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지수분포(subexponential distribution)는 대표적인 두꺼운 꼬리(heavy-tailed) 분포 계열 S다. 양의 확률변수 X1, X2가 분포 F를 따를 때, 두 변수 합의 꼬리가 한 변수의 꼬리의 2배처럼 행동하면 F ∈ S라 한다.
위 정의의 의미는 “합이 커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둘 중 하나가 아주 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single big jump). 가벼운 꼬리(지수·정규)에서는 여러 항이 조금씩 커져 합이 커지지만, 두꺼운 꼬리에서는 한 건의 거대 청구가 전체를 좌우한다. 그래서 거대재해·대형배상 같은 보험 위험에 준지수분포가 적합하다.
유명한 하위계열이 정규변동(regularly varying) 꼬리를 갖는 분포다. 꼬리가 멱함수꼴이면 준지수분포가 된다(ℓ은 천천히 변하는 함수).
준지수분포의 예로는 파레토, 로그정규, 두꺼운 꼬리 와이블(형상모수<1), Benktander 계열 등이 있다.
F가 준지수인지와 그 적분꼬리분포 FI가 준지수인지를 통일적으로 다루기 위해 클래스 S*가 도입된다. 평균 μ가 유한하고 다음을 만족하면 F ∈ S*다.
F ∈ S*이면 F ∈ S이고 FI ∈ S다. 파산이론에서 청구가 준지수면 룬드베리 지수상한이 깨지고, 파산확률은 적분꼬리분포로 점근 평가된다.
"포트폴리오의 큰 손해는 여러 건이 아니라 한 건에서 온다" — 준지수분포의 단일 대형클레임 원리는 한국 손해보험 데이터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태풍(2002 루사, 2003 매미, 2022 힌남노)과 집중호우(2022 강남 침수), 대형 물류센터·공장 화재처럼, 한 해 일반보험 손익을 사건 한두 건이 결정하는 경험이 그것이다. 그래서 국내 실무는 심도 분포의 꼬리를 다룰 때 임계값 위 구간을 파레토류(멱법칙)로 별도 적합하는 것을 표준으로 삼는다 — 본문의 이론이 권하는 그대로다.
이 분포 계열의 실무적 함의는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재보험이 자본보다 효율적이다 — 지수 꼬리라면 자본 적립으로 충분하지만, 준지수 꼬리에서는 XL·Cat 재보험으로 꼬리를 양도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한국 손보사의 재보험 의존 구조가 이를 반영한다. 둘째, 경험요율의 한계 — 수십 년에 한 번 나올 손해는 자사 경험에 없으므로, Cat 모형(보험개발원·글로벌 모델사)과 노출 기반 요율이 필수가 된다. 셋째, 평균의 배신 — 표본평균이 수렴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구간에서는 "최근 5년 평균 손해율" 같은 통계가 위험을 체계적으로 과소평가한다.
K-ICS는 자연재해 대재해리스크를 별도 모듈로 측정하는데, 이는 "준지수 꼬리는 일반 변동성 계수로 잡히지 않는다"는 이론의 제도적 인정이라 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는 극단값이론(POT, 일반화파레토 적합)으로 꼬리 지수를 추정해 PML(추정최대손실)과 재보험 한도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분석이 ORSA 보고서의 단골 항목이다. 기후변화로 강수 극값이 갱신되는 추세는 꼬리 지수 자체가 시간에 따라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해, 준지수 이론의 한국적 중요성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