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통계(risk statistics)는 넓게 말해 위험의 크기를 재는 숫자들이다(표제어 위험측도 참조). 위험통계는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 변동성 자체를 재는 양측(two-sided) 측도와, 나쁜 쪽 결과의 변동성만 재는 단측(one-sided) 측도다. 위험통계는 보험에서 가격산정의 이익마진을 도출하는 데 흔히 쓰인다.
양측 측도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기대로부터의 모든 이탈이 문제가 될 때 중요하다. 상장회사가 장기적 관점을 가질 때 상방·하방 이탈을 모두 본다는 논거도 가능하다 — 어느 기간의 유난히 좋은 실적은 다음 기간에 넘어서기 어려운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양측 측도는 분산과 표준편차다. 확률변수 x의 평균을 μ라 할 때 분산은
이고, 표준편차는 분산의 제곱근이다.
단측 측도는 유리한 쪽 또는 불리한 쪽 한 방향의 이탈만 문제 삼을 때 중요하다. 흔히 쓰는 단측 측도로 준분산, 기대보험계약자결손(EPD), VaR, 꼬리 VaR(TVaR)가 있다.
준분산(semivariance)은 분산과 같되 분포의 평균 아래쪽(불리한 쪽) 부분만 고려한다.
보험계약자결손(policyholder deficit)은 한 시나리오에서 관측값이 임계값을 초과하는 (있다면 그) 금액이고, 기대보험계약자결손(expected policyholder deficit, EPD)은 개별 결손을 각 확률로 가중한 기댓값이다. 시나리오가 영업실적을, 임계값이 잉여금(surplus)을 나타낸다면 EPD는 "잉여금으로 메울 수 없는 손실"의 기댓값이 된다. 임계값을 τ라 할 때
이 위험측도는 보유한도 τ를 초과하는 무제한 스톱로스 담보의 위험보험료와 정확히 같다(표제어 스톱로스 재보험, 스톱로스 보험료 참조).
VaR(value-at-risk)는 정해진 확률수준에서의 값이다. 예컨대 손실이 VaR@1%를 초과할 확률이 1%다. 즉 1% 수준의 VaR는 전체 시나리오의 99%가 그보다 유리하고 1%가 그보다 불리한 손실 지점이다.
TVaR(tail value-at-risk)는 손실이 어떤 임계값을 초과한다는 조건 아래에서의 기대손실이다. EPD가 임계값 초과분만 포함하는 것과 달리, TVaR는 임계값까지의 금액과 초과분을 모두 포함한다.
두 측도 사이에는 다음 관계가 성립한다.
어느 사업부문의 연간 손실(억원)에 대해 등확률(각 10%) 시나리오 10개가 산출되었다: 60, 70, 80, 90, 100, 110, 120, 130, 150, 190. (1) 분산·표준편차, (2) 준분산, (3) VaR@10%, (4) 임계값 τ = 150에 대한 TVaR와 EPD를 구하고 둘의 관계식을 확인하라.
(1) 평균 μ = 110. 편차 제곱의 평균은 (2500+1600+900+400+100+0+100+400+1600+6400)/10 = 1,400, 표준편차는 √1400 ≈ 37.4억원.
(2) 평균보다 작은 5개(60~100)의 편차 제곱 평균: (2500+1600+900+400+100)/5 = 1,100.
(3) 시나리오의 90%가 150 이하이므로 VaR@10% = 150억원.
(4) 150을 초과하는 시나리오는 190 하나뿐이므로 TVaR = E[x | x > 150] = 190억원, EPD = E[max(0, x−150)] = 0.1 × 40 = 4억원. 관계식 확인: P(x > 150)·(TVaR − τ) = 0.1 × (190 − 150) = 4로 일치한다. 잉여금을 150억원 보유한다면 평균적으로 4억원의 손실은 잉여금으로도 메울 수 없다는 뜻이다.
위험통계는 보험 가격산정의 이익마진 결정에 흔히 쓰인다. 한 부류의 접근에서는 이익마진을 위험측도의 함수로 직접 정한다 — 예컨대 기피계수(reluctance factor)라 불리는 계수에 손실분포의 분산 또는 표준편차를 곱해 이익마진을 정하는 방식이다.
다른 부류의 접근에서는 위험측도로 각 사업단위에 자본을 배분하고, 요구수익률과 배분자본의 곱을 이익마진으로 삼는다(표제어 손해보험사의 자본배분 참조). TVaR 같은 일부 위험측도는 "사업단위별 위험측도의 합 = 전체를 단일 사업으로 합쳤을 때의 위험측도"라는 성질을 가지며, 이 성질은 위험측도의 일관성(coherence) 개념의 핵심이다.
반면 많은 위험측도에서는 사업단위별 측도의 합이 결합 전체의 측도보다 크다(Artzner, Delbaen, Eber & Heath). 그 차이가 분산효과(diversification)에 의한 위험 감소분이다. 분산 같은 측도로 자본을 배분할 때는 "단위별 측도 ÷ 전체 단위 측도 합"의 비율로 배분하는 것이 보통이고, EPD로 배분할 때는 배분자본 반영 후 "기대손실 대비 EPD 비율"이 모든 단위에서 같아지도록 배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런 배분 방식들 가운데 가법적인 것(단위별 합 = 전체)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르는 특징은 조건 충족 시나리오를 고르는 방식이다. EPD류 배분에서는 임계값 초과 여부를 단위별로 따로 판정하고 배분 합이 전체와 맞도록 임계값을 고르므로, 한 사업단위를 다시 쪼개면 임계값이 변해 모든 단위의 배분이 달라질 수 있고, 쪼갠 단위들의 배분 합이 원래 단위의 배분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TVaR에서는 시나리오의 조건 충족 여부를 개별 단위가 아니라 전체 결합 결과로 판정하므로 열가법성(subadditivity)이 항상 유지된다. 어느 쪽이든, 개별 부문에 대한 배분액은 그 부문과 전체 포트폴리오 사이의 상호관계를 반영하게 된다.
VaR는 "1% 지점이 어디인가"만 보고 그 너머가 얼마나 참혹한지는 보지 않는다. TVaR(조건부 꼬리기댓값, CTE·expected shortfall로도 불린다)는 꼬리 안쪽의 평균까지 보므로 정보가 더 많고, 일반적으로 열가법성을 만족해 일관된(coherent) 위험측도가 된다. 제도와의 연결: 한국의 신지급여력제도 K-ICS와 유럽 솔벤시 II는 99.5% VaR(1년)를 요구자본 기준으로 쓰는 반면, 스위스 SST나 북미의 변액보증 준비금(CTE 70) 등은 TVaR/CTE 계열을 쓴다. 이 글의 EPD는 1990년대 미국 RBC 논의에서 지급불능 위험을 재는 표준 도구였고, "EPD = 무제한 스톱로스의 위험보험료"라는 항등식 덕분에 재보험 가격과 자본 논의가 같은 언어로 연결된다.
본문의 "양측에서 단측으로"라는 위험통계의 진화는 한국 보험 규제의 역사와 정확히 포개진다. 과거 지급여력제도(RBC)와 보험료 안전할증이 표준편차·계수 기반의 양측 발상에 가까웠다면, 현행 K-ICS(2023)는 1년 99.5% VaR — 나쁜 쪽 꼬리의 분위수 — 로 요구자본을 정의하는 명시적 단측 체계다. IFRS17 위험조정(RA)도 보험리스크의 불리한 변동에 대한 보상으로 정의되어, 신뢰수준 방식을 쓰는 회사는 분위수(VaR형)로, 자본비용 방식을 쓰는 회사도 단측 위험량에 기초해 산출한다.
실무에서 쓰이는 위험통계의 지도를 그려 보면 — 가격산정에서는 기대값에 안전할증을 더하는 고전적 방식과 함께 분위수·자본비용 기반 마진이 쓰이고, 준비금에서는 최선추정(기대값)과 RA(단측 마진)의 분리가 IFRS17의 골격이며, 자본에서는 99.5% VaR(K-ICS), 성과평가에서는 위험조정 수익률(RAROC류)이 자리를 잡았다. 본문이 소개한 TVaR(꼬리 기대값)은 VaR보다 보수적이고 가법성 문제가 덜해, ORSA·내부 분석과 재보험 적정성 평가에서 보조 측도로 쓰임이 늘고 있다.
본문의 이론적 경고들도 국내 실무에서 실감되는 것들이다. VaR은 일반적으로 저가법성(subadditivity)이 보장되지 않아 포트폴리오를 합치면 부분의 합보다 위험이 커 보이는 역설이 가능하고, 분위수 하나는 그 너머의 손해 크기를 전혀 말하지 않는다. K-ICS 표준모형이 리스크 모듈 간 분산효과를 상관행렬로 합산하는 것, 감독기준 비율(2025년부터 130%)을 분위수 기반 자본 위에 다시 얹는 것은 이런 한계를 제도적 버퍼로 보완하는 장치로 읽을 수 있다.
같은 포트폴리오라도 VaR·TVaR·표준편차가 가리키는 위험 순위는 다를 수 있다. 내부 보고서에는 주 측도(규제 정합적인 99.5% VaR)와 함께 TVaR 또는 둘 이상의 신뢰수준을 병기하고, 측도 간 순위가 뒤집히는 포트폴리오가 있으면 그 원인(꼬리 모양 차이)을 명시하는 것이 좋다. 측도의 선택 자체가 경영 의사결정임을 잊지 않는 것이 위험통계 실무의 출발점이다.