미국 기준 FAS 87은 시장 방식 쪽으로 기운다.
국제 수렴. 영국에서 시장기반 기준 FRS 17이 도입되면서 영국 방식이 미국 방식에 가까워졌다. 동시에 유럽연합은 국제기준(IAS 19)을 모든 회원국이 쓰기를 원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수렴은 국제 인수합병(M&A) 활동에 함의를 갖는데, 각국의 일반회계기준(GAAP)이 다른 한, 잠재적 인수자가 정보에 입각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재무제표를 컨설턴트가 ‘번역’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금 제공에 미치는 영향. 회계기준은 냉정한 기록 장치를 의도하며, 재무분석가가 기업 연금 약정을 제대로 평가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나 그 기준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일부 연금 전문가는, 변동성 크고 (때로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주장되는) 평가 가정으로 연금비용을 재는 기준이 회사로 하여금 DB 장치의 급부를 줄이거나 아예 폐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이들은 (필연적으로 변동성 큰) 시장기반 외의 어떤 기준을 쓰든 비용의 체계적 오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합의는 임박해 보이지 않는다.
본문이 다루는 연금의 재무·위험·회계는 국내에서 K-IFRS 제1019호(종업원급여)로 구체화된다. 확정급여형(DB) 퇴직연금의 확정급여채무(DBO)는 예측단위적립방식으로 측정하고, 보험수리적 가정(승급률·퇴직률·할인율)으로 현재가치화하며, 할인율은 우량회사채 시장수익률을 사용한다. 가정 변경·경험차이에서 생기는 재측정요소는 당기손익이 아닌 기타포괄손익(OCI)으로 인식하는데, 이는 본문이 강조한 '연금비용의 변동성을 회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국내 회계기준의 답이다.
보험회사는 두 입장에서 이 주제와 만난다. 첫째, 자사 임직원의 퇴직급여부채를 1019호로 측정·적립한다. 둘째, 퇴직연금사업자로서 가입기업의 DB 적립금을 운용하고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보증을 제공한다. 후자의 장기 보증·연금부채는 IFRS17에서 최선추정·위험조정(RA)·보험계약마진(CSM)으로 측정되고, 금리·장수 위험은 K-ICS 요구자본으로 평가된다.
DB부채와 연금보험부채는 모두 할인율에 민감하다. 1019호의 회사채 할인율, IFRS17의 무위험+유동성프리미엄 할인곡선, K-ICS의 금리위험 충격이 각각 적용되며, 금리 하락기에 부채가 늘어 적립비율·요구자본이 동시에 악화되는 구조가 본문의 위험 논의와 일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