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상형분포(phase-type distribution)는 지난 25년간, 지수분포의 중요한 성질들을 유지하면서 그것을 일반화하는 인기 있는 방법으로 큰 주목을 받아왔다. 사실 위상형분포는 마르코프적 해석(Markovian interpretation)이 가능한 가장 일반적인 분포족 중 하나다. 좋은 해석적 성질을 가지며, 지수분포, 지수분포들의 조합·혼합, 그리고 얼랑(Erlang) 분포를 특수한 경우로 포함한다.
나아가 위상형분포는 알고리즘적으로 다루기 쉬운 해법 절차를 끌어낼 수 있어, 확률과정을 분석하는 데 중요한 계산상의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대기행렬이론(queueing theory)과 보험 파산이론(ruin theory) 등 응용확률의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여 왔다. 위상형분포는 1975년 Marcel Neuts가 처음 도입했고, 그의 1981년 저서가 표준 참고문헌이 되었다.
위상형분포는 어떤 양수값 확률변수를, 여러 중간 단계(위상)를 거쳐 마침내 "흡수상태"에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본다. 각 위상에 머무는 시간은 지수분포이고, 위상 사이를 마르코프 연쇄처럼 옮겨 다닌다. 지수분포는 위상이 하나뿐인 가장 단순한 경우다. 위상을 여러 개 엮음으로써 훨씬 다양한 모양의 분포를 "지수 부품"으로 조립할 수 있다.
전이상태(transient states) 1, 2, …, m과 단 하나의 흡수상태(absorbing state) m+1을 갖는 마르코프 과정(마르코프 연쇄·과정 참조)을 생각하자. 각 전이상태 j에서 출발할 초기확률 αj를 담은 행벡터를 α = (α1, α2, …, αm)로 정의한다. α의 성분들의 합이 꼭 1일 필요는 없는데, 과정이 확률 αm+1로 처음부터 흡수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0에서 확률질량이 없는 순수 연속 양을 모형화할 때는 αm+1 = 0으로 둔다.
이 마르코프 과정의 무한소 생성원(infinitesimal generator) Q는 다음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우상단 블록 t0 = −T e이며, T는 m 전이상태 사이의 전이율을 담은 m×m 비특이(nonsingular) 행렬이다. T의 대각성분은 반드시 음수이고 나머지 성분은 음이 아니다. t0은 각 전이상태에서 상태 m+1로의 흡수율을 담은 m×1 열벡터이며, 필연적으로 t0 = −T e이다(e는 1로 이루어진 m×1 열벡터). 또 0은 영(零)으로 이루어진 1×m 행벡터다.
흡수상태 m+1로 흡수되기까지의 시간을 X라 하면, 확률변수 X는 표현 (α, T)를 갖는 (연속) 위상형분포를 따른다고 한다. X의 누적분포함수는
로 주어지며, 여기서 행렬지수(matrix exponential)는 다음으로 정의된다.
또한 X는 x = 0에서 확률질량 αm+1을 가지며, (0, ∞)에서의 밀도 부분은
로 주어진다. 라플라스–스틸체스 변환(Laplace–Stieltjes transform)은
이고(I는 m×m 단위행렬), n차 비중심적률은
로 주어진다. 위 양들의 계산은 대부분의 수학 소프트웨어로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상적 작업이다. 행렬지수 계산에 대한 훌륭한 설명은 Lange(2003)의 해당 부분을 참고하라.
지수분포의 생존함수는 e−λx, 평균은 1/λ, 변환은 λ/(λ+s)이다. 위상형분포의 공식들은 이 친숙한 식에서 스칼라 λ를 행렬 −T로, 1을 초기벡터 α로 바꾼 행렬 버전임을 알 수 있다(예: 적률 E{Xn} = n! α(−T)−ne ↔ 지수분포의 n!/λn). 스칼라가 행렬로 격상되면서 표현력이 크게 넓어진다.
동일한 율 λ인 k개의 지수단계를 차례로 거치는 분포(얼랑-k)를 위상형으로 어떻게 표현하는가?
상태 1에서 출발(α=(1,0,…,0))해 1→2→⋯→k로만 각각 율 λ로 이동하고 k에서 흡수된다. 즉 T의 대각은 −λ, 바로 위 부대각은 λ, 흡수벡터 t0은 마지막 성분만 λ다. k=1이면 그냥 지수분포다. 이렇게 위상을 늘리면 분산이 평균² 대비 작아지는(과소분산) 분포를 만들 수 있다.
위상형분포에 여러 연산을 가해도 그 결과가 다시 위상형분포가 된다 — 이는 위상형분포의 매우 매력적인 성질이다. 여러 닫힘 성질(closure properties) 가운데 강조할 만한 핵심은 다음과 같다.
파산이론에서 최종 파산액(또는 잉여과정의 손실)은 흔히 복합기하분포 꼴로 나타난다. 청구액 분포가 위상형이면 성질 (3)에 의해 파산 관련 분포도 위상형으로 닫혀, 행렬 연산만으로 파산확률을 정확히·알고리즘적으로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이 위상형분포가 파산·대기행렬 이론에서 사랑받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연속 위상형분포의 이산 유사물이 존재함을 언급한다. 초기확률벡터 (α, αm+1)과 다음 전이확률행렬을 갖는 이산시간 마르코프 연쇄에서, 상태 m+1로 흡수되기까지의 시간 X를 생각하면 된다.
이제 T는 준확률(substochastic) 행렬이고 우하단 블록은 1이며, t0 = e − Te이다. 이산 위상형의 확률질량함수 pk = Pr{X = k}는 다음으로 정의된다.
음이 아닌 정수 위에서 유한한 받침을 갖는 모든 이산확률분포가 이산 위상형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산 위상형분포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관련 문헌(Latouche–Ramaswami, Neuts)을 참고하라.
위상형분포는 지수분포의 마르코프적 일반화로, 한국 계리 실무에서 보험금 지급 지연(reporting lag)이나 간병 체류 시간 모형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IBNR(발생했으나 미보고) 준비금 산출에서 사고-보고 시차 분포를 위상형분포로 적합하면, 지수 혼합의 유연성으로 비대칭·두꺼운 오른쪽 꼬리를 포착하면서도 해석 가능한 Laplace 변환과 모멘트를 유지할 수 있다.
K-ICS 계약자행동 가정 중 해지 경로(부분해지→완전해지) 모형은 다단계 전이 구조를 가지며, 이 전이가 지수분포 체류 시간을 갖는다고 가정하면 위상형분포로 귀결된다. 이 경우 생성행렬 T의 음의 고유값이 체류 속도를, 초기분포 벡터 π가 진입 경로를 결정한다. 위상수(m)를 적절히 선택하면 임의의 비음 분포를 임의 정밀도로 근사할 수 있다는 이론적 보장이 모형 선택의 근거가 된다.
장기 재보험(excess of loss) 계약의 소진 기간 분포 추정에도 위상형분포가 활용된다. 대규모 단일 사고(Cat 이벤트)의 최종 지급까지 걸리는 시간의 분포가 비지수적일 때, 위상형분포는 행렬 지수함수로 생존함수·평균·분산의 닫힌 형태 표현을 유지하므로 재보험 프리미엄 계산과 준비금 추정을 효율화한다. 코리안리와 외국계 재보험사가 공동 분석하는 대형 위험 재보험 계약에서 이 기법의 채택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위상형분포의 최대우도 추정은 EM 알고리즘(Asmussen, Nerman & Olsson 1996)으로 수행하는 것이 표준이다. 위상 수 m이 커질수록 모형 유연성은 높아지지만 식별 불가능(non-identifiability) 문제가 심화된다. 실무에서는 BIC로 m을 선택한 뒤, 적합 분포의 Laplace 변환이 경험 모멘트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중도절단(censoring) 자료(예: 사고 보고가 아직 안 된 계약)가 많은 보험 자료에는 중도절단을 명시적으로 처리하는 EM 변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