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risk)에 관한 문헌은 방대하다. 투자·금융, 경제학, 경영과학, 의사결정이론, 심리학 등 수많은 학문이 위험을 다룬다. 이 글은 그중 재무적 위험(financial risk)과 재무적 위험측도(financial risk measure)에 집중한다. 경제활동의 재무적 결과가 하나의 확률변수 X로 정량화될 수 있다고 가정하자. 이 X는 예컨대 투자의 시장가치·장부가치 변화(수익률), 기업(은행·보험·산업)의 기간 이익이나 자본수익률, 피보험자 집단의 누적 클레임, 신용위험 포트폴리오의 누적 손실 등을 나타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X가 양수(이익)뿐 아니라 음수(손실)의 값도 가질 수 있는 재무적 포지션을 다룬다. 순수 손실 상황은 확률변수 S := −X ≥ 0 을 보면 분석할 수 있다. 보통은 과정위험(process risk)만 고려하지만(모형 의존적 위험측도), 경우에 따라 모수위험(parameter risk)까지 함께 고려하기도 한다(모형 자유 위험측도).
위험측도는 불확실한 손익을 나타내는 확률변수 X에 하나의 실수 ρ(X)를 대응시키는 함수다. “이 포지션은 얼마나 위험한가?”를 한 숫자로 요약하는 것이다. 분산·표준편차, VaR, 기대부족액(ES/CVaR) 등이 모두 위험측도의 예다.
위험을 재는 것과 선호(preference)를 재는 것은 다르다. 선호를 순서매길 때, 재무적 결과가 XA, XB인 두 대안 A, B를 위험 조건 하에서 선호 순서로 비교한다. 선호 순서 A ≻ B는 “A가 B보다 선호된다”는 뜻이며, 선호함수 φ로 A ≻ B ⇔ φ(XA) > φ(XB) 와 같이 표현된다. 반면 위험 순서 A ≻R B는 “A가 B보다 더 위험하다”는 뜻이며, 함수 ρ로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이러한 함수 ρ를 위험측정함수(risk measurement function) 또는 간단히 위험측도(risk measure)라 부른다. 선호 모형은 위험 개념을 명시적으로 끌어들이지 않고도 세울 수 있다(예: 기대효용이론). 반대로, 위험측도 ρ와 가치측도 V를 결합하고 둘 사이의 적절한 절충함수 H를 정하면 선호 순서를 만들 수 있다: φ(X) = H[ρ(X), V(X)]. 대표적 예가 Markowitz 포트폴리오 이론으로, 여기서는 ρ(X) = Var(X), V(X) = E(X) 이다.
문헌의 수많은 재무적 위험측도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많은 경우 이 두 관점 사이에는 직관적 대응이 있다. 제2종 위험측도에 E(X)를 더하면 제1종 위험측도가 유도되고, 그 역도 성립한다.
기대효용이론이 위험하 의사결정의 표준이론이므로, 효용이론으로부터 위험측도를 끌어낼 수 있는지 물을 수 있다. 선호함수가 φ(X) = E[u(X)] 형태일 때, 위험과 가치가 따로 측정되지 않고 함께 다뤄진다. 그렇더라도 특정 효용함수에 대해 명시적 위험측도를 끌어낼 수 있다. Jia와 Dyer는 다음의 표준 위험측도를 제시했다.
즉 위험은 변환된 확률변수 X − E(X)의 음의 기대효용에 대응하며, 이로써 위험측정이 위치 자유(location-free)가 된다. 효용함수 u(x) = ax − bx2(이차함수)를 쓰면 위험측도로 분산을 얻는다.
삼차 효용함수를 쓰면 분산이 3차 중심적률 M3(X)로 보정된 위험측도를, 효용함수 u(x) = ax − b|x|를 쓰면 평균절대편차(MAD)를 얻는다.
위험측도에는 여러 공리체계가 있다. 먼저 Pedersen·Satchell(PS) 체계의 공리는 다음과 같다(순서대로 비음성, 양의 동차성, 준가법성, 이동불변성).
PS는 위험을 위치측도로부터의 편차로 이해하므로 R(X) ≥ 0 은 자연스러운 요구다. 동차성은 포지션을 c배 하면 위험도 c배가 됨을, 준가법성(subadditivity)은 결합 포지션의 위험이 대체로 개별 위험들의 합보다 작음을 요구한다. 이는 투자에서는 분산투자 효과를, 보험에서는 위험풀링 효과를 허용한다. 이동불변성은 상수를 더해도 위험이 변하지 않음을 뜻하며, 위치 자유 개념과 부합한다. 동차성과 이동불변성을 함께 쓰면 위험측도가 볼록(convex)이 되어 2차 확률지배와 양립한다.
두 위험을 합쳤을 때의 위험이 따로 잰 위험의 합보다 크지 않다(R(X1+X2) ≤ R(X1)+R(X2))는 성질을 준가법성이라 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분산투자 격언이 수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뒤에서 보듯 VaR은 이 성질을 항상 만족하지는 않는다.
Artzner·Delbaen·Eber·Heath(ADEH) 체계는 매우 영향력 있는 접근이다. 이들은 준가법성과 양의 동차성에 더해(여기서는 표기 간소화를 위해 무위험이자율 r = 0 가정), 그리고 손실이 아니라 이익 포지션을 다룬다는 점에 유의하여, 다음 공리를 추가한다.
이 네 공리를 모두 만족하는 위험측도를 정합적 위험측도(coherent risk measure)라 부른다. R(X) > 0 인 경우, R(X)는 위험 포지션 X를 “무위험 포지션”으로 만들기 위해(또 규제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추가로 필요한 최소 자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이동불변성으로부터 다음이 성립한다.
R(X) < 0 이면 −R(X)만큼의 금액을 안전성을 해치지 않고 인출할 수 있다. 단조성(monotonicity)은 모든 상태 ω에서 X(ω) ≤ Y(ω)이면 손실 잠재력이 더 큰 X가 더 위험함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R(X) = E(−X)와 R(X) = max(−X)(최대손실)은 모두 정합적 위험측도다.
다만 정합성 조건이 “합리적” 위험측도의 적절한 요건일 수는 있어도, 모든 정합적 위험측도가 합리적인 것은 아니다(예: 보험료 맥락). ADEH는 또한 확률측도가 사전에 주어지지 않은 불확실성 상황도 다루며, 정합적 위험측도에 대한 표현정리(representation theorem)를 제시했다. 동차성 요구를 포기하면 볼록 위험측도(convex measures of risk)가 되며 확장된 표현정리를 얻는다(Föllmer·Schied).
위험측도 R(X) = −E(X) + 3σ(X) 가운데 어떤 정합성 공리가 의심스러운가?
단조성·이동불변성·양의 동차성은 만족하지만, 표준편차 σ는 일반적으로 준가법적이라 합 자체는 준가법성을 만족할 수 있어도, 평균-분산형 측도 RII(X) = bσ(X) − E(X)는 ADEH 의미에서 정합적이지 않다(Artzner 외, p.210). 이것이 RUZ가 정합/비정합 기대유계 위험측도를 구분한 주된 동기다.
Rockafellar·Uryasev·Zabarankin(RUZ)은 제2종 위험에 대한 두 번째 공리체계를 세웠다. (ADEH 1–3)에 더해 다음 조건을 부과한다.
이 조건을 만족하는 위험측도를 기대유계(expectation-bounded)라 한다. 여기에 단조성(ADEH 4)까지 만족하면 기대유계 정합적 위험측도가 된다. RUZ의 기본 아이디어는, 제2종 위험측도를 X가 아니라 X − E(X)에 적용하면 제1종 위험측도가 유도되고 그 역도 성립한다는 것이다. 표준 예는 다음과 같다.
순수 손실변수 S := −X ≥ 0 인 경우 이 대응은 RII(S) = E(S) + aσ(S) 로 더 직관적이 된다.
보험 맥락에서 위험관리의 두 핵심 과제는 위험보험료 π의 계산과 위험자본 C(솔벤시)의 계산이다. 보험료가 시장에서 주어졌다고 보면 추가 필요자본만 정하면 되고, 이는 X := C0 + π − S 를 볼 때 RUZ 절의 상황이 된다(C0는 초기자본). 둘째 응용은 위험보험료 계산이며, 이는 보험료원리(premium principle)로 이어진다. 제1종 위험(E(S)로부터의 편차)을 고려하면 다음 형태의 보험료원리를 얻는다.
여기서 a R(S)가 위험부가(risk loading)다. 제2종 위험을 고려하고 R(X)를 위험 X := −S를 감당하는 최소 보험료로 해석하면 π(S) := R(−S) 형태가 된다. 기본 요건으로 π(S) > E(S)와 노립오프(no-rip-off) 조건 π(S) < max(S)가 있으며, 준가법성은 독립 위험에 대해서만 요구된다는 차이가 있다.
WYP는 경쟁적 보험시장의 보험료에 대한 닫힌 공리체계를 도입했다. 단조성, 연속성, 그리고 공단조 가법성(comonotone additivity)을 요구한다: X, Y가 공단조이면 π(X+Y) = π(X) + π(Y). 일정 조건 하에서 WYP는 다음 표현이 성립함을 증명한다.
여기서 F는 X의 분포함수, g는 g(0) = 0, g(1) = 1 인 증가하는 왜곡함수(distortion function)다. 또 다른 핵심 결과: g가 오목(concave)하면 그 보험료원리 π(X)는 항상 정합적 위험측도가 된다. 이는 정합적 위험측도를 구성하는 명시적 방법을 준다.
기대값을 목표로 보면, 양측(two-sided) 위험측도는 X의 실현값이 E(X)로부터 (양쪽 모두로) 떨어진 정도를 잰다. 제곱편차(변동성)를 보면 분산을, 그 제곱근을 취하면 표준편차를 얻는다.
분산·표준편차는 Markowitz 이래 경제·금융의 전통적 위험측도였다. 좋은 기술적 성질이 많지만(포트폴리오 분산이 개별 분산·공분산의 합), 양측 측도라는 점은 “음(−)의 편차만 위험”이라는 직관과 충돌한다. 즉 중요한 것은 하방위험(downside risk)이다. 또 분산은 분포의 두꺼운 꼬리(fat tail)와 그에 따른 꼬리위험을 반영하지 못한다.
부족위험(shortfall risk) 측도는 일측(one-sided) 측도로, 목표변수 대비 하방위험을 잰다. 목표 z는 기대값일 수도, 임의의 결정론적 목표(목표수익률·최소수용수익률)일 수도, 확률적 벤치마크일 수도 있다. 일반적 부류는 k차 하방부분적률(lower partial moments)이다.
k = 0, 1, 2 일 때가 실무에서 중요하다. 각각 부족확률, 기대부족액, 부족분산이다.
조건부 부족위험으로는 평균초과손실(MEL, 조건부 부족기대)이 있는데, 부족이 발생했다는 조건 하의 평균 부족이며 일종의 최악경우 위험측도로 볼 수 있다.
보험 맥락에서는 누적 클레임 S := −X ≥ 0 에 대해 MELz(S) = E[S − z | S > z] 형태로 오른꼬리(right-tail) 위험을 측정한다. 왜곡함수 g(x) = √x 를 쓰고 E(S)를 빼면 Wang의 오른꼬리편차(right-tail deviation)를 얻는다.
아마 가장 널리 쓰이는 제2종 위험측도가 위험가치(value-at-risk, VaR)다. 시점 t의 시장가치를 Vt라 할 때 구간 [t, t+h]의 손실을 L := Vt − Vt+h 로 정의한다. 신뢰수준 0 < α < 1 에서 VaRα는 다음 조건으로 정의된다.
직관적으로 VaR은 개연 최대손실(PML), 더 구체적으로 100(1−α)% 최대손실이다. P(L ≤ VaRα) = 1 − α 이므로 100(1−α)%의 경우 손실이 VaRα 이하라는 뜻이다. 즉 VaR은 손실분포의 (1−α)-분위수와 동일하다.
VaR은 여러 좋은 기준을 만족한다. ADEH 공리 중 단조성·양의 동차성·이동불변성을 만족하고, 법불변성과 공단조 가법성도 갖는다. 그러나 주된 단점으로 준가법성을 만족하지 않아 일반적으로 정합적 위험측도가 아니다. 이것이 정합적 위험측도 공준을 세운 주된 동기였다. 다만 특수 분포족(예: 신뢰수준 α < 0.5 인 정규분포, 타원분포 일반)에서는 VaR이 정합적이다. 또한 VaR은 최악 100α% 경우의 손실 심도를 반영하지 못한다.
신뢰수준 α에서 조건부 위험가치(CVaR)는(VaR과 비교를 위해 L 기준으로 정의) 다음과 같다.
VaR을 100(1−α)% 최대손실로 해석하면, CVaR은 최악 100α% 경우의 평균 최대손실로 해석된다. 식 (21)의 CVaR은 밀도함수가 존재하면 정합적 위험측도이나 일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정합성을 보장하려면 기대부족액(expected shortfall) 등 대안적 위험측도를 써야 한다. CVaR은 다음 분해를 만족한다.
즉 CVaR은 VaR에 VaR 초과분의 평균(있는 경우)을 더한 값이다. 따라서 CVaR은 항상 VaR 이상의 위험수준을 준다. (문헌에는 기대부족액·조건부꼬리기대(CTE)·꼬리평균·기대후회 등 밀접한 위험측도가 다수 개발되어 있다.)
VaR은 “나쁜 경우의 문턱값”만 알려준다. 그 문턱을 넘어가는 손실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말해주지 않는다. CVaR/ES는 “문턱을 넘은 손실들의 평균”을 보므로 꼬리의 심도를 반영하고, 준가법성을 만족하여 정합적이다. 그래서 규제·실무는 점차 VaR에서 ES로 옮겨가고 있다.
WYP 공리체계를 일반적 손익(gain/loss) 분포로 확장하자. g: [0, 1] → [0, 1] 가 g(0) = 0, g(1) = 1 인 증가 왜곡함수이면, 변환 F*(x) = g(F(x))는 왜곡분포함수를 정의한다. 분포함수 F를 갖는 확률변수 X에 대한 왜곡위험측도는 다음과 같다.
즉 이 위험측도는 변환분포 F* 하에서의 X의 기대값이다. CVaR은 다음 왜곡함수에 대응하는데, 이는 u = α 에서 연속이지만 미분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CVaR과 VaR은 u ≥ α 영역의 분포 정보만 쓰고, u < α 영역 정보는 버린다. Wang은 이를 비판하며 베타족 왜곡함수나 Wang 변환 같은 대안적 왜곡함수 사용을 제안했다.
자본시장 관련 접근.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의 틀에서 β-계수가 관련 위험측도로 쓰인다. 시장이 평가하는 것은 전체 포트폴리오 위험이 아니라 체계적 위험뿐이기 때문이다.
추적오차·능동위험. 벤치마크 포트폴리오(수익률 RB) 대비 능동/패시브 운용에서, σ(R − RB)를 추적오차 또는 능동위험이라 한다. 이는 특정 맥락에서의 표준편차다.
파산확률. 보험 맥락에서 보험사의 위험준비금 과정은 다음과 같다(R0: 초기준비금, Pt: 누적보험료, St: 누적클레임).
특정 시간지평 안에서 이 과정이 음수가 되면(기술적) 파산이다. 따라서 파산확률은 (목표 0에 대한) 부족확률의 동적 변형이다.
위험측도 이론은 한국 보험·금융 규제의 핵심 계량 기반이다. K-ICS(보험업 건전성 감독 체계, 2023년 시행)는 보험부채와 요구자본 산출에 분위수 기반 위험측도를 명시적으로 채택하며, 시장·신용·보험·운영 등 각 위험 범주에 대해 99.5% 신뢰수준의 VaR(Value at Risk)를 요구자본 산출 기준으로 삼는다. 이는 1년 보유기간 동안 200년에 한 번꼴의 극단 손실에도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자본 충분성을 요구하는 것이다.
TVaR(Tail Value at Risk, 조건부 꼬리 기대값)는 VaR를 초과하는 손실의 평균으로, 극단 위험을 더 보수적으로 반영한다. K-ICS 요구자본 산출 방식은 VaR 기반이지만, 내부모형 검증·스트레스 테스트·경제자본 분석에서는 TVaR가 보완 지표로 활용된다. 2023년 IFRS17 도입과 함께 보험부채가 시가평가로 전환되면서, 금리위험·장수위험 등에 대한 위험측도의 실무 활용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K-ICS 감독기준은 도입 초기 150%에서 130%로 단계 조정되었으며(2025년), 기본자본 규제(최저 50% 기준)는 2027년 도입 예정이다. 보험사는 이 감독 기준 아래에서 내부 위험측도를 통해 자본 여유를 관리하고, 배당·후순위채 발행·재보험 출재 등 자본 최적화 의사결정의 근거로 삼는다. 적기시정조치 발동 기준도 K-ICS 비율에 연동되어 있어, 위험측도의 정확한 추정이 경영 전략 전반에 영향을 준다.
K-ICS는 각 위험 범주별로 99.5% VaR를 산출한 뒤 분산효과(상관계수 행렬)를 적용해 총 SCR(Solvency Capital Requirement)을 구한다. 위험측도로 TVaR 대신 VaR를 채택한 것은 Solvency II와 같은 노선이며, 단순성과 검증 가능성 측면의 장점이 있다. 보험사 내부에서는 더 보수적인 TVaR 기반 경제자본 모형을 병행 운영하여 규제자본과의 차이를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