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계리사는 “보험료를 얼마로 할까, 잉여금을 어떻게 투자할까, 어떤 재보험을 얼마나 살까” 같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최적의 결정을 내리려면 어떤 보험종목 또는 단체계약의 잉여금(surplus)을 모형화해야 한다. 좋은 모형은 한편으로 실제 잉여금 과정을 잘 반영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관심 있는 양들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글의 모형은 단일 계약에는 타당하지 않으며, 고려하는 포트폴리오가 “충분히 큰”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다루는 모형은 무한 시간(infinite time) 위에서 돌아간다. 물론 실제 잉여금 과정은 그렇지 않지만, 의사결정 관점에서는 유한 시계(finite horizon)와 무한 시계의 결정이 대개 비슷하다(시계의 끝에 가까울 때만 예외다). 또한 계획 시계는 시간이 흐르면 함께 이동하므로 끝에 다가가는 일은 없다. 한 가지 유의할 점은, 잉여금 과정에서 계산하는 특성치(예: 파산확률)는 “기술적(technical)”인 값일 뿐, 회사의 실제 부도확률이 아니라 일종의 위험척도(risk measure)라는 것이다.
이 글에서 쓰는 시간 모수 t는 물리적 시간이 아니라 운영시간(operational time)이다. 보험료와 클레임 지급은 포트폴리오 규모에 비례해 증가하므로, 포트폴리오가 크면 시간을 빠르게, 작으면 느리게 돌리는 것이 모형화에 편리하다. 또한 가치 측정을 위해 모든 금액은 시점 0으로 할인(discount)되어 있다고 가정한다. 인플레이션과 투자수익이 서로 상쇄된다고 보면, 인플레이션도 투자수익도 없는 것처럼 잉여금을 모형화할 수 있다.
포트폴리오의 잉여금 과정 R(t)는 다음과 같이 기술된다.
여기서 초기자본 u는 보험자가 해당 포트폴리오에 위험으로 걸려는 자본이다. P(t)는 수입 과정(income process)으로, 우리가 관심 있는 것은 클레임 지급의 유출뿐이므로 사업비·세금 등은 고려하지 않는다(고객이 실제 내는 보험료는 P(t)에 부가비용을 더한 값이다). 가장 널리 쓰이는 모형은 보험료율 c에 대해 다음과 같다.
한편 S(t)는 총클레임 과정(aggregate claims process)이다. 클레임은 드물게 발생하므로 {S(t)}를 순수 점프 과정으로 모형화하는 것이 편리하다.
여기서 N(t)는 클레임 건수 과정(claim number process), Yi는 i번째 클레임의 크기다(이 글에서는 Yi > 0인 모형만 다룬다).
잉여금은 “시작 돈(u) + 들어온 보험료(P(t) = ct, 시간에 비례해 직선으로 증가) − 나간 보험금(S(t), 사고 때마다 계단처럼 뚝뚝 떨어짐)”이다. 그래프로 보면 톱니 모양으로, 평소엔 우상향하다가 클레임이 나면 아래로 점프한다. 이 잉여금이 0 밑으로 내려가면 “파산(ruin)”이다.
S(t)에 대한 가장 처음이자 가장 단순한 모형은 Lundberg가 박사논문에서 도입했고, 이후 Cramér가 연구했다. 이 고전적 위험모형(크라메르–룬드베리 모형)에서 클레임 건수 N(t)는 강도(rate) λ의 동질 포아송 과정이며, 클레임 크기 Yi는 독립동일분포다.
이 모형이 다루기 쉬운 이유는, 임의의 정지시각 T에 대해 과정 S(T+t)−S(T)가 다시 초기자본 0인 고전적 위험모형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생존확률
을 생각하자. 첫 클레임 시각과 작은 시간 h 중 빠른 쪽에서 과정을 멈추고 정리하면, δ(u)는 우연속(right-continuous)임을 알 수 있고, h→0의 극한에서 다음 적분미분방정식(integro-differential equation)을 얻는다.
여기서 도함수는 우도함수(right derivative)다. 이처럼 고전적 위험모형에서는 잉여금 과정의 특성치에 대한 적분미분방정식이 매우 쉽게 유도된다.
보험사가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버는 속도 > 나가는 속도”여야 한다. 단위시간당 들어오는 보험료는 c, 나가는 기대 보험금은 λμ(건수율 × 평균 클레임)이다. 따라서
가 성립해야 잉여금이 평균적으로 우상향(양의 드리프트)하고, 파산확률이 1보다 작아진다. 이 부등식을 순이익 조건 또는 안전부가(safety loading) 조건이라 부른다.
클레임이 연 λ=100건, 평균 크기 μ=200만원으로 발생한다. 보험료율을 c=2.4억원/년으로 정했다면 순이익 조건을 만족하는가? 안전부가율 θ는?
기대 유출은 λμ=100×200만=2억원/년. c=2.4억 > 2억이므로 순이익 조건을 만족한다. 안전부가율은 θ = c/(λμ)−1 = 2.4/2−1 = 0.2, 즉 20%이다.
고전적 모형을 수정하는 또 다른 방법은, 클레임 도착간격(interarrival) 분포를 포아송이 강제하는 지수분포가 아니라 임의의 분포 FT로 두는 것이다. 그러면 도착간격 T(i)−T(i−1)은 독립동일분포 수열이 된다. 이 모형의 수학적 난점은 S(t)가 더 이상 마르코프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사다리높이(ladder height) 분포가 명시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결과는 고전적 모형만큼 명시적이지 않다.
비음 증가 함수 A(t)와 강도 1의 포아송 과정 Ñ를 써서 N(t) = Ñ(A(t))로 두면 비동질 포아송 과정이 되고, 그 강도측도는
이다. 여기서 A(t)를 고정함수 대신 비음 증가 확률과정으로 두면 N(t)는 콕스 과정(Cox process)이 된다. 특수한 경우인 혼합포아송 과정(A(t)=λt, λ는 비음 확률변수)은 연간 클레임 수에 음이항 분포가 포아송보다 잘 맞는다는 관측을 설명한다(Ammeter 모형). 또한 위험과정을 바꾸는 환경 J(t)(연속시간 마르코프 연쇄)를 도입한 마르코프 변조 위험모형(Markov-modulated risk model)도 있으며, 이는 J(t)가 일정한 구간에서는 고전적 모형처럼 거동하므로 다루기가 비교적 쉽다(단일 방정식 대신 연립방정식으로 대체된다).
앞의 모형들은 투자수익이 인플레이션 효과를 상쇄한다고 가정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단기적으로 둘이 정확히 상쇄되지 않고, 잉여금의 일부가 주식에 투자되어 과정이 더 변동성을 띤다. 그래서 Gerber는 고전적 위험과정에 브라운 운동을 더했다.
여기서 W(t)는 S(t)와 독립인 표준 브라운 운동이고, σ는 변동성 계수다. 이렇게 확산(diffusion)으로 섭동(perturbed)된 위험과정에서는 파산이 “클레임에 의한 파산”과 “진동(oscillation)에 의한 파산” 두 종류로 나뉜다. 더 일반적으로는 잉여금 과정을 레비(Lévy) 과정으로 두는 확장, 이자율(interest force) 하의 파산추정, 마르코프 가법과정 형태의 통합 모형 등이 연구되어 왔다.
고전적 모형은 보험료가 매끄러운 직선이라고 본다. 하지만 실제로는 투자수익의 출렁임, 작은 비용 변동 등 “자잘한 무작위 흔들림”이 늘 있다. 이를 표준 브라운 운동 σW(t)로 더하면, 잉여금이 큰 클레임 없이도 진동하다가 0을 건드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진동에 의한 파산”이다.
본문의 잉여금 과정 U(t)는 국내 감독체계에서 보험사의 가용자본과 지급여력으로 구체화된다. 보험료·투자수익으로 자본이 쌓이고 보험금 지급으로 줄어드는 톱니 구조는 K-ICS(신지급여력제도)가 측정하는 자본의 동태와 같으며, '잉여금이 0 아래로 떨어진다'는 파산은 지급불능(insolvency)에 대응한다.
K-ICS는 1년 시계·신뢰수준 99.5%의 충격에도 가용자본이 요구자본 이상을 유지하도록 요구하는데, 이는 본문의 '초기자본 u가 클수록 파산확률이 낮아진다'는 직관을 자본적정성 규제로 제도화한 것이다. 감독기준 비율(2025년 130%)과 적기시정조치는 잉여금 과정이 위험구간에 들어가기 전에 개입하는 장치다.
이론의 잉여금 과정은 국내에서 'K-ICS 가용자본의 시간경로'로 읽힌다. 충분한 자본(u)과 적정 안전할증(보험료)이 파산확률을 낮춘다는 결론이 곧 자본관리·요율 적정성의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