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이론에서는 전통적으로 모든 확률변수(random variable, 줄여서 r.v.)가 서로 독립이라고 가정해 왔다. 이 가정이 수학적 편의를 위한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어떤 상황에서는 피보험 위험들이 비슷하게 함께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생명보험에서 부부에게 판매된 계약은 종속적인 확률변수(즉 두 배우자의 잔여수명)를 포함한다. 보험계리 맥락에서 종속 확률변수의 또 다른 예는 손해액과 그 처리비용(이른바 ALAE) 사이의 상관 구조다. 지진·허리케인·토네이도 같은 사건의 결과를 보장하는 거대재해보험(catastrophe insurance)도 당연히 종속위험을 다룬다.
그렇다면 종속성이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한 예를 살펴보자. 평균이 1인 두 개의 지수분포 확률변수 X1, X2를 생각하자. 즉 생존함수(decumulative distribution function, ddf)가 Pr[Xi > x] = exp(−x) 이다. 그러면 다음 부등식이 모든 x에 대해 성립한다(이 한계는 더 좁힐 수 없는 날카로운(sharp) 한계다).
이 식은 합 X1+X2의 생존확률에 종속성이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게 해 준다. 위 한계는 독립인 경우와 완전 양의 종속(perfect positive dependence, 즉 X1과 X2가 공단조)인 경우의 값들과 함께 그려 볼 수 있다. 합이 평균의 두 배를 초과할 확률만 보더라도, Xi의 상관 구조에 따라 그 값이 거의 0에서 독립일 때의 세 배까지 크게 달라진다. 또한 완전 양의 종속은 합이 높은 임계값을 넘을 확률을 독립일 때보다 키우는 반면, 낮은 임계값을 넘을 확률은 줄인다(즉 두 생존함수가 한 번 교차한다).
두 위험의 주변분포(각각의 분포)가 똑같아도, 둘이 어떻게 얽혀 있는지(종속 구조)에 따라 합의 분포는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보험에서 중요한 것은 큰 손해가 동시에 터질 확률(꼬리)이다. 위험들이 양으로 묶여 있으면 큰 손해가 한꺼번에 몰려 합의 꼬리가 두꺼워진다. 독립 가정은 이 위험을 과소평가할 수 있다.
종속성의 영향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VaR(value-at-risk)를 살펴보는 것이다. VaR는 정해진 기간 동안 잃을 수 있는 자본의 최대 개연값을 정량화하려는 시도다. 확률수준 q에서 X1+X2의 VaR는 합의 q분위수로 정의된다.
앞의 평균 1 지수분포 예에서, 다음 부등식이 모든 q ∈ (0,1)에 대해 성립한다.
이처럼 아주 단순한 예에서도, 종속 구조가 초과확률이나 VaR 값에 강하게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종속성 연구는 보험계리 연구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이 글은 추상적인 종속성 이론을 늘어놓기보다 몇 가지 예를 통해 다양한 종속성 개념과 결과를 간단히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종속성을 재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두 확률변수 사이의 선형 종속을 포착하는 피어슨 적률상관계수(Pearson’s product moment correlation coefficient)다. 분산이 유한한 주변분포를 가진 확률쌍 (X1, X2)에 대해 피어슨 상관계수 r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
여기서 Cov는 공분산, Var는 각 주변분포의 분산이다. 피어슨 상관계수는 두 변수 사이 선형 관계의 강도와 방향을 모두 담는다. 한 변수가 다른 변수의 정확한 선형함수이면, 상관계수가 +1일 때 양의 관계, −1일 때 음의 관계가 존재한다. 선형 예측력이 전혀 없으면 상관은 0이다.
그러나 피어슨 상관계수는 오해를 부를 수 있다. 두 확률변수의 주변분포가 위치·척도 모수에서만 다른 경우가 아니라면, 피어슨 r가 취할 수 있는 범위는 (−1, 1)보다 좁고, 게다가 주변분포에 의존한다. 이를 보이기 위해 로그정규(log-normal) 예를 보자. ln X1은 평균 0·표준편차 1의 정규분포, ln X2는 평균 0·표준편차 σ의 정규분포라 하자. 그러면 X1과 X2 사이에 어떤 종속성이 있든, r(X1, X2)는 다음 rmin과 rmax 사이에 놓인다.
이 한계를 σ의 함수로 그려 보면, σ가 커질수록 rmin과 rmax가 모두 0으로 간다. 따라서 X1과 X2가 완전히 종속(공단조 또는 반단조)인데도 상관이 거의 0일 수 있다. 더구나 로그정규 주변분포가 주어지면, 원하는 피어슨 r를 갖는 결합분포가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예컨대 σ = 3이면 r = 0.5인 결합분포는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피어슨 r의 단점을 피하는 순위상관(rank correlation) 같은 다른 종속성 개념도 관심을 끈다.
피어슨 상관은 선형 관계만 잡는다. 그래서 두 변수가 강하게 얽혀 있어도(심지어 한쪽이 다른 쪽으로 완전히 결정되어도) 상관이 0에 가까울 수 있다. 위험관리에서 “상관 = 0이니 독립으로 봐도 된다”는 흔한 함정이다. 그래서 분포 모양에 영향을 덜 받는 순위 기반 측도(켄달 τ, 스피어만 ρ)나 코퓰러가 필요하다.
켄달의 τ(Kendall’s tau)는 짝지은 관측들 사이의 일치(concordance)·불일치(discordance) 개수에 기반한 비모수적 연관성 측도다. 짝지은 관측이 같은 방향으로 변하면 일치, 다른 방향으로 변하면 불일치다. 연속 cdf를 갖는 확률쌍 (X1, X2)에 대해 켄달 τ는 다음과 같이 정의된다(여기서 (X1′, X2′)는 (X1, X2)의 독립 복제본).
피어슨 r와 달리 켄달 τ는 각 변수에 단조 변환을 가해도 값이 변하지 않는 불변(invariant) 성질을 가진다. 즉 X1, X2의 cdf가 연속이면 단조증가 변환 φ1, φ2에 대해 τ(φ1(X1), φ2(X2)) = τ(X1, X2)다. 또한 (X1, X2)가 완전히 종속(공단조 또는 반단조)일 때, 그리고 오직 그때만 |τ| = 1이다.
또 하나의 유용한 측도는 스피어만의 ρ(Spearman’s rho)다. 아이디어는 매우 간단하다. 연속 cdf F1, F2를 갖는 X1, X2에 대해 먼저 U1 = F1(X1), U2 = F2(X2)를 만들면 이들은 [0,1] 위의 균등분포가 되는데, 여기에 피어슨 r를 적용한 것이 스피어만 ρ다(즉 ρ(X1, X2) = r(U1, U2)). 이는 흔히 ‘등급(grade) 상관계수’라 불린다.
일단 종속성 측도가 정의되면 이를 이용해 확률변수 간 종속 강도를 비교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비교는 하나의 숫자에 의존하므로 때로 오해를 부른다. 이 때문에 다변량 분포가 나타내는 종속성을 비교하려고 여러 확률적 순서(stochastic ordering)가 도입되었으며, 이를 종속성의 순서화(orderings of dependence)라 부른다. 끝으로, 불연속 확률변수의 종속 강도 측정은 동점(ties) 때문에 어려운 문제임을 언급해 둔다.
Yn을 n번째 클레임 직후 보험회사 잉여금(surplus)의 값, u를 초기자본이라 하자. 계리사들은 오래도록 파산 사건(즉 어떤 n ≥ 1에 대해 Yn < 0 이 되는 사건)에 관심을 가져 왔다. Yn을 동일분포(그러나 종속일 수 있는) 순이익 Xi들의 합으로 쓰면, Xi들의 주변분포와 그 종속 구조가 조정계수(adjustment coefficient) r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가 핵심이다. 조정계수의 순서화는 고정된 초기자본 u에 대한 파산확률의 점근적 순서화로 이어진다.
구체적으로, 모든 n에 대해 Yn이 또 다른 잉여금 과정의 Ỹn보다 볼록순서(convex order)로 앞서면(즉 기댓값이 존재하는 모든 볼록함수 f에 대해 E[f(Yn)] ≤ E[f(Ỹn)] 이면) 조정계수에 대해 r ≥ r̃ 가 성립한다. 한편 Xi들이 다음과 같은 연관(association) 성질을 만족한다고 하자.
이 부등식은 모든 비감소 함수 W1, W2 : ℝn → ℝ 에 대해 성립한다(이것이 양의 연관성의 정의다). 그러면 독립인 경우의 합 Ỹn에 대해 Yn ≥cx Ỹn 임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양의 종속성은 룬드베리(Lundberg) 상한, 즉 파산확률의 상계를 키운다. 다시 말해 위험들이 양으로 얽혀 있을수록 파산 위험이 (적어도 상계 기준으로) 더 커진다.
두 합의 평균이 같을 때, 볼록순서로 더 큰 쪽이 “더 퍼져 있고 더 위험한” 분포다(분산·스톱로스 보험료가 모두 더 큼). 양의 종속은 합을 볼록순서로 키우므로, 스톱로스 보험료와 파산확률 상계를 모두 끌어올린다. 그래서 독립 가정이 항상 안전한 것은 아니며, 양의 종속을 무시하면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된다.
피보험자들 사이 종속성의 대표적 예는 부부 계약이다. 혼인 상태에 따라 사망력이 달라지는 마르코프 모형을 생각하자(노르베르크–볼투이스 4상태 모형). x세 남편의 잔여수명을 Tx, y세 아내의 잔여수명을 Ty라 하자. 이 모형에서 “남편이 살아 있을 때와 홀로 된 뒤의 사망력이 같다”는 조건(μ01 ≡ μ23 이고 μ02 ≡ μ13)은 곧 Tx와 Ty의 독립과 동치임이 알려져 있다. 반면 사별 후 사망력이 더 커지는 조건(μ01 ≤ μ23 이고 μ02 ≤ μ13)이면 다음이 성립한다.
이 부등식이 모든 s, t ≥ 0 에 대해 성립할 때 Tx와 Ty는 양의 사분면 종속(Positively Quadrant Dependent, PQD)이라 부른다. PQD 조건은 “부부가 모두 오래 살 확률이, 두 수명이 독립일 때보다 적어도 작지 않다”는 뜻이다.
미망인 연금은 남편 사망과 함께 지급이 시작되어 아내 사망과 함께 끝나는 유족연금(reversionary annuity)이다. x세 남편과 y세 아내에 대한 순보험료 ax|y는 다음과 같다(v는 할인계수).
윗첨자 ⊥ 가 붙은 양은 독립 가정 하에서 계산한, 즉 요율표(tariff book)의 보험료를 뜻한다.
Tx와 Ty가 PQD이면 위 PQD 부등식으로부터 다음을 얻는다.
따라서 PQD인 잔여수명이 관련된 경우, 독립 가정은 보수적(안전 측)으로 작용한다. 즉 요율표상의 보험료에는 암묵적인 안전할증이 들어 있는 셈이다.
(1) 미망인 연금에서 부부 수명이 PQD일 때 독립 보험료를 쓰면? (2) 같은 위험 두 개를 합산해 스톱로스 재보험을 살 때 위험이 양의 종속이면?
(1) 위 식에서 ax|y ≤ ax|y⊥ 이므로 독립 보험료가 실제 필요액보다 크다 → 독립 가정이 안전(보수적)하다. (2) 양의 종속은 합을 볼록순서로 키워 스톱로스 보험료를 올린다 → 독립 가정으로 산정하면 보험료가 부족해 위험하다. 핵심은 “무엇의 종속이냐”에 따라 독립 가정의 방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손해보험에서 계리사는 설명되지 않는 이질성을 반영하려고 임의효과(random effect)를 흔히 도입한다(뷜만–슈트라우프 모형의 정신). 매년의 클레임 특성이 같은 임의효과를 공유하면 이것이 계열 종속(serial dependence)을 만든다. 임의효과 Θ = θ 가 주어지면 연간 클레임 수 Nt가 평균 λtθ 의 포아송분포를 따른다고 하자. 이때 N•를 T 기간 동안의 총 클레임 수라 하면, NT+1은 N•와 강하게 상관되어 경험요율(experience rating), 즉 N•로 이듬해 보험료를 재평가하는 일을 정당화한다. 형식적으로, 임의의 k2 ≤ k2′ 에 대해 다음이 성립한다.
이는 유용한 부등식들을 무더기로 제공한다. 특히 Θ의 분포가 무엇이든 E[NT+1 | N• = n] 은 n에 대해 증가한다. 같은 결과가 뷜만 선형 신뢰도 보험료 πcred에 대해서도 성립하여, πcred가 미래 클레임 경험의 좋은 예측자임을 보여 준다.
종속위험은 K-ICS 자본 합산의 핵심 주제다. K-ICS는 생명·장수·해지·금리·신용·시장 등 위험군을 상관행렬로 합산해 분산효과를 인정하는데, 이는 본문의 종속구조(상관·코퓰러)를 자본요건에 반영한 것이다. 위험이 독립이면 분산효과가 크고, 강하게 종속(특히 위기 시)이면 분산효과가 줄어든다.
실무에서는 동일 재해에 여러 담보가 동시 손해를 보는 집중위험, 경제충격이 자산·부채를 동시에 때리는 상황 등을 종속으로 다룬다. 코퓰러·상관 가정이 과도하게 낙관적이면 자본이 과소평가되므로, 보수적 종속 가정과 스트레스 시나리오가 병행된다.
K-ICS 요구자본은 단순 합이 아니라 상관행렬을 통한 합산이다. 종속위험 이론이 분산효과의 크기와 한계를 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